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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Long Vacation

정진교 |2006.07.19 11:24
조회 48 |추천 0

첫사랑 & Long Vacation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니던 컴퓨터 학원 윗층에 피아노 학원이 있었습니다.
컴퓨터 학원에서 만난 여자애를 좋아했는데, 그 친구가 피아노 학원에도 다녔습니다.
당시 조지윈스턴의 앨범을 친구한테 빌려서 피아노 소리를 들어봤는데 별로 좋은줄 몰랐습니다..ㅎㅎ
그런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 그때부터였을 껍니다.


군대에 들어가서 음악전공인 후임한테 음악 이론을 배워가며 바이올린 독주곡을 듣곤했습니다.
협주곡은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섬세한 선율의 독주곡이 좋았거든요.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던가요?
언제든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피아노를 구입했습니다. 삼익피아노로 친구가 가지고 있던 중고였습니다.
간단한 피아노 교본 몇 권 사다 두긴했습니다만, 시작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첫사랑 기억처럼 동기 유발이 필요했나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혼자 시작할 수 있는것도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얼마 후 일본으로 유학을 갔고 그 피아노는 어머니가 팔아서 이사 비용으로 쓰셨다고 합니다.


첨엔 먹고 살기 바빴는데 여유가 되면서 키보드를 구입했습니다.
동생이 갖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줬습니다.

 

Long Vacation이라고 일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세나 히데토시(기무라 타쿠야)와 모델 하야마 미나미(야마구찌 토모꼬)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기무라 타쿠야하고 야마구찌 토모꼬 이외에 피아노를 좋아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쿄에 와서 1년이 지났고 회사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이라 피아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습니다.
다시 키보드 구입하고 아는 사람 소개로 집으로 선생님을 모시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오카자키(전철로 2시간)에서 오시는 분이라서 더 이상 부르기가 죄송하더군요.
그래서 가까운 피아노 교실을 찾았습니다.

 

 

원장선생님이 어떤 곡을 배우고 싶냐고 하셔서 "세나의 피아노"

세나가 미나미를 위해서 항상 쳐 주었던 곡 Close to you.
시간은 언제가 좋겠냐고 하셔서 "토요일 오전"

 

첫 레슨때 20대 초반의 이쁜 선생님이 연락장을 고르라고 바구니를 가져오셨습니다.
안에는 초등학생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만한 귀엽고 이쁜것들이 많이 들어있더군요.
선생님한테 아무거나 골라달라고 했더니 "인크레저블"

 


어른을 위한 피아노 교본하고 연락장 자전거에 실고 경치좋은 도로를 달리다보면 피아노 학원이 보입니다.
토요일 오전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는게 참 재미있습니다.

3번째 레슨때 선생님 이름을 처음 알았는데 야마구찌 토코꼬더군요.
저는 매주 Close to you의 연습한 부분을 선생님 앞에서 칩니다.
제가 세나도 아닌데 미나미짱(Long vacation에서 야마구찌 코모꼬役) 앞에서..ㅎㅎ

 

클래식을 좋아하다 보니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에는 창문 다 열어두고 벅스뮤직의 클래식 틀어두고 청소하는 일입니다.

 


그러다보면 청소기 소리도 환풍기 소리도 세탁기 소리도 협주곡의 한 부분이 되어버립니다.
언제부턴가 협주곡도 피아노 소리도 좋아졌습니다.

 

건반을 누르다 보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것을 하나 하나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내 손가락 밑에서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신기해 하다 다음 소절을 잊어버릴 때,

우연히 누른 몇개 음이 언제 어디선가 들었던 곡에 있었다는 기억,

격주로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피아노에 비치는 내 손가락 그리고 그 손가락의 움직임,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습하다 오른손 약지하고 새끼손가락의 짧은 시간 무리한 움직임에 아파오는 팔

 


도쿄 긴자에서 열린 한 파티에 참석했을 때 독일인 친구가 피아니스트하고 같이 피아노를 치는 것을 봤습니다.

 


그 친구한테 그런 재주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보기 좋더군요.

그 뒤로 집에서 파티를 하면 초대해서 피아노 연주를 부탁하곤 한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 12월 크리스마스 파티 때 연습한 곡을 연주해야 한답니다..ㅎㅎ
키보드 위에서는 잘도 움직이는 손이건만 건반 위에만 올라가면 왜 그렇게도 수줍음을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오려는 어느날

도쿄에서 일 안하고 땡땡이 치는

루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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