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호텔리어, 안드레 발라즈

머서 호텔의 머서 키친. 문어 카르파초는 무릎을 치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안드레는 소문과는 달리 나타나진 않았다. 우연처럼 부딪친 후, “오, 미스터 발라즈. 오 세상에, 나는 내일 너의 새 호텔, QT에서 인터뷰하기로 되어 있는 의 에디터야. 이렇게 먼저 만나다니, 정말 반가워.”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 입속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억양 연습을 계속했다.
일주일 전, 예약하고 들어선 머서 키친은 그럴 만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물이 좋았다. 가장 소호다운 레스토랑, 가장 소호다운 호텔이라는 뉴요커들의 설명은 그럴듯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아무것도 시키지 않아도 앉아 쉴 수 있었던, 도회적 취향의 어떤 사람의 거실에 들어선 듯한 머서 호텔의 로비 라운지는 바뀌어 있었다. 이제 뭐라도 시켜야 했고, 투숙객이 아니면 그곳에 앉아 읽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생겨나는 그 북 컬렉션에 눈을 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안드레 발라즈를 만나면 이 치사한 정책에 관해 비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그를 만나진 못했다.
안드레 발라즈는 드류 배리모어가 술을 마셔대고 모니카 벨루치가 약물을 과용했던, 유명하지만 좀 수상한 샤토 마몽 호텔, 1990년부터 소호에 있던 빈 창고 하나를 멋내기 좋아하는 지식인들을 위한 홈베이스로 변모시킨 머서 호텔, 비싸지도, 그렇다고 절대 저렴하다고 할 수도 없는 가격대의 체인 호텔인 스탠더드, 사우스 비치보다 더 멋진 풍광의 풀장을 가진 호텔 랄레이, 안드레 발라즈 호텔의 범용 보급판 같은 QT 호텔의 창조자, 그리고 주인이다. 의 저자인 도널드 알브레트의 말처럼 안드레는 호텔이 스타, 술, 섹스가 어우러져 대단히 극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공공의 멋진 리빙 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호텔리어였다. 호텔이 숙소가 아니라 ‘힙’한 사람들은 만드는 ‘핫’한 일들의 ‘쿨’한 장소라고 이해하고 있는 . 에디터는 그를 만나야 했다. 타임 스퀘어의 QT. QT는 로비에 22피트의 수영장이 있고 바의 창문으로는 맨해튼의 전경이 밀고 들어온다. “최소의 공간에서 최대의 경험을”이 QT의 모토라고 전한 PR 매니저는 하필 그날이 QT의 다큐멘터리 촬영이 있는 날이므로, 안드레의 촬영은 그의 클로즈업 컷으로 제한한다는 놀라운 규제를 내게 선물했다. 화를 낼 사이도 없이 깔끔하고 환한 로비에 그가 나타났다. 우마 서먼과 함께 찍히는 파파라치 컷에서 보여주던 그 모습은 아니었다.

당신의 시간이 넉넉하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당신이 만나야 할 사람이 다섯 명, 당신이 받은 전화가 네 통이었다. 그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뭔가 믿을 수 없고, 당신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인 것은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바쁜데, 우마 서먼과 데이트는 어떻게 하나? 하하하.
어떻게 만났는지, 그녀가 당신에게 주는 매력이 무언지에 대해 물을 것 같아서 그냥 웃고 마는 것인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호텔에 관한 질문만으로도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당신이 만든 호텔 중 당신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호텔은 소호의 머서라고 들었다. 그런가? 그렇다. 머서는 소호다. 소호에 있는 호텔인데 너무나 소호 같다. 나는 호텔이 지역과 상관없이 생겨나는 것에 반대하고 또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 지역의 분위기, 특징이 그 호텔을 규정한다. 그런 면에서 머서는 가장 소호답고, 소호를 사랑하는 사람들 같다.
그것이 당신의 호텔이 가진 특성인 것 같다. 안드레 발라즈가 느껴진다기보다 그 호텔이 세워져 있는 그곳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당신의 철학 같은 것과 관계 있는 것인가? 내가 호텔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웃(neighbor)이다. 호텔은 지역의 기반 없이는 탄생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지역이 가진 정서, 그 정서에 깃든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 놀러 왔거나, 일하러 온 사람들, 또 그들이 그곳에 대해 가진 생각들.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다면, 그건 호텔이 아니라 숙소다.
