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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 백기완 시인

김도원 |2006.07.02 11:58
조회 39 |추천 0


 
http://asx.kbs.co.kr/vod.php?title=TV문화지대&url=1tv$tvzone$best$best128.wmv
  여기를 클릭하면 백기완 시인이 낭독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어요.   정말 감동...     젊은 날                           백기완     모이면
논의하고 뽑아대고
바람처럼 번개처럼
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 좋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행하고
개인을 얘기하면
역사를 들이대고
다만... 다만...
사랑이 튕기면
꽃본 듯이 미쳐 달려가던 곳     추렴거리 땡전 한푼 없는 친구가
낚지볶음 안주만 많이 집어먹는다고
쥐어박던 그 친구가 좋았다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헐벗고 굶주려도
결코 헤매이지 아니했다      돈벌이에 미친 자는
골이 비었다고 하고
출세에 안달을 하면
호로자식이라 하고     다만 다만 통일 논의가 나래를 펴면
환장해서 날뛰다가 
춥고 떨리면 찾아가던 곳     식은 밥에 김치말이 끓는 화로에
내 속옷의 하얀 서캐를 잡아주던
말없는 그 친구가 좋았다
  그것은 내 이십대 초반
6.25 전쟁 직후의
강원도 어느 화전민 지대였지
열 여섯쯤 된 계집애의
등허리에서 핀 부스럼에서
이따만한 구데기를 파내주고
아... 아... 우리는 얼마나 울었던가     나는 나는
일생을
저 가난의 뿌리와 싸우리라 하고
또 누구는 그 민중한테 장가를 들거라고 하고     화전민이 답례로 보낸
옥수수 막걸리로
한판 벌린 웅장한 아름드리 소나무
그 위에 걸린 밝은 달 흐르는 맑은 물
빨개벗은 알몸의 낭만들     하지만 하지만 저 밝은 달 저 맑은
물만을 대상으로 노래할 수 없다며
허공을 쥐어박고
인간의 현장 강원도 탄광으로 뛰어들던
빛나던 눈의 그 친구가 좋았다     세월은 흘렀다
다시 강산엔 폭풍이 몰아치고
이름있는 주소마다 자갈이 물렸다
더러는 잡혀 가고 더러는 물러서서
바람이 차면 여울지던 곳     포구의 눈물이라고 하던
늙다구리술집
술값은 통일이 된 뒤에 준다고 하고
마냥 굽이치는 이의 짓은
마냥 그 모양이니 그러자고 하고
이야기가 으시시하면
혹시 잡혀갈세라
슬며시 나가서 덧문을 닫아주던
그늘진 얼굴     그뒤
그 집은 망했다고 하고 
술꾼들은 발이 빠졌다 하고
그 찬란한 파국을 미리 울던
늙은 술집에 늙은 그 여자가 좋았다
  그래도 그래도 눈물은 분분했다
가파른 현장에선 부패독재와 싸우는
남모를 예지가 불을 뿜는데     한 번 스친 밤의 꽃을 못 잊어서
한 번 스친 밤의 꽃을 못 잊어서
그 여자가 잡혀가 있는
감옥소까지 찾아가서
꽃다발을 잔뜩 안고
서서 울던 그 친구를 생각했다     거기서 거기서...
정서적인 방랑이냐
이지적인 결단이냐
꼬리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긴 말수를
냉정히 자르고 떠나간      오오, 내 젊은 날의 그 억센 주먹쟁이들이여
지금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길래
나만이 외로운 독방 희미한 등불에 젖어서
똥두간에서 바시락대는 쌩쥐소리에
거대한 역사의 목소리 일러 듣는 듯     그렇다     기완아... 기완아...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너는 늙을 수가 없구나
분단독재 부패독재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나는 끝이 없는 젊음날을 살테다
암 살고야 말테다라고 
온 몸으로 몸부림 치는 마룻바닥에
새벽이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 백기완 시인이 "KBS1 낭독의 발견"에서 자신의 시를 낭독한 것을 쓴 것이고요. 원 시와는 약간 다릅니다. (웃음)  by 도원   ================================      며칠 전, 한 5학년 선배와 학생회관 돌계단에서 달빛 아래 진중한 이야기를 한 후 마음 한 켠에 허전함을 느낀 나.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어깨를 도닥이며 다시금 열정을 심어준 선배는 말 없이 편집실로 데려가 백기완 시인의 을 보여줬다.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나는 사람들과 "모이면 논의"할 때 어떻게 소통하려 했는가. 개인만 얘기하지 않았던가. 자족적인 운동, 머리로만 하는 운동만 하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기완 시인과 바라는 인생이나 세상관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진보라는 범주 안에서 나는 어떤 고민을 했고,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현장에서, 교지라는 언론운동, 학교에서,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내 삶에서 나의 지남철은?         어릴 적 기억에 민중진형에서 대선후보로 나왔던 백기완 시인. 간간이 언론에서 전해지는 그의 활동 소식. 그땐 잘 몰랐는데 수험생 시절 시로 그를 잠시 만났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 그의 시를 들이쉬며 고동치는 가슴, 그 숨소리를 느끼며 다시 그를 생각해 본다.       오늘도 벌겋게 물들어 오는 새벽을 맞으며 "젊은 날"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날을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도 달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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