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년 IHO 회의서 ‘일본해’ 단독 표기되면 ‘동해’ 주장은 ‘쓰레기’돼

김영종 |2006.07.29 06:17
조회 1,356 |추천 15
동해’를 ‘한국해(Sea of Korea)’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뜩이나 국제사회에서 ‘동해’ 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일본해’ 명칭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동영상까지 유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 12일 ‘동해(East Sea)’의 일본식 표기인 '일본해(Sea of Japan)'를 전 세계가 인정한 명칭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실제로 세계지도 상에서도 ‘동해' 대신 '일본해' 표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지난 15년 동안 국제사회에 호소해 왔던 '동해' 표기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은 미디어다음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일본의 독도 도발이 '일본해' 표기를 위한 노림수였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한국도 '동해' 표기에 집착하지 말고 학술적이나 논리적 근거가 명확한 '한국해' 표기를 국제사회에 들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일본 외무성 홈피 동영상' 캡처 화면. 동영상 제목은 '일본해는 세계가 인정한 명칭'. 내년 국제수로기구(IHO) 회의를 통해 발간 예정인 제4차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 최소한 '한국-일본해' 병기라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 3차 판에 이어 이번에도 '일본해' 단독 병기로 결정된다면 앞으로 50년 이상 지나야 수정이 가능해진다.

IHO는 세계 해상 안전 등 기본적 업무와 함께 국가 사이의 바다명칭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도 담당하는 국제기구.

이소장은 "내년 IHO 회의에서 '동해'가 '일본해'표기로 확정되면 지난 15년 동안 한국 지식인 사회가 쌓아온 논문 200여 편과 정부·민간단체의 노력은 모두 쓰레기가 된다"며 " '일본해' 표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해' 영역을 뛰어넘어 한국 남해의 대한해협까지 포괄한 개념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소장은 "지난해 12월 '황해'(서해)의 북쪽 영역을 외래명칭인 '한국만'으로 제정한 것은 지금까지 전통적인 명칭으로서 '동해'를 주장해 온 것과 정반대의 논리이다"며 "국제회의에서 한국 학자들이 망신을 당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꼴이다"고 충고했다.

나아가 이소장은 "일본의 '일본해' 주장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10~20년 후 독도영유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은 "1992년에 확정된 정부 공식 입장인 '동해'표기를 바꿀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외교통상부도 이번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내용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해양조사원 해양과 관계자는 " '동해'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기에 '한국해'로 섣불리 바꿀 수 없다"며 " '한국해'는 외래명칭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내년 IHO 회의에서 '동해'를 뒷받침해 줄 논리를 가다듬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만' 제정 논리가 '동해'와 상충된다는 지적에 대해 같은 해양조사원 해도과 관계자는 "대만을 포함한 해외 여러 지도에서 많이 사용돼 '한국만'을 제정한 것은 사실이다"며 "상충되는 논리에 대해서는 재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외교부 정책홍보 관계자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12일부터 그런 내용이 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돈수 소장과의 일문일답.


"日 '일본해' 예상된 시나리오".."서양고지도, 일본해'와 '한국해' 표기 빈도 비슷"


1757년 프랑스 니콜라스 벨렝이 제작한 지도. ‘한국해’를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표기하고 있다. 18세기 서양고지도에서는 '한국해' 표기가 지도제작자들 사이에 보편화된 시기.[자료=한국해연구소] -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해' 알리기에 나섰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미디어다음과 앞선 기사에서도 밝혔듯이 지난 4월 일본의 독도 도발은 한국의 해저지명 등재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는 내년 IHO 회의에서 '일본해' 표기를 확정짓기 위한 포석이었던 셈이다.

