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그녀의 생일, 우리가 보러갔던 영화!
'아마도 마지막 영화겠구나' 생각하며 보러갔던
그 영화 속에서 하필이면 주인공들도 이별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의 이야기를 예고편을 보는 듯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슬픔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스크린만 보며 내내 울었고,
나는 그녀도, 영화도 아무 것도 보지 않으며 그 울음소리를 들었고,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올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견딜만 해서, 혹시나 해서, 생일을 앞두고 말할 수 없어서,
지금껏 미루고 미뤄왔던 이야기.
누군가는 이제 먼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해야 하는 시간.
'그게 오늘 쯤이구나.' 그래서 우리는 오늘 만났습니다.
서로 말한 적은 없지만 우리가 헤어지는 건
꽤 오래 전부터 결정되어 있었고,
서로 말한 적은 없지만 오늘이 그 날이었고,
그러니 남아있는 문제는 <누가 먼저 말을 꺼낼 것인가!> 하는 것.
그런데 그 간단한 문제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내가 말을 꺼내길 기다리며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보던 나는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우리가 정말 헤어져야 할까? 꼭 헤어져야 할까?'
그래서 나는 자꾸 시간을 끌며 들꽃 이야기나 했습니다.
"이 꽃, 참 신기하게 생겼다. 그치?"
내가 의미 없이 가리킨 들꽃만 쳐다보는 그녀.
'이렇게 가까운 사람이, 이렇게 아득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이렇게 그리울 수도 있구나.'
나는 갑자기 너무 슬퍼져서 헤어지자는 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그래서 난 마음을 굳히고 생각해 온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그녀에게 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있잖아,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꼭 헤어져야 하는 건 아닌 거 같거든?
어쩌면 우리 처음처럼 다시.."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내 팔을 가만히 잡았습니다.
내 눈을 들여다 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고,
나는 잠시 온 몸이 돌이 되었다가 간신히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그건 좀 어렵겠지?
나도 아는데...
그래, 그러면 뭐~ 하는 수 없네. 그래!"
그렇게 헤어짐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건,
사랑처럼 이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랑을 말하다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 2006 . 05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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