이제는 더 이상 호텔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안 슈레이거와 당신은 계속 비교된다. 당신이 지금 말한 바로 그것이 그와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이안이 만드는 호텔은 뉴욕이거나 LA거나 이안 슈레이거 스타일, 정확하게 말하면 필립 스탁 스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당신이 만든 호텔은 그렇지 않다. 어느 것이 더 좋거나,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투숙객의 취향의 문제니까. 이안 슈레이거는 어디에서나 버라이어티한 판타지의 공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어디에서나 같은 감정을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어느 특별한 곳의 특별한 정서가 당연하게 배어 있는 공간에 더욱 주목할 뿐이다.
호텔에도 트렌드가 있다. 요즘의 트렌드를 당신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요즘의 트렌드는 이미 예전에 분석했기 때문에 잘 기억이 안 난다. 하하하. 호텔을 만드는 사람은 적어도 6개월, 많게는 3년 이후, 호텔을 지을 그곳의 변화와 그곳에 살거나 그곳을 좋아할 사람들의 정서에 대해 정확하게 예견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치밀하게 동향과 유행을 분석해서 지었다고 하더라도 그 시기를 잘못 맞추면, 완전히 다 지어졌을 때는 한물간 호텔이 오프닝하는 비극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별 여섯 개짜리의 초특급 호텔과 말하자면 부티크 호텔이라고 해도 좋은 작은 객실 수의 컨셉트가 중요시된 ‘라이프스타일’?호텔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당신이 그 전성기를 당겨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부티크 호텔의 활황에 대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이프스타일 호텔? 그것이 바로 부티크 호텔의 핵심 아닌가? 객실 수보다 객실의 성격, 그 객실에서 가져갈 추억에 더 많은 공을 들인 호텔 말이다. 부티크 호텔은 쉽다. 고객의 취향에 모든 것을 맞춘 작은 규모의 호텔이 부티크 호텔인 것이다.
샤토 마몽과 스탠더드, 아니 QT는 과연 이 호텔들이 동일한 사람이 만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샤토 마몽이 노스탤지어를 위한 호텔이라면 스탠더드는 다이내믹, 에너지를 위한 호텔 같다. 당신이 기준으로 세운 것은 무엇인가? 매우 다른 종류의 호텔이다. 지금은 젊은 세대가 모든 종류의 문화적 자산을 총체적으로 끌고 가는 때다. 그리고 그들의 욕구는 그들의 능력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런 문화에 정통한 사람들을 찾아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이 세대들이 기대하는 호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스탠더드가 그 해답인가? 그 해답은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다 갖춘 흥미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또, "즐거움에 관한 한 특별한 관점을 가지고, 그것을 최고의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는 호텔인가?"에 대한 답과 같을 것이다. 내 생각은 물론 예스!
호텔이 사람들에게 주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편안함.
그게 전부인가? 잊을 수 없는 로맨스.
샤토 마몽의 스캔들 같은? 그곳은 스캔들로 더욱 유명해졌다는 것을 당신도 인정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그걸 바란다. 나는 세계의 모든 클래식한 호텔들이 스캔들과 함께 위대한 사랑과 연애 사건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호텔은 그런 종류의 접근과 행동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거기엔 아주 특별한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좋은 호텔에서는 당신을 위해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이 즉각적으로 세팅된다. 그것은 스태프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무수한 신호와 메시지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에서 실현된다. 그 모든 것은 당신이 학습과 분석을 통해 그 신호를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둘째, 안락함의 감각에 한번 익숙해지면 그 감각은 당신으로 하여금 완전히 다른 공간에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야심차게 시작한 호텔도, 그 주인이 무엇을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변해간다. 투숙객의 개성이 변하고 또 문화의 유행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때마다 호텔의 외관, 정신을 바꾸는 쪽을 택하나? 그런 문제까지 고려해서 수위를 조절한다. 유행을 앞서간다는 것은 가장 먼저 낡은 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경영하는 쪽에서 처음 의도와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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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ㅣ 조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