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아 미백에 대한 관심은 서울에서만 강풍이 부는 것은 아니어서 미
국에서는 치아 미백이 미용 성형 분야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치과에 가서 미백 시술을 받는 것은 물론 치아
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치약에 가정용 치아 미백 도구가 등장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치아 미백을 전문적으로 해 주는 곳들이 미국 전역에
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이트 스마일'이라는 이름의 치아
미백 전문점이 지난 해 처음 캘리포니아에 문을 열었는데 현재 그곳
에만 17개나 되는 '눈부신 미소'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의 4명의 에디터의 치아 상태는 어느 누구 하나 심한 사람은 없었
다. 흡연자로 분류될 만한 한 명의 에디터를 빼고는 담배의 영향에
서 모두 자유로웠고 녹차 중독도, 커피 중독도 없었다. 하지만 중요
한 것은 네 명 중 한 명도 눈부신 웃음을 지을 치아를 가지고 있진
못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약물 등의 부작용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아를 가진 젊은 남자가 몇이나 될까 싶었다. 바로 여기가 보통 젊
은 남자들의 출발점. 흡연과 음주, 최근엔 한약 복용까지 치아 착색
의 호조건을 가진 에디터에게는 강력한 오피스 블리칭을, 몸을 씻는
것보다는 마음을 씻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마딕한 에디터
에게는 치약과 스틱을,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기보다 클럽과 춤으로
여생을 보내느라 입 안이 항상 열기의 도가니인 에디터에게는 홈 블
리칭을, 그리고 최근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부착형 치아 미백제
는 짬밥상 가장 오래된 에디터에게 할당됐다. 모두의 조건은 조금씩
달랐고 테스트한 제품들의 차이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30일 전후한
시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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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백 치약
일반적으로 불소와 플라그 제거제가 함유되어있고 카바마이드 퍼옥
사이드나 하이드로젠 퍼오사이드와 같은 표면 탈색 성분이 연마 작
용을 해 치아 표면의 얼룩을 벗겨내고 치아를 희게 보이게 한다. 이
미 표백이 끝난 상태의 치아에 쓰면 유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치과협회는 2분 이상(한국에서는 3.3.3 운동이었지만) 칫솔질
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제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분 이하로
양치질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시간은 치약 속에 있는 불소
가 완전히 치아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
격은 천차만별이나 일반적인 치약보다는 조금 더 비싼 편.
사실 치아 미백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인간 마루타로서 나는 자격
미달이다. 어머니는 내가 이를 닦을 때마다 옆에서 양치질 시범을
보이신다.'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는다는 기분으로, 쓱싹 쓱싹!' 입
가심할 때도 아들이 혀를 닦나 안 닦나 옆에서 지켜보시는 어머니를
둔 덕에 난 구강의 청결도도 좋은 편이고 치아도 누렇지 않다(BG
M: 태진아의'사모곡').
오랜 백수 생활과 그로 인한 과다 흡연의 부작용으로 세피아톤으로
조색된 이를 가진 친구가 있다. 그가 모처럼 활짝 웃을 때 백일하에
드러나는 누런 이는 남자끼리여도, 아무리 친구 사이여도 살짝 고개
를 돌리게 한다. 그러니 배용준이니 김재원이니 하는 연성 미남에게
길들여진 여자들에게 남자의 누런 이는 치명적인 하자다.
나는 미백 치약과 치아 미백 스틱을 받았다. 일본제인 그 치약 이름
은'작트 라이온(Zact Lion)'. Lion이란 치약 회사는 들어본 적이 있
다. 튜브에 프린트된 시크한 타이포의'Z'자에 그려진 담배 두 가치
는 이 치약의 미덕을 웅변하는 것 같았다. 칫솔에 짜서 어머니 당부
대로, 쓱싹쓱싹. 그전까지 쓰던 국산 치약보다는 덜 부드러웠다. 치
아 표면이 살짝 갈리는 느낌. 그렇게 하루에 2회 이상, 한 달 동안
이 치약은 나의 치아 표면을 갈았다.
