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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상잔 6.25. 민간인학살의 주범-정부와 미군

김영종 |2006.07.22 21:22
조회 75 |추천 1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파블로 피카소가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작품을 내놓은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이다. 최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노근리 학살’ 사건은 1950년 7월에 발생했다.

여러 정황상 피카소가 그리고자 했던 것이 꼭 노근리는 아니었던 듯하다. 다만 미군 또는 한국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려 했던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한반도에서는 노근리 사건을 비롯해 제주 4·3 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등 수많은 학살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학살 규모 100만명 추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가 펴낸 보고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길잡이’는 “한국 정부 또는 미군에 의한 학살이 좌익에 의한 학살보다 10배는 많다”고 밝히고 있다. 미군 등에 의한 학살은 1백만명인 가량인데 반해 좌익에 의한 학살은 10만여명이다. 이는 학살피해 유족회가 전국에서 수집한 피해 사례에 근거한 것이다.

범국민위는 23일 서울대 동창회관에서 ‘전쟁과 학살, 그 극복을 위하여’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과 ‘진상규명 길잡이’ 출간기념회를 열어 민간인 학살의 올바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범국민위와 학계가 피해자 유족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추산하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피학살 사건의 희생자는 1백만여명. 이 가운데 조사를 통해 정부·학계로부터 인정받은 학살 사건 및 희생자는 제주 4·3 사건 3만여명(정부 인정 1만2천7백25명), 거창 신원면 사건 719명(정부 548명), 영동 노근리 사건 400여명(정부 218명) 등 1만~3만명 정도다.

반세기 이상 지나는 동안 가해자인 국가가 진상 규명을 위해 한 일은 없다. 오히려 ‘레드 콤플렉스’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억을 왜곡했을 뿐이다.

1960년 4·19 직후 유족들의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학살 진상규명 운동이 일어났지만 5·16 이후 유족들은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회 간부들에게 내려진 죄목은 ‘특수반국가행위’였다.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낙인은 무시무시한 형벌이었다.

“그 당시 제일 무서운 것이 ‘손가락 총’이었어. 아버지는 여순사건 당시 ‘얽은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을 처형한 ‘얽은 얼굴’의 좌익분자로 지목됐어. 나중에 진범이 잡히긴 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60여가지 직업을 거쳐왔지.” 순천에서 농기계 판매업을 하는 오동근씨(64)의 증언이다.

생존자들은 ‘우리 아버지, 우리 형님은 결코 빨갱이가 아니었다’고 말하는데 익숙해졌다. 이들도 어느새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지배담론에 동화된 것이다.

-진실위 조사권 제한 고쳐야-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간 뒤틀렸던 기억의 왜곡은 여기저기서 풀어헤쳐졌다. 96년 거창 특별법을 시작으로 2000년 4·3 특별법, 최근엔 노근리 사건이 언론을 타면서 유족들은 스스로도 지우려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다.

이들의 눈물 겨운 노력은 2005년 5월 통합 과거사법 제정으로 작은 결실을 맺었다. 이 법에 근거해 ‘진실과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위)가 한시적이긴 하나 정부기구로 출범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보수진영의 이데올로기적 공세와 국회에서의 정치적 타협으로 ‘누더기’가 돼버려 과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군이나 정부기구에 대한 조사권이 제한돼 있으며 청문회 조항도 없다.

진실위의 조사 인력이 방대한 집단학살 사건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현재 진실위에 접수된 민간인 학살 사건은 338건에 피학살자가 32만여명이지만 이를 조사할 인력은 30여명에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하다. 제주 4·3 위원회나 노근리사건 명예회복위 등 단일 사건에 대한 조사기구보다 적은 인력과 예산이다.

범국민위의 신혜영 사무국장은 “이 인력과 활동 시한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면서 “조사 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흉내만 내고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실위 민간인 학살 분과의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조사 경과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조사 인력이 부족하고 조사권이 제한돼 있는 한계는 지금이라도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실위는 지난 4월 고양 금정굴 사건, 단양 곡계굴 미군 폭격기 사건 등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10건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정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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