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옷을 꺼내 입고 목욕을 하고 양말을 신으며 머리를 감았다.
순서가 이게 아니다. 뭔가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p 번의 쪽지가 모여서 핸드폰 번호가 교환되었다. 한 두번의 문자 메세지를 하고 난후 통화가 이루어졌다. 이건 마치 첫 데이트를 나가는 기분이다.
"아니 아니그러면 안되는거 아냐? 마나님 생각을해야지." 라고 머리 속에서 담배를 입에 문 천사가 한 마디 한다.
멈칫. 그 말이 맞다.
"이왕 나갈거면 알리바이를 확실하게 해야지. 혹시 누가 알아 밤을 새면서 이야기만 나눌지? 일단 작업실에서 급한 일이 생겼다고 음.. 옆집 강아지가 대학에 들어갔다거나 뭐 이런 핑계를 대라구"
"천사원츄!!"
알리바리를 만들고 집을 나섰다.
약속시간 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았지만 무슨 상관이랴.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아름다운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른 여자에게 말 걸었다고 이단 옆차기로 맞은 일들...
말 다툼 하다 목을 할퀴어서 한 동안 목폴라를하고 다닌 일들...
태권도 2단에 쌍절곤을 돌리는 자기 동창과 싸워 이긴 사건들... .... -.-!
어쩐지 헤어지기 잘한것 같다.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럴만도 한것이 " 미안하다 사랑하다"에 나오는 모 텔런트와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 분위기나 용모나... 피부색 까지..
.
임수정....
.
.이면 얼마나 좋으련마는... 아니다. 소지섭의 기억없는 엄마로 나온 이혜영... 과 흡사하다. 성격도 비슷한지 모르지만 <대략 좀 드세보인다고 하면 맞는 표현일까?. 사실 좀 이 아니지만... >
얼마나 변했을까?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제법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가 아닌가? 남편의 얼굴은 기억한다. 헤어지기 전에 한 번 만났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확실하게 그 이유를 알고 헤어지는 편이 나을것 같았기에 요구했다.
결혼 날짜 까지 잡은 마당에 헤어지는 상황이고 다른 다른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방적인 차임을 당하는 것이나 이 정도의 권리는 요구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자신이 받지 못하는것. 얻지 못하는 것을 크게 보는 경향이 있어. 니가 가진 10개의 장점이나 마음쓰임새 보다는 네가 주지 못한 단 한 가지를 그 남자가 주었다면 ... 아마 그게 더 커보였을거야"]
우리 둘의 사이를 누구 보다 잘 알고 교류하던 친구에게 헤어진 사실을 말하자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말한다. <녀석은 5년후에 겨울... 내 손으로 산속의 얼음물 아래 뿌려졌다. >
남자는 나와 다른 타입이었다. 제법 살집이 있고 <퉁퉁하다> 영업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무척이나 활달했다. 오호... 지금 생각하면 지겨울만도 하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가 테이불을 차지한다. 불안한 기색이 얼굴을 스치는 것을 눈치챘다. 나를 단순한 친구로 소개 받은 남자는 아무 것도 모르고 건배를 제의한다. 나 역시 웃는 얼굴로 잔을 부?H쳐준다.
약속한 역에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다.
첫 만남에서는 4시간을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시간을 맞추려나? 라는 생각을 하며 담배를 입에 문 순간 몸이 갑자기 급격하게 낮좆都?
지이이이이이잉~!
핸드폰은 언제나 매너 모드.~~~~!!!
만났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얼굴. 잊기 힘들어 바닥을 박박기면서 찾던 인간이 십 수미터 앞에서 손을 흔든다.
머리속에 잠시 날아가서 삼단 돌려차기를 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생각해 보니 태권도 이단도 제압했던 그녀가 아닌던가? 암무마 되면 힘이 더 쎄진다고 하던데...
같이 손을 흔들었다.
조금 몸이 커진걸까? 얼굴이나 인상은 그대로인데 하체에 살이 좀 붙은것 같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생각보다 담담하다. 이산가족이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원수..같은 상황을 생각했는데 만나고 보니 어제 헤어졌다 오늘 연락해서 얼굴보는 기분이다.
잠시...쉬는 시간입니다.
이후 묘사가 단순해지더래도 이해를하시길... 어제 너무 진을 빼서 다시 그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싫어서요. 그냥 간략하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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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남은 밝은 곳도 격식있는 곳도 진지한 곳도 어울리지 않는다. 팝송도 필요없고 클래식도 불필요하다.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허름하며 적당히 기억이 묻어 있는 곳이 좋다.
소주와 찌개를 주문했다. 처음 만나서 마신 술이 진 토닉이었고 마지막으로 마신 술은 맥주였다.
소주는 서로 잘 하지 못해서 가급적 삼가했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나면서 시작한 술이 되었다.
탐색을 다시 한다. 안부를 묻고 부모님과 형제의 안부를 묻는다. 일 라운드가 끝나고 소주가 한 병 비워지면서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된다. 핸드폰을 꺼내 서로의 자식들을 보여주고 사는 이야기를 한다.
1남1녀. 그럴줄 알았다. 몸이 통통해질만도 하다. 다이어트에 관해 물어보려다 아직 성질이 살아 있는것 같아 관두었다.
"미안해"
라고 말한다.
"뭐가?"
라고 물었다.
"어..그냥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러는게 아니었어. "
"그걸 이제 안거야?"
"그 때는 몰랐거든..나도 격어 보니 알것 같아"
격어보니? 이건 또 무슨 심청이가 뱃머리위에서 살풀이 춤 추는 소리인가?
이야기는 이렇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시기에 애인이 생겼고 <이걸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혼까지 고려하던 중에 나에게 했던 식으로 일방적으로 차인것이다.
그리고 그 때서야 과거에 자신이 했던 것이 어떤 식으로 상처를 주었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연애를 안하다 보니 늙으막에 고생이다. <그럴법도 한것이 지나치게 오랬동안 한 사람과 연예를 해서 방아력이 최저수준이다. 한 두번 실연을 하고 나면 뭐 그정도 ..하고 털고 일어나야 정상아닌가.>
"괜찮아. 시간이 약이니까."
"아냐.."
"뭐. 그런거지. 원래 상처를 준사람은 기억을 잘 못해. 상처를 받은 쪽이 더 오래가는 거지. "
"나도 뭐 지금도 연예도 하고 애인도 만나고 다니느데.."
" 결혼했잖아"
"너도 했잖아?"
사실이건 고약한 심술이다.
핸드폰에서 여자친구의 사진을 찾아 보여준다. 언니가 탤런트기에 그 미모를 그대로 받았다. 40이 가까운 나이에도 20대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건 유치한 행동이다.
물론 애인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면 죽일려고 들겠지만 뭐 친구 좋다는게 뭔가? 그럴수도 있지.
<마나님과 더 불어 그 친구도 이 글을 안보기를..>
시간이 가면서 빈 병은 늘어나고 담배꽁초는 쌓여간다.
이제 슬슬 일어날 시간이다.
계산을 하고 잠시 머뭇거리다 차를 한 잔 더 한다. 특별히 할말이 없었다. 나나 그녀나..
지하철 역에서 가볍게 악수를 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등 뒤로 그녀가 서있는것이 느껴지지만 일부러 뒤를돌아보지도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다시 각자 생활로 돌아가면 된다. 더이상의 쪽지도 문자도 전화도 없을것이다.
백일몽 같은 시간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