미백 치약과 함께 시도해본 것이 치아 미백 스틱이다. 그 스틱은 몽
당 연필 두 개를 붙여 놓은 정도의 길이에, 끝에는 교환할 수 있는
실리콘 고무 연마제가 달려있었다.'실리콘 고무 지우개로 치아 표면
의 불순물을 지워낸다?'난 이렇게 단순한 원리로 만들어진 제품이
참 좋다. 미백 치약보다는 훨씬 효과가 즉각적이고 셀 것만 같다. 포
장 뒷면에 적힌 사용 방법대로'치아의 물기를 없애고''표면을 지우
개로 문지르듯' 닦아냈다. 치아와 치아 사이는 뾰족한 끝 부분으로
문질렀다. 다 지우고 물로 입안을 헹구면 박하향이 입안에 감돌면서
싸한 느낌을 주었다. 이번에는 뭔가가 달라진 것만 같은 기분에 입
을 좌악 벌리고 거울을 보았다. 허나 나는 '첫 술에 배부르냐' 는 속
담을 생각하면서 성질 급한 나를 탓했다. 그 후론 주의 사항에 적힌
대로'잇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너무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았다. 이
틀에 한 번씩 썼으니, 열 다섯 번 정도 치아의 때를 지운 셈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썩 누렇지도, 아주 하얗지도 않았던 나의 이
는 어떻게 됐을까? 좋게 말하자면, 아주 살짝 하얘졌다고 할 수 있
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본
인도 모를 정도니, 한 달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 당
연하다. 아직 치약도 남았고 미백 스틱도 몇십 번은 더 쓸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미백 치약과 미백 스틱으로 새하얀 치아를 만들어 보겠
다는 도전욕은 없다. 계속 써서 이가 하얘진다고 한들 그 정도는 아
주 미미하지 않을까? 평생을 쓰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으면 또 모를
까. 비싼 미백 시술을 받아 갑자기 호탕하게 웃기 시작한 후배 녀석
들을 보며 나는 속담을 생각한다.'싼 게 비지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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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블리칭
미식축구 선수들이 끼던 괴상한 마우스 가드를 닮은 마우스 트레이
(틀니처럼 생긴 기구로 치아와 트레이 사이의 미백약이 치아를 희
게 만든다.)와 한달 분량의 표백 젤이 있다. 이 젤을 트레이에 짜 넣
고 트레이를 입속에 끼운 후, 수면을 취한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
는 일반적인 블리칭과는 차별점을 가진 치과에서 처방하는 홈 블리
칭도 있다. 하지만 과정은 시중의 다른 표백 도구들을 쓰는 것과 크
게 다르지 않다. 다만 두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데 우선 치과
에서 구강구조에 맞는틀을 짠 후, 그 툴로 완전 맞춤 형태의 마우스
피스를 제작한다. 시중의 일률적인 트레이보다 훨씬 착용감이 좋다.
다른 차이점은 표백제. 의사가 처방한 표백용액은 일반 상점에서 파
는 것보다 몇배나 강력하다. 표백제를 먹게 되면 큰일이 나는게 아
닌가 하는 환자들에게 압구정 예치과의 이 정 실장은 1리터를 마셔
도 안전하다며 확신에 찬 미소를 보여주었다. 가격은 평균 60만원
선.
스물아홉, 치과엔 고작 세 번째 끌려간다. 위생 관념이 공산당을 무
찌를 만큼 투철해서가 아니라, 어머니 말씀을 인용하자면 '이 하나
는 잘나서'다. 고백하자면 하루에 두 번 정도 닦았다. 때로는 아침에
한 번. 그것도 대충 치약만 잔뜩 짜서는 입안에 치약내 날 만하다 싶
으면 가글가글 부셔내곤 했다. 한 달에 세 개피를 피우는 담배는'후
까시'였고, 녹차는 풀냄새 나서 싫었으며, 커피는 마시기만 하면 지
구 공전하는 소리가 심장에서 진동했다. 그러니 나의 치아에 안녕이
깃든 이유는 후천적 습관과도 무관하지 않다.
