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방폐장 부지 선정을 바라보며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우선 경주 시민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90%에 육박한 찬성으로 결정됐다니 더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동안 불안정하게 관리되었던 방사성 폐기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라 할 것이다.
방폐장 건설계획 추진부터 확정까지 꼬박 20년의 세월이 걸려 어렵게 결정된 일 때문이라기 보다 내가 이번일에 더욱 의미를 두는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 이제 민주화의 이행기(transition)를 지나 공고화(consolidation)단계에 확실히 접어들었음을 나타내는 중대한 지표로서 보여지기 때문이다.
몇년전 부안사태에서 유혈 충돌까지 발생하여 국민들의 우려를 야기했던 그 문제가 이렇게 지역주민의 압도적 찬성하에 그것도 네곳의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까지 벌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까지했으니 자뭇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증거가 있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중앙정부의 막대한 지원(3000억원) 경상북도의 500억 지원 그리고 방폐장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금과 방폐장 관리공단의 유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 및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안정성의 증대가 더 큰 이유겠지만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 해결기제로서 민주주의의 방식이 갖는 우수성이다.
부안사태 때에도 이번처럼 특별법의 형태로 확고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지원이 약속된 상태였었고 과학기술이 몇년만에 비약적으로 발전된 것도 없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처럼 중앙에서 강압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니었다. 주민의 지지로 당선된 부안 군수의 지지와 추진력이 결합되어 진행된 사안 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왜 이렇게 상이하게 나타났을까?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갈등해결 방식인 주민의 참여와 토론이라는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에서 중앙이 합리성 추구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방정부가 수용하는 과거의 비민주적 의사결정방식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의사를 더욱 중요시 했다는 것이다.이는 과거의 중앙정부가 지시하고명령하는 시스템은 적합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주민 참여의 중요성이다. 지방정부가 신청하기 전에 먼저 주민들과의 공청회나 청문회등을 거치고 최종적인 유치여부를 주민 투표형식으로 참여가 보장되었기에 가능하였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이다. 방페장 유치신청을 한 네곳에서 동시에 투표가 시행되었고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곳에 방페장 유치를 하겠다고 함으로써 합리성과 투명성이 담보 되었기에 이번일이 가능했다 할 것이다.
이제는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한 나머지 세곳의 지자체의 깨끗한 승복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민주주의를 믿고 지향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식민지 광복 전쟁을 거치며 이렇게 짧은기간에 성숙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까지 수 없이 쓰러져간 선열과 열사들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어렵게 일궈낸 민주주의를 더더욱 내적으로 심화시킬 의무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