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가로수 아래
흑빛 어둠마저 잠드는 한 가을
그 잊었다 생각한 훗날에
어렴풋이,
낙엽이 쓸고 지나간 자리의 먼지처럼
그렇게 피어오르는 너의 잔영은
한편
아름답던 미소로 내 심장을 움켜쥐며
아직도 몸서리 쳐지게 나를 죄어오고
그 속박속에
그 날카로운 칼날에
내 가슴을 한 번 더 저며야만 했는가
이제는 더 이상 찢겨질 곳 없는 가죽처럼
불로초를 준다한들 살아나지 않을 시체처럼
방 구석에 굴러다니는
더러운 헌 헝겊이 되어 버렸으나
단 하나
내 너를 사랑했다는 과거만은
잊을 수 없으리니
내 너의 찬란한 행복에
시기의 과오를 범할지라도
처절한 애환의 끝에 선
한 의미 있는 것의 절규이리니
내 이제 너에게 소리 없이 외친다
지금은 아닐지라도
넌 내게 올 것이다
내가 이미 너에게 갔으니..
그것만은 분명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