-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해' 표기 알리기에 앞장 선 민간단체를 포함한 각계의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동해' 표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1992년 별다른 준비 없이 '동해'를 확정지었다. 그 뒤 학계 등을 통해 '동해' 표기가 정당하다는 여러 논리를 개발해 왔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2000년 동안 써온 명칭'이라는 점과 '지도 표기는 그 나라의 고유명칭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 국제사회에서 '동해' 표기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전세계 지도 가운데 3% 정도만 '동해' 표기를 하고 있다. '동해'표기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단적인 사례 아닌가. 일본은 이번 외무성 자료처럼 서양고지도를 들이대며 '전세계가 인정했다'고 주장한다. 1602년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부터 '일본해'라고 써왔다고 들이미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고유명칭'이기에 '동해'를 써야 한다는 논리만 반복하고 있다. 과연 둘 중 어떤 논리가 더 통하겠는가. 차라리 국내에서는 '동해'로 쓰고 국제사회에는 '한국해'를 주장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 서양고지도에서 '동해' 영역은 어떻게 표기돼 왔는가.
'한국해(Sea of Korea)'로 표기돼 왔다. 국호가 들어간 이 명칭은 17세기 초부터 100년 이상에 걸쳐 확인되고 있다. 1850년대에 '일본해'로 그 이름이 대부분 바뀌기 전까지 서양 고지도에서 사용돼 왔던 이름이다. '일본해' 표기도 17세기 초에 등장했지만 극소수였다. 이후 '일본해'는 19세기 중반 무렵 서양고지도상에 완전히 정착했다. 올해 1월 국회 민족정기의원 모임에서 낸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해'는 대한해협 부근까지 포함한 개념..심각한 문제"


'Sea of Korea'와 'Sea of Japan' 명칭 고지도의 시기별 분포현황. 올해 1월 기준. [자료 = 민족정기모임] - '동해' 대신 '일본해' 표기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은가.
현재는 그렇다. 내년IHO 회의에서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를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이전인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일본해' 표기가 정착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만약 '일본해' 단독 표기가 결정된다면 지난 15년 동안 한국 지식인 사회가 쌓아온 논문 200여 편과 정부·민간단체의 노력은 모두 쓰레기가 된다. 나아가 '일본해' 표기의 영역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해' 영역을 뛰어넘는다. 한국의 남해안, 대한해협까지 포괄한 개념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 내년 IHO 회의에서 '한국해' 단독 표기는 가능성은 혹시 있는가.
가능하다면 '한국해'와 '일본해'의 병기 정도일 것이다. IHO와 더불어 바다 명칭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유엔지명전문가회의(UNGEGN) 지명위원회이다. 바로 이곳의 위원장인 나프탈리 캐드먼(이스라엘)이 2004년 9월 '한국해'와 '일본해' 병행 표기를 지지했다. 한국의 '동해' 표기 주장과 달리 국제 지명전문가들이 '한국해'를 자발적으로 채택한 사례다.

- 지난해 12월 해양법(수로업무법)에서 제정한 '한국만' 표기는 또 무엇인가.
'동해' 영역은 아니다. 법규상 '황해' 가운데 북한 영역을 '한국만'으로 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큰 실수다. '한국만'을 제정하면서 정부가 주장한 논리는 '동해' 주장 논리와 180도 다르다. '한국만' 제정은 차후 국제회의에서 일본에게 공격당할 수 있는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 낸 꼴이 된 것이다.

"'한국만'? '동해' 주장 논리와 정반대..日, 독도문제도 치밀하게 준비할 것"


지난해 12월 '수로업무법'에 제정한 '한국만'의 위치. [자료=국립해양조사원]
-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한국만'이 '동해' 표기 논리와 상반된다는 것인가.
지금껏 정부와 학계는 '동해' 표기를 주장하면서 역사성과 대표성이 있고 외래명칭이 아닌 고유명칭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국만'은 '동해'처럼 2000년 동안 써온 명칭이 아니다. 역사성과 대표성이 없다는 말이다. 또 '한국만'은 '외국에서 그렇게 쓰니까 우리도 쓴다'는 식으로 만들어진 외래명칭이다. 외래명칭은 안 된다는 '동해'논리와 충돌하는 것이다. 만약 국제사회에서 일본 학자들이 이 점을 꼬투리 잡는다면 한국 학자들은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그들은 우리에게 '공부나 더 하고 오라'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 '일본해' 표기와 독도 영유권 문제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일본은 '일본해' 표기를 시작으로 독도 영유권 문제에 점차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지금은 초기 단계일 뿐인데 우리가 다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독도는 한국 국내법에서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이 현재 상황에서 넘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4월 조사에서도 그들이 독도 땅을 밟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한일 어업협정을 근거로 일본이 '과학적 조사'를 한다면 이를 막을 근거도 한국에게는 없다. 독도 부근에서 해양조사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긴박해질 것이다. 여기에 '일본해' 단독표기는 일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된다. 일본은 10~20년 후를 내다보고 독도를 얻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다.

-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동해'든 '한국해'든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이름을 결정짓고 국제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정부도 '동해'만 믿고 엄포를 놓거나 뒷짐 지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추천수15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