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전사, '유럽행 러시' 가능한가?
[조이뉴스24 2006-07-02 11:44]
"다음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해외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2006 독일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했던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이 다음 행선지인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그로 떠나기 전에 남긴 조언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 역시 "다른 팀에 비해 우리는 경기를 풀어가기 위한 전술, 약속된 플레이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영표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이 문제를 공감하고 있다"며 해외파의 수가 늘어야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독일월드컵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 물론 운이 따라주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16강 탈락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세계 수준에 못 미치는 상태에서 조직력과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축구에는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교훈도 남겨주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통해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K리그의 활성화와 함께 젊은 유망주들의 유럽행이 이뤄져야 한국 축구의 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은 이제 당연한 명제다.
◆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해외 진출 본격 점화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까지 한국은 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 설기현(벨기에 안트워프)을 제외하고는 일본 J리그에서 뛰는 5명이 해외파의 전부였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당시 교토 퍼플상가)과 이영표(안양 LG)를 자신의 팀인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데려간 것을 비롯 송종국이 페예노르트, 이을용이 터키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했다.
2003년에는 이천수가 빅리그인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고, 차두리(독일 빌레펠트) 김남일(네덜란드 엑셀시오르 임대) 역시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 뿐 아니라 K리그 소속 구단의 반대로 해외진출이 아쉽게 좌절된 선수들도 있었다.
◆ 2006년에도 4년 전의'유럽행 러시'가 재현될까?
아드보카트 감독은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레트부르그로 건너가면서 김동진과 이호를 데려가기로 했다. 이호와 김동진은 한일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건너갔던 박지성, 이영표의 전례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기존 유럽파였던 안정환(뒤스부르크),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설기현(울버햄튼)의 연쇄 이동도 예상된다.
안정환은 독일 뒤스부르크가 2부리그로 탈락한 이후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의 이적을 추진중이다.
설기현은 울버햄튼과의 계약기간이 2년 남은 상태지만 이미 소속팀은 조건만 맞는다면 설기현을 내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레딩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노리는 이을용의 거취는 7월 중순 결정될 전망이다. 터키의 트라브존스포르로부터 재계약 요청을 받고 있는 이을용은 당분간 프리미어리그 구단과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 다른 선수들의 '유럽행'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일찌감치 독일을 떠난데다 대표팀의 '젊은피'중에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에 띌 만한 활약을 펼친 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에이전트는 "이번 월드컵을 지켜본 유럽 축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한국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더라. 국내파 선수들 중 유럽리그서 뛸 선수가 있을 지 의문이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다른 에이전트 역시 "2002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한국 선수들은 16강 진출에 따른 병역 혜택을 받아 해외 진출이 한층 용이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솔직히 유럽에 진출할 만한 활약을 보인 선수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피' 중 유럽에서 뛸만한 선수로 거론되는 이는 조재진 뿐이다.
현재 J리그 시미즈 S펄스서 활약중인 조재진은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매혹시킨 6인'에 조재진을 꼽기도 했고, 네덜란드 NAC 브레다, 아약스 등이 조재진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 독일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라면 대부분이 월드컵을 발판으로 유럽에 가려는 꿈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월드컵에 출전했다는 사실이 반드시 유럽 진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월드컵 16강 탈락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 젋은 선수들에게 병역 문제는 해외진출을 추진할 경우 1차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지석기자 jslee@joynews24.com 사진 윤창원기자 skynamoo@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