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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이 사라지면 이사람들은 어떻게하라고..??

김영종 |2006.07.25 00:42
조회 121 |추천 1
"동묘역 아시죠? 동묘는 동쪽의 사당이라는 뜻의 한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묘는 누구를 모시는 사당일까요?"
"……잘 모르겠는데?"
"동묘는 관우에게 제사 지내는 사당입니다.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왔던 명군에 의해서 세워진 사당이라네요."
"워매… 선생님. 관우가 그 삼국지에 관우여?"

지난 13일 밤. 참빛야학의 학생들과 교사의 열기는 오히려 여름밤의 더위마저 이겨내고 있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전통의 추천 피서법이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석계역을 지나가는 지하철의 소음이 들려오고, 후텁지근한 공기를 씻어주는 선풍기는 단 한 대만이 털털 거리며 교실 뒤편에서 돌아가고 있지만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이 정도의 소음과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려운 한자를 받아 적느라 바쁘고 교사의 재미있는 설명을 듣느라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교사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기 쉽게 두런두런 흥미로운 일화들을 풀어놓느라 바쁘다.

교실 벽에 붙어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사진 속에서 참빛야학의 30년 역사와 서로간의 유대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0명의 학생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50대 어머니 학생들부터 나이에 비해 아직 앳되어 보이는 청소년까지 이십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이들은 이 교실에 모였다.

▲ 참빛 야학의 한문시간 ⓒ2006 이경태
교사도 학생도 야학에서 배운다

참빛야학 청소년반에 재학 중인 송영만(24)씨는 건강이 안 좋아 정규학교를 제때 다니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작년 9월에 참빛야학의 문을 두드린 후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야학을 다니면서 내 나이라면 알아야 했던 것들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곳의 선생님들을 통해서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많이 배우고 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에만 있었던 5년이 너무 아깝다."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야학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는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성 이냐시오 야학에서 교사활동을 했던 최희정(28)씨는 "야학활동을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되짚어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당시 30대부터 어머니뻘 학생들이 많았다. 국어시간에 '나의 삶'이라는 주제로 작문을 했다. 각자의 작문을 발표하면서 학생들과 교사들은 함께 울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는 삶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게 그 분들의 글과 한이 담긴 눈물은 나와는 다르게 살 수밖에 없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곤궁한 현실... 그러나 배움의 등불을 끌 수는 없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배움의 공간인 야학. 하지만 그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대림역 근처에 위치한 섬돌야학은 학생 수 20여명과 교사 14명이 함께 하는 소규모 야학. 교사들의 회비와 매년 여는 일일호프의 수익금 그리고 국가의 지원금으로 빠듯하게 재정을 꾸려가고 있다. 현재 섬돌야학이 받는 지원금은 한 해 약 500만 원 정도. 하지만 여전히 야학을 꾸려나가기에는 힘들다.

 ▲ 참빛야학 교무실의 낡은 캐비넷. 비록 낡았지만 안에는 교사들의 열정이 담겨져 있다. ⓒ2006 이경태섬돌야학의 교무부장 신준영(25)씨는 "비록 실 평수 15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보증금 200만원 월세 45만원을 꼬박꼬박 내려면 빠듯하다"고 말했다. 화장지를 찾는 학생에게 OO주유소의 티슈박스를 건네주며 "휴지도 이렇게 지원 받지요"라는 그의 농담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다수의 야학들도 이렇게 교사들의 회비와 후원금 그리고 지원금으로 어렵사리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사들은 현실의 곤궁함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는다. 섬돌야학의 교장 정현미(30)씨는 "야학을 운영하다 힘들어서 공부방으로의 전환을 할까 고민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정씨의 고민을 접게 만든 것은 '야학'을 찾는 전화들이 아직도 걸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소외된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야학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섬돌야학의 또 다른 교사인 고은애(24)씨는 "야학에 대한 호기심과 사회봉사에 대한 작은 마음으로 시작한 야학"이었지만 회사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지금도 "비록 피곤하지만 학생들과 쌓인 정이 나로 하여금 야학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고 말했다.