압구정동 예치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착한 아이처럼
이를 앙 다물어 거울을 보았다. 봐줄 만했다. 하지만 의자에 누워
'아'를 해 보였을 때, 그녀가 던진 멘트는 황망했다. "치석이 많아
요."이내 드릴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눈앞에 치아 견본들이 나열
되었다. 치아 미백의 정도를 단계별로 보여주는 자료였다. 거울로
비교한 결과 나는 앞 윗니 두 개의 색깔이 차이가 났고(하나는 첫
번째 등급인 A1이었고 하나는 A2였다) 아랫니들도 전체적으로 약
간씩 다른 색깔을 내고 있었다. 나는 얼룩이였던 것이다.
"이제 틀을 짤 거예요. 한번 짠 틀은 평생 쓰는 건데, 손님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사랑니가 아직 완전히 나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알지네이트라는 거대한 풍선껌 같은 물질을 개고 있었다. 그것으로
이의 모형을 떠내는 것이었다. 물과 닿으면 굳는 성질이 있어 두껍
게 물고 있으면 치아의 모양대로 정확히 틀이 잡힌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떼어낼 때 너무 굳은 나머지 몇몇 성한 이가 함께 빠져나가
는 것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녀는 떼어낸 것에 석고를 부어
내 평생의 화이트 프로젝트를 책임질지도 모르는 야들야들한 플라
스틱 틀을 완성해냈다. 자, 과정은 다 끝났다. 이제 자기 전 깨끗이
닦은 치아로 휘파람을 불면서, 만들어진 틀에'나이트 화이트'라는
의 기사 제목 같은 약품을 주사기로 짜서 바르고 그걸 이에 끼고 자
는 생활을 반복하면 되는 거였다.
집에 돌아온 나는 바로 틀을 끼웠다. 역하지는 않지만 비위가 약간
상했다. 잠이 들었다. 불현듯 무언가 젖은 느낌에 눈을 떴을 땐 새벽
세 시. 아뿔사, 베개가 축축했다. 내 몸에 이렇게 많은 침이 들어있
었던가. 다음날 밤, 그걸 다시 끼우고 잘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온
얼굴이 찐득거렸다. 그 불쾌를 무릅쓰고 나는'꼈다'. 체험기를 써야
하니까. 베개 위엔 오만 겹의 티슈를 깔았다. 이번엔 잠이 오지 않는
다. 침이 자꾸 고였고 그럴 때마다 뱉거나 삼키거나 했는데, 결국 깨
어보니 새벽 두 시였다. 정도는 덜했지만 역시 젖어있었다. 다음날
치과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했다. 그녀는 잠시 중단하라고 말하면
서 삼켜도 무방하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착한 조언도 들려주었다.
이주일이 지났다. 달라졌다. 하얘졌다. 특별히 활짝 웃는 일이 잦아
졌다. 레이저 치료를 한 J 선배는 양치질을 할 때마다 이가 말도 못
하게 시리다고 했는데, 내 경우엔 잠깐 그러고 말 뿐 고통스러울 정
도는 아니었다. 나의 그 불쾌하고 끈적한 상황? 서서히 사라지고 있
다. 적응이란 무서운 것이니까. 그걸 끼운 채 애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 긴 통화도 한다. 발음이 이상하다고 하면 사랑니가 덜 나서
그렇다고 말했다. 처음 치료를 받은 지 3주 후, 치과에 들러 미백 정
도를 체크했다. 앞니 두 개는 모두 A1, 아랫니들도 점차 밝아지고
있다고 했다. 사랑니는 그대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