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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달걀과 커피

배효정 |2006.06.23 21:08
조회 27 |추천 0
 당근과 달걀과 커피


한 젊은 딸이 어머니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 두 손 들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냄비 세 개에 물을 채웠다.

그리고는 첫 번째 냄비에는 당근을 넣고,

두 번째 냄비에는 달걀을 넣고,

세 번째 냄비에는 커피를 넣었다.

어머니는 냄비 세 개를 불 위에 얹고

끓을 때까지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난 후 불을 끄고

딸에게 당근을 만져보라고 했다.

당근을 만져보니 부드럽고 물렁했다.

그런 다음 어머니는

달걀 껍데기를 벗겨보라고 했다.

껍데기를 벗기자

달걀은 익어서 단단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딸에게

커피 향내를 맡고 그 맛을 보라고 시켰다.

딸은 커피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셨다.

어머니는 설명했다.

“이 세 가지 사물이 다 역경에 처하게 되었단다.

끓는 물이 바로 그 역경이지.

그렇지만 세 물질은 전부 다 다르게 반응했단다.

당근은

단단하고 강하고 단호했지.

그런데 끓는 물과 만난 다음에

부드러워지고 약해졌어.

달걀은 연약했단다.

껍데기는 너무 얇아서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끓는 물을 견디어내면서

그 안이 단단해졌지.

그런데 커피는 독특했어.

커피는 끓는 물에 들어간 다음에

물을 변화시켜 버린거야.“

그리고 어머니는 딸에게 물었다.

“힘든 일이나 역경이 네 문을 두드릴 때

너는 어떻게 반응하니?

당근이니, 달걀이니, 커피니?“

나는 강해보이는 당근인데

고통과 역경을 거치면서 시들고 약해져서

내 힘을 잃었는가.

나는 유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열이 가해지자 변하게 된 달걀일까.

전에는 유동적인 정신을

지니고 있었지만

죽음과 파경과 재정적인 고통이나

다른 시련을 겪은 후에

단단해지고 무디어졌을까.

껍데기는

똑같아 보이지만

그 내면에서는 내가 뻣뻣한 정신과

굳어버린 심장을 지닌 채

쓰디쓰고 거칠어 진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는 커피와 같을까.

커피는 실제로 고통을 불러온 바로 그 환경인

뜨거운 물을 변화시켰다.

물이 뜨거워졌을 때 커피는

독특한 향기와 풍미를 낸 것이다.

만약 내가 커피와 같다면

그럴 때 나 자신이

더 나아지고

주위 환경까지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어둠속에서 시련이 극도에 달했을 때

나는 다른 레벨로 상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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