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13년간에 걸친 사투에 경의를 표하며..
글쓴이 : 송은석
날짜 : 2006.01.1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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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아!! 수고했네..
난 자네가 분명 해 낼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자네가 이 힘든 투쟁을 과연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네..
어쩌면 내가 지녔던 이 불안한 의문을 자네도 똑같이 지니고 있었을런지 모르지.
음..
94년 봄이였지.. 영남알프스 가지산 암벽등반 중 추락했을 때가 말야..
휴~~ 하긴 이젠 그 사건에 대해선 별로 할 이야기도 없네 그려..
가만.. 햇수를 세어보니 13년 전이였군... 13년 말일세..
식물인간 상태에서(45일간인가 아마 그랬던것 같군???) ...
장기기증이 결정나고.. 자네의 장기를 받기 위해 수술직전단계까지 들어갔었던 사람들.. 그러나 그 분들에게는 야속하지만 죽었던 몸뚱아리가 다시 살아나고..
재활...
또 재활....
의사국가고시 통과.. 인턴통과.. 레지던트통과..
오늘 받은 자네의 문자 메시지..
“ 석아..전문의 1차 합격했다.. ”
자네 그거 아나?? 나 오늘 늦은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다가 자네 문자 확인하고는
눈물이 “핑” 하고 도는 게 정말 미치겠더구만..
음...
자네 같은 친구가 내 곁에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네..
난 자네를 통해 인간에게 있어 삶과 죽음은 정말이지 한 끗발 차이란 걸 배웠네,
또한, 뇌의 일부분이 제거된 정신적 신체적인 병신(??이건 자네표현일세 오해말길..)도
자기 하기에 따라 그 어렵다는 전문의도 될 수 있구나 하는 황당한 사실도 알았네..
어디 그것뿐인가..
엄청난 양의 메모로 잃어버린 자신의 메모리 일부분을 대체하는 것을 보고
영화 메멘토가 허무맹랑한 픽션이 아니란 알았지..
인도에 무심코 내어놓은 바리게이트, 간판, 차량진입방지물 등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위험한 물건들인 줄도 알았고..
예전에 자네가 의사국시 때 자신의 목소리를 테입에 담아 쉬지 않고 들어면서 공부를 했었지.. 그때 자네 가방 속에는 책보다 테입이 더 많이 들어있었는데도
자넨 불평 한번 하지 않고 늘 이렇게 말했지. “석아~ 세상에 마이마이란게 있으니 이렇게 좋네.. ” 하고 말일세..
그러던 자네가 이번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던 1년 동안은 그 테입으로부터 해방되었지..
그때가 기억난다.. 막창 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 불현듯
“석아~~ 요것이 MP3란건데.. 기가막히더라. 테입이 필요없어. 용량도 엄청 크고..
하여간 하나님께서는 내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꼭 이런 식으로 문명의 혜택을 주더란 말이야.. ”
자네에게 있어 메모지의 일정부분을 대체해준 휴대폰의 전자수첩기능과 함께
이 MP3란 물건이 사용하기에 따라선 참 요상스런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자네 덕일세..
요즘 같은 시대에도
신문, 방송을 접하지 않고도 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그렇고..
자네 같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자원봉사(표현이 좀 너무 딱딱하다만..)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도 없다는 사실..
음...
지난주엔가 자네와 나 이렇게 둘이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에
완이 자네가 했던 말이 문득 생각이 나네그려..
“난 이 세상에 미안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예전에 나의 장기를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수술직전까지 갔다가
그만 내가 의식이 돌아오는 바람에 순식간에 꿈과 희망이 좌절되었던 그 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두 번째는 내가 의사국시에 합격했을 때 반대로 시험에 떨어졌던 당시 의대생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나 같은 이런 병신도 죽기 살기로 해서 의사가 되고 전문의가 되는데
두 팔, 두 다리, 정신, 멀쩡한 사람들이 힘들다고 한탄하고 좌절하는 것을 보면
너무 불쌍하다. 자기가 안 해서 그렇지. 의지가 약하고 게을러서 말이야. ”
늘상 그랬지만,, 한잔 마시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불쑥불쑥 내 던지는 자네의 말들은.. 어느 깊은 산중 선방에서 수 십 년간 참선삼매에 들었다가
어느 날 새벽 툇마루 모서리의 푸른 이슬방울이 맺혔다 떨어지는 순간...
바로 그 찰라의 순간에 깨달음을 얻은 어느 노선사의 소중한 말씀 같았다네..
도가 어디 따로이 있겠는가?? 자네의 도는 자네 속에 있음이 확실하네..
노자 도덕경 11장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네..
“그릇은 가운데 아무것도 없는 빈공간이 있음으로 해서 사용되어지는 것이고
문과 창문이라는 구멍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방의 유용성이 있다”
자네의 우측 앞머리 머리칼 속에 숨어 있는 함몰의 공간,
비어있는 메모리영역, 부자연스러운 사지, 시야의 4분의1만 보이는 눈..
바로 그 비어있는 공간들이 비록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자네를 여기까지 이끌고 오는데 한몫을 한 주범일세..
그러나,, 지금 이 시간부터는 훈장같이 달려 비어 있는 자네 신체의 그 빈 공간들이
세상에 빛이 되고 힘이 되는 크나큰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네..
자네의 정신적 멘토 들꽃마을의 최신부님..
의사로서의 멘토 봉(??)교수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준 멘토 자네의 처..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지만,,
자네의 술자리의 멘토 송은석.. 하하~~~
다들... 고마운 사람들이라네...소중한 인연들이고.. 무슨 말인지 잘 알걸세..
한마디 더 하고 싶지만 자네가 화를 낼까... 참기로 했네...
그분들... 너무 미워하지 말게나...
중학교 2학년 때...
자네와 한반이 되어 첨으로 통성명을 하게 된 사건이 바로 싸움이였지.. 하하~~
싸움으로 만난 인연이.. 어느 듯 여기까지 오게되었네그려....
여기까지???
누구 말처럼 참된 친구를 두고 있다는 것는
영혼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라던데..
고생했네... 친구..
그 동안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김태완선생님..
아무쪼록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십시오..
전 당신을 하나님이라고,, 천사라고,, 더 아름다운 이름들을 불러주고 싶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당신은 나의 친구입니다...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