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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 바치는 노래

정훈교 |2006.07.08 00:11
조회 21 |추천 0

어머니

         - 사모곡 (思母曲)




천둥이라도 칠 때면
다 헤진 솜이불 뒤집어쓰고 울고만 있던 아이
논바닥에 개구리 울음 깔리우면
반딧불 쫓으며 마음껏 달님 베어 물던 아이
그 아이는 국민학교에 갔다
너른 나락포대 깔고 숙제하던 아이
수숫대로 온 동네를 누비던 아이
나무의 나이테가 늘어가는 만큼 어머니 이마에 초승달이 그려졌다
그 아이는 중학교에 갔다



새벽닭 울기도 전에
읍내에 있는 학교 가는 자식 혹여 깰까
인기척은 인기척이 없다
산꼭대기에 걸린 아침안개로 쌀을 씻고 뜨거운 태양으로 밥을 짓는다
매일의 아침마다 솟아오르는 가시 같은 추수(秋收)
아직도 아이는 잠을 잔다



굽은 허리는 땡볕 속으로 '스물스물' 사라지고
비닐하우스는 그녀를 용광로에 빠뜨린다
태양의 노예로 반년을 살아오며 그을린 그림자
어머니는 말이 없다



인민의 깃발, 천 삽 뜨고 허리 한번 펴기 운동
공사장 철근처럼 녹이 슨 손바닥 
Allium fistulosum *의 흰 꽃처럼 성성히 영글어진 머리칼
쥐가 기둥을 갉아먹듯 아이는 그녀의 가슴을 갉아먹었다
땅위에 조금씩 내려앉은 나이를
아이는 자꾸만 주워 먹었다
그 아이는 고등학교에 갔다



인기척은 그제야 발소리를 풀어 주었다
아이는 도회지 건물로 자취를 옮겼다나,
소나무가지에 몇 번의 겨울눈이 가을처럼 피었다 지고,



아이는 촌놈이라 여태껏 '사랑'이라는 낯선 말을 하지 못했다
아이는 진작부터 눈물을 흘렸다
저문 해가 아름다워 보였을 그에게,
어머니는 오늘도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긴다

 

 

                                                                     - 정훈교 作


鄭訓敎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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