어느 날 울집 똥개쉑이 한참을 짖더니 이상한 물체를 물고 왔다.
다가가서 보니 옆 집 딸래미들이 그렇게 아끼던 하얀 토끼가
흙이 잔뜩 묻어 죽은 채 우리 집 개쉑의 입에 물려 있었다.
....순간 등에서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 아!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저 망할 노무 개쉑...!'
워낙 옆 집 딸들이 애지중지하던 토끼였기에...
난 완전범죄를 계획하기로 했다.
좀 찜찜하지만 죽은 토끼를 들고 욕탕에 들어와서
흙이 묻어 더러운 털이 새하얗게 될 때까지 씻었다.... 아니, 빨았다.
그렇게 해서 흙을 털어내고 뽀얗게 만든 후 드라이기로 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렸다.
그리고 흙이 묻은 노란 리본도 깨끗이 빨아 건조시킨 후 토끼의 몸에 원래대로 묶었다.
이 정도면 자연사로 볼 만 했다.
마침 담 너머로 보니 옆 집 뜰에 아무도 없기에 뛰어 넘어가서
토끼집에 죽은 토끼를 반듯하게 눞혀두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왔다.
망할 개쉑! 하면서 원망을 하고 있을 때...
옆 집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옆 집 담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그 집 딸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 토..토..토...토끼가...토끼가... "... 라는 말 밖에 못하는 것이었다.
난 양심에 찔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 토끼가 어쨌단 말이죠? " 하고 물어봤다.
그러자 큰 딸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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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죽어서 뜰에다 파묻은 토끼가 토끼장에 돌아와 있어요.
그것도 깨끗하게 씻겨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