"돈 없는 사람이 배우려고 하는데 나라가 돕지를 않아..."

그러나 지난 5월 이들의 열정에 느닷없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각 해당구청이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지원금을 2007년부터 끊겠다고 통보했다. 대부분의 야학 교사들이 회비까지 내가면서 힘겹게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야학들에게 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에 개별야학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6월 30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국가청소년위원회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남부교육센터 대표 김한수씨는 "대다수의 개별야학들의 지원금 의존율은 80%나 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종합적인 대책 없이 내놓은 이번 결정은 야학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 6월 30일 범야학 비상대책위의 성명서 발표 모습 ⓒ2006 이경태국가청소년위원회 복지지원팀의 김석병 팀장은 11일 전화통화에서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사업대상은 청소년인데 05년에 각 지자체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야학의 학생들 중 청소년의 비율은 1/3이 되지 않았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문해교육지원 방안을 내놓은 지금, 야학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자금운영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교육인적자원부와의 협의가 존재했냐는 질문에는 "실무자간의 이야기만 있었을 뿐 교육인적자원부와 공문을 보내는 등의 협의는 아직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6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7월부터 '성인문해교육'에 총 24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150여개의 야학 중 지원을 받는 야학은 단 50개.

교육인적자원부의 관계자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굳이 야학을 대상으로 한 지원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면 지원을 하기는 힘들다"며 야학에 대한 지원이 적은 까닭을 설명했다.

하지만 섬돌야학 교장 정현미(30)씨는 이같은 교육인적자원부의 해명에 문제를 제기했다.

"평생교육학과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짜는 프로그램과 봉사를 목적으로 온 비상근직 교사들이 짜는 프로그램이 같을 수는 없다. 결국 국가의 지원만이 아니라 풍부한 후원을 받는 다른 기관들은 쉽게 지원을 받는 반면 소규모 야학은 지원을 받기는커녕 상대적으로 생존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참빛야학 교장 K씨는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월 40만원에 상근간사까지 고용했다"며 "현재의 지원금이 중단되면 교사들의 부담이 커져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 것"이라며 걱정했다.

학생들도 이와 같은 결정에 불안해하고 분노하기는 마찬가지. 섬돌야학의 고등반 학생들은 "돈도 없는 사람이 배우려고 하는데 나라가 돕지를 않는다"며 모두 문제가 있다며 입을 모았다. 50대의 한 학생은 "남은 예산을 쓰기 위해서 애꿎은 길이나 파헤치지 말고 이런 좋은 일을 도와야 한다"며 이번 지원 중단 결정을 비꼬기도 했다.

"모진 시기일수록 야생초와 같이 더 성장할 것"

남부교육센터의 김한수씨는 "굳이 야학들이 잘못했다면 배우고자 했던 성인과 이주 여성들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준 것 밖에 없다"며 "오히려 교육환경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모두 끌어안은 야학의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하지 않냐"며 반문했다.

 ▲ 참빛야학 교사들의 이름표. ⓒ2006 이경태전국야학협의회 회장인 김동영(53)씨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야학은 정부의 적은 지원만으로도 현재 교육체제가 소화하지 못하는 것들을 수행해왔다"며 "훌륭한 사회간접자본인 야학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100년 가까이 되는 야학의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오히려 모진 시기에 더욱 야생초와 같이 더 성장해왔다"며 야학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개별 야학들은 범야학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오는 23일 대전에서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 총회에서 야학들은 전국의 야학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당국과 계속 협상해나갈 계획이다. 한 야학 고등반의 50대 학생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나는 못 배운 것이 한으로 남아서 그걸 풀라는 사람이요. 아직 이 사회에 나처럼 못 배워서 한 쌓인 사람이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 나오는 것뿐인데 야학이 없어지면 그 사람들 다 어쩌라고 그러나?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어디에서 공부하라고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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