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기도
김진만
|2006.07.28 20:40
조회 57 |추천 0
웅이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다.
하지만..; 능력이 없다.
말 그대로 무능력자다;
초능력자도 아니고 무능력자-_-;;
웅이는 어느날 자살을 결심했다.
'나 같은 건 살아서 뭐해.. 차라리 죽으면 속 시원하겠지-_-?'
장소와 방법을 물색했다.
고층건물 낙하?..
웅이는 고소공포증이 있다-_-a
떨어지기 전에 심장마비로 죽을까 겁나서 그건 싫었다-_-;;
수면제 과다 복용?..
천성적으로 약을 안 좋아한다.
그리고 알약은 하나 먹기도 버거운데 수십개 먹다 목에 걸리기라도 하면;
상당히 난감하다-_-;
고민끝에 웅이는 계룡산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계룡산에는 뛴다 난다-_-하는 도사들도 까무라치는 초특급도사가 있다고 한다.
그 도사를 찾아가 맘 편히 죽는 법을 배워야지..
쓰벌..
그날따라 날이 무척이나 더웠다.
죽기 진짜 힘드네.. 헉헉!
안 그래도 귀차니즘에 빠져 몸 움직이기도 귀찮은 판국에;
그래도... 이왕 먹은 결심..
웅이는 꾸역-꾸역 땡볕속에서 산길을 따라 투덜-투덜 올라갔다.
'아자씨~~'
잉?.. 누가 불렀지?..
'아얏!! 아파욧... 아저씨 밑을 봐요..'
밑??..
웅이는 밑을 보고는 까무라치게 놀랐다.
돌멩이였다.
'아니.. 돌멩아~ 어떻게 말도 하니?'
'예전부터 우린 말을 했어요.. 사람들이 듣지 못해서 그렇죠..
순수한 사람만 들을 수 있거든요.'
'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내가 한 순수하지..
근데 이 땡볕에 그늘도 없는 여기가 덥지 않니?'
'덥지요.. 게다가 아자씨처럼 지나가면서 밟고 가면 무지 아프답니다.'
'이궁.. 그렇겠다. 내가 저쪽으로 던져주랴?'
'앗.. 그래주시면 좋죠.. 근데 여기 10년동안 있으면서 정든 친구들이 많아서요.
작별인사 하고 가야해요.'
'응.. 그렇지.. 근데 그전에는 어디에 있었는데?'
'그전에요?.. 바닷가에 있었어요. 50년정도.. 아이들이 여기로 가져왔어요.'
'이야... 바닷가 친구들 보고 싶겠다.'
'무지무지요.. 우린 마음으로 얘기해요.. 편지도 메일도 없잖아요..'
'그렇구나.. 근데 넌 수명이 몇 년이니?'
'저요? 전 수명이 없어요.. 죽지 않아요. 아저씨는 100년도 못 살죠?'
'으...응... 그래.. 근데 죽지도 않으면 지겹지도 않니?.. 언제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아니에요.. 어디로 갈지 모르니깐 더 신나죠.. 전 40억년동안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났다구요. 순간순간 짜릿할 때는 없지만 모든게 다 추억으로 남아서 좋아요.'
'40억년? 나랑은 비교도 안되네.. 난 이제 기껏해야 30년 정도밖에 안 살았는데..'
'에구구.. 게다가 얼마 남지도 않았잖아요.. 어떡해요?..
근데 아저씨 어디 가시는 길이에요?'
'저....기 계룡도사 만나러...'
'계룡도사님은 왜요?.. 부탁할거라도 있으세요?..'
'으..응... 그런게 있어. 나 이만 가볼께..'
'네...안녕히 가세요.. 나중에 내려올 때 저 던져 주는거 잊지 마시구요.'
'으..응.. 알았어.'
웅이는 기분이 착잡했다.
하찮은 돌멩이한테 일격을 당한 기분이랄까-_-?
'칫... 죽지 않으니깐 배가 불렀군.. 난 죽음이 두렵단 말야..
그래서 죽는거라구!!'
날은 어느덧 어둑-어둑해지고;
계룡도사는 어디 숨었는지 꼬빼기도 안 보였다-_-;;
'오빠야...'
응??.. 이 산속에서 왠 오빠??..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보니 왠 풀벌레 한 마리가 나뭇잎에 다소곳히-_-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니가 날 불렀니?..'
'응.. 오빠!!'
'풀벌레 주제에 못하는 말이 없네... 내가 왜 니 오빠니?'
'오빠 잘 생겼잖아.. 몸도 한 몸매하고..^^;..'
'하하.. 니가 뭐 좀 볼 줄 아는구나!!.. 근데 너 암컷이구나?'
'그렇지.. 오빠.. 웃통 좀 벗어볼래?'
'허걱!! 그건 왜-_-?'
'남자 몸 구경하고 싶어서.. 나 무지 외롭단 말야..'
'뜨억!! 너 혹시 나.... 겁;;탈할 생각은 아니겠지-_-?'
'오빠 하는거 봐서... 음... 함 줄 수도 있어!!'
' ... -_ㅠ ... 너도 나 무시하는거니?'
'무시라니!! 나 이래뵈두 숫처녀란 말야!! 버럭!!!'
'그만하자... 나 가볼데가 있거덩... 안녕!!'
'앗.. 오빠... 잠깐만.. 나 부탁이 하나 있어.'
'무슨 부탁?..'
'나 수컷들 있는 곳으로 좀 데려다 줘... 응??'
'그건 왜?'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다음 주 쯤이면 이 세상을 하직해..
