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코 이룰 수 없는, 그러나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이루어 주는 성배가 존재한다. 누구나 이 성배를 꿈꾸지만 이를 소유하는 자는 제한되어있다.
세대가 교체될 때 마다 성배 역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고, 매번 성배를 차지할 자격 있는 7인이 선택된다. 이 일곱 명의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관련 있는, 영웅들이 이들의 부름에 소환된다. 영웅이라 하면 역사 속 대제국의 왕이거나 신화 속 인물이거나 상상 속 파이터와 마법사이다. 현세의 7인은 마스터이고, 소환된 영웅들은 서번트로서 주종의 관계를 맺는다.
마스터와 서번트들은 각자 원대한 포부를 품고, 치열한 혈투에 뛰어든다. 이 싸움에서 살아 남은 자에게 성배가 주어진다. 이들은 각자 개성이 있고, 각자가 꿈꾸는 이상 역시 다양하다. 과거 높은 위치에 있었을 때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을 만회 하고자 하는 경우, 냉혹한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경우, 세상의 썩은 부분을 태워버리고자 하는 경우, 또한 그 속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성배 쟁탈전 때문에 많은 희생과 슬픔을 없애고자 성배를 파괴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희망을 이루어 주는 성배가 실재한다면 과연 나는 무슨 소원을 품을까? 내가 가고 싶은 길과 갈 수 있는 길이 일치하는 상황이라던가, 천성적인 건강이라던가, 운명적인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소망을 꿈꿀 것이다. 굳이 성배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생각해 봄직한 소망이다. 나 같은 소인배는 절대 성배 획득의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세계평화나 환경정화, 우주정복을 소망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 만화영화는 아무리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수의 평등을 중요시 한다지만 세계 인류를 구원할 능력 있는 소수의 선발과 그 역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번트들은 신기하고 대단한 무기와 마력을 갖는다. 순간이동은 물론 상대방의 능력의 일부를 무력화 시키거나 어떠한 공격도 의지로 몰아내는 능력이 있거나 보이지 않는 검을 사용하는 반면, 무한 검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상상을 초월한 그들의 화려한 싸움 장면은 감탄을 자아냈다. 시간과 물리학적 개념을 초월한, 절대 실현될 수 없는 그들 존재와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희열과 대리만족을 느끼므로 판타지를 하나의 장르로 한 도서와 영상이 계속, 수없이 출현하는 것 같다. 이는 또한 빠르게 변하고 발전해 가는데도 아직 우리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세상의 시시함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결과는 성배가 파괴되는 쪽으로 난다. 성배의 파괴로 세계가 뒤집히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서번트의 모순은 그들의 소멸과 제자리로 해결된다. 최선의 선택이 성배의 소멸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처럼 성배 획득을 위한 더이상의 전쟁과 희생을 막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주인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떻든 간에 지금 우리 생을 맡기고 있는 이 시간과 이 세상에 충실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비에 젖어버린 옷을 걱정할게 아니라 맑게 갤 하늘을 생각하며 새로 옷을 갈아 입도록 하자. 되돌릴 수 없는 어제에 연연하지 말고, 좀더 나은 내일을 다짐하며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날짜 : 2 0 0 6 . 0 7 . 1 5 . 토요일
날씨 : 달무리가 섬. 작성 : 희담정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