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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I

박진일 |2006.07.14 21:16
조회 43 |추천 0


 

 

 

"술이나 한 잔 할까?  친구?"


남자의 말에 친구라 불리는 여자는 고개를 45도 비틀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으며 되묻습니다

"술이 필요한거야, 친구가 필요한거야?"

그 말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둘 다.  왜? 

술만 필요하다면 술값만 주고 갈려고?"

 

여자는 아직 좀 망설이는 눈치.
발끝으로 땅을 톡톡 쳐대며 그럽니다.


"아니, 그 반대야
나도 술은 마시고 싶은데.. 

니 친구가 되서 니가 하는 똑같은 이야기 또 듣기는 싫거든"
말을 마친 여자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며 살짝 덧붙이길


"서운해?  내가 이렇게 말해서?"
그 말에 남자는 고개를 좀 심하게 앞뒤로 끄덕댑니다.

 

"아니야 뭐..  이해해...  충분히 이해하지..
이때까지 참아준게 고맙지 뭐
그러면 내가 오늘은 다른 이야기 할테니까

그냥 서로 모르는 사람인 척 하면서 같이 술이나 마실까?"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어둠이 내린 포장마차에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앉아있습니다.
초록색 병 하나,  투명한 술잔 둘,  하얀색 플라스틱 접시..
그리고,  두 사람..

 

두사람이 더 안주를 시킬 기미가 없자

주인아저씨도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청하고
이제 포장마차는 참 조용하기도 합니다.
정말 모르는 사람처럼 적막함 속에서 서로 술잔만 채워주던 두 사람
여자는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술잔을 뱅뱅 돌리다가

몇 번이나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한참만에 이야기를 꺼냅니다

 

"있잖아,  너 옛날 여자친구 이야기.. . 하고 싶음 해.
어차피 앉아있는거구,  어차피 귓구멍은 열려있는건데..
까짓거 뭐, 말해!  내가 들어줄께..  좀 지겹지만..."
오랜 망설임 끝에 하는 이야기, 하지만 남자는 그냥 웃고 맙니다
 

"됐어,  안할래..
술만 마시면 그 얘기하는 것도 버릇인거 같애.이제 그만 해야지

그러지 말고 니 이야기 해 봐
난 그렇다치고 넌...  넌 오늘 왜 술 마시고 싶었는대?
누구 생겼어?  좋아하는 사람?"

 

그 말에 여자의 대답.
"나도 버릇이 됐나보지
금요일 밤, 공휴일 전날밤, 비오는 밤, 맨날 너하고 술마시다보니까

이맘때쯤이면 아~ 오늘은 술마시겠구나.. 내 몸도 딱! 아는거 있잖아 왜
에휴, 그니까 니 이야기 해 봐
그 지겨운 얘기 들어주는 것도 버릇이 되서 그런지 안들으니까 허전하네

최근에 또 너한테 문자메세지 보냈어?
홈페이지에 새소식 있었어?"


친구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내가 친구가 되어주면 그대가 좋다하니

나는 어쩔수 없이 오늘밤도 친구가 됩니다


사랑을 말하다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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