그래서 내 자손들이 번창하는 걸 보고 죽고 싶어..'
'넌 목숨이 얼마나 되는데?'
'나? 우리 풀벌레는 한달도 못 살아.. 그것도 개구리나 사마귀에게 먹히기 십상이지..
정말 안타까운 건 연애다운 연애도 못 해보고 죽는다는 거야-_ㅠ..'
'안타깝구나.. 생물시간에 먹이사슬을 배운 적이 있어.'
' .. -_- .. 오빠두 참.. 우리에겐 목숨이 달린 문제야..
오빠 내 약속 지켜줄꺼지?...'
'그래.. 알았어..'
'호홋~ 고마워.. 오빠.. 근데 내 뒷다리 잘 빠지지 않았어? 쭈---욱-_-?'
'으....응....그..래!! 넘 섹쉬하다..'
'헤헤~ 근데 오빤 계룡산엔 뭐하러 왔어?'
'나??... 음... 그게... 그럴 일이 좀 있어.'
'그럼 볼 일 보고 내려올 때 나랑 한 약속 지켜줘야 해... 뽀뽀라도 해 줄께!!'
'응... 알았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딥키스는 하지마.. 균 옮아-_-'
' ... 오빠 나 삐져씅 ...'
공주병 풀벌레와 작별을 하고 다시 산을 올랐다.
문득 풀벌레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고작 한달?..
그것도 언제 잡혀 먹을 지 모르는 불안한 가운데에서;;
거기에 비해 난?..
에잇~ 몰라... 난 인간이잖아..
어디 하찮은 돌멩이와 풀벌레랑 비교할 수가 있겠어!!
그렇게 가파른 산턱을 타고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빛이 새어 나왔다.
앗!! 혹시 저기가 그 용하다는 계룡도사??
빛이 나오는 장소로 가까이 가보니;
조그마한 동굴이었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 ... '
메아리만 들릴 뿐 아무 인기척이 없어;
동굴 깊숙히 들어가 보았다.
투벅-투벅;;
'당신 누구요?'
'뜨업... 놀랬잖아요.. 전 계룡도사를 만나러 온;;'
동굴 속에서는 노인네 5명이서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_-;
'아니.. 이 산속에서 왠 고스톱이에요.. 고스톱은 프리첼 맞고가 짱-_-;;'
'어이.. 이보게 양반.. 당신 눈에는 단순한 게임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한 목숨이 달린 문제라오.'
'목숨이라뇨?'
'계룡도사가 그랬단 말이오. 이 고스톱판에서 이기는 단 한 명에게
1시간의 삶이 주어지기로 말이오.'
'1시간의 삶?.. 그게 무슨 말이죠?'
'어허... 이 양반 보게나.. 보시다시피 우린 작년에 모두 죽었소.
근데 생에 미련이 너무 많이 남아 이렇게 구천을 떠돌고 있다오.
그걸 안타깝게 본 계룡도사가 이런 제의를 한 것이오.
정말 1시간의 생명이 주어지면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소.'
' ... 헙!! ... 주... 죽었다고요?'
'뭐요? 당신은 그럼 안 죽었단 말요?'
'아니....난... 그러니깐... 죽으려고 온... 그게 아니라..;;'
'아니;; 그럼 당신은 살아 있는 몸????..
여보게... 부탁하네.. 일주일!! 딱 일주일의 생명만 내게 줄 수 없겠소?'
'나도!나도! 난 삼일이면 돼!!!'
'청년!!! 나도 하루만 빌려주게... 엉??'
'으악!!!!!!!!!!!!!!!!!!!!!!!!!!'
갑자기 죽은 혼령 다섯분-_-이 웅이의 팔,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무르익어 가던 고스톱 판은 어느새 깽판-_-이 되고;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웅이에게 절규하듯 매달리고 있었다.
'안돼!!! 나 가야돼!!!
난 마누라랑 자식이 있단 말야!!!!!! 살려줘!!!!!!!!!!!!!!'
...........
.......
....
.
'여보.. 당신 왜 그래요?... 네에?..'
'헉!헉!.. 아니.. 노인네들은 다 어디갔소?'
'노인네라뇨.. 땀부터 닦아요.'
아내는 크리넥스에서 깨끗한 휴지 한 장을 꺼내;
웅이의 이마를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꿈!!..
꿈이었다.
요즘들어 마음도 답답하고 막다른 골목에 선 느낌이더니;
이런 악몽을 꾸는구나...
아내가 가져다 준 얼음물을 마시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새근-새근... 콧바람을 내며 다시 자고 있는 귀여운 아내...;
문득 방금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영원히 죽지 않지만 순간-순간을 이쁘게 살아가던 돌멩이..
다음 주면 죽을 운명이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풀벌레..
삶의 미련 때문에 단 한 시간의 생명을 위해 처절해 하던 노인들의 모습..
웅이는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리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 그저 단순한 개꿈은 아니구나!!
그리고 사랑스런 아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 보았다.
문득;;
그들의 마지막 말이 생각이 났다.
'나중에 내려오실 때... 저랑 한 약속 지키셔야 해요?'
맞아!!
난 그 친구들과 아주 중요한 약속을 했지..
그들에겐 목숨같이 중요한 그런 약속을.....
그리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꿈나라의 세계로 날아 갔다.
- 왠지 내일은 상큼한 하루가 될 것 같애...
라고 중얼거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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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에겐 돌멩이와 풀벌레.. 노인들 보다 더 소중한 어떤 약속이
있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그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일 테구요...
자살이 없는 세상을 나지막히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