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제목없음

박성수 |2006.07.29 12:51
조회 18 |추천 0


"난 이미 추억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며 전화가 왔다. '뭐 대단한 것이겠냐'며 몇 가지 질문에 응해주었다. 그러던 결혼 정보회사가 내게 던진 한마디... 이런 걸 본색이라고 해야하는 것인지...

 

대뜸 설문이 끝났다며 올해가 쌍춘년인 것은 아는지 물어보는군 그러면서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 방금 전까지 애인도 없고 당분간 결혼 생각이 없다는 내 얘기를 뭘로 들었는지... 결국 설문조사는 이 말을 하기 위한 구실이었단 말인가? '낚였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

 

자신들의 결혼정보회사는 정말 튼튼하고 건실하단다. 하긴 나도 많이 들어본 결혼정보회사 였으니 "예. 저도 많이 들어봤지요."라고 방금 전 그 무성의한 질문에 화도 내지 못하고 그의 말에 동조하고 말았다. 시쳇말로 제대로 낚인것이다.

 

본색을 들어낸 결혼정보회사의 다음 요구는 '좋은 인연 만들어 가실 생각이 없느냐'면서 등록하겠냐는 것이었다. 지금 등록 결정을 하시면 수일내로 직원이 직접 찾아가서 약관과 관련하여 자세하게 안내하면서 등록과 관련된 서류를 건넨단다.

 

한동안 멍해져있던 내가 던진 말은... "그럼 내가 원하는 사람 소개시켜 줄 수 있습니까?"였다. 그 말을 들은 결혼정보회사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완벽한 이상형을 구해드리기 힘들지만 회원의 95%이상이 이에 만족하고 높은 결혼 성사율을 보이고 있단다.

 

그는 높은 결혼 성사율을 자랑하며 내가 회원에 가입하면 분명 좋은 인연을 만들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낼 수 있단다. 아울러 성혼이 될 때까지 꾸준히 매주 원하는 시간에 맞선을 제공한단다. 그렇기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며 계속 연설(낚시질)을 한다.

 

결혼정보회사:... ... 그렇기에 회원님 후회하지 않을실 겁니다.

                    또한 저희 회사만의 고객 관리 차원에서... ... 

 

나: 저기요.

 

결혼정보회사: 예, 회원님 무슨 질문 있으세요?

 

나: 좀 전에 내가 원하는 사람 소개 시켜 줄 수 있다고 했지요?

 

결혼정보회사: 예, 물론입니다. 회원가입과 동시에 첫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나: 죄송한데요, 내가 원하는 그 사람 OO했어요.

 

결혼정보회사:(좀 전까지의 당돌함은 사라지고...) 죄송합니다. 

 

나: 죄송할꺼는 없구요, 그래도 가능할까요. 

      내가 원하는 사람 소개받는 일이... 가능하면 회원 가입하구요.

 

결혼정보회사: 아닙니다. 다음에 전화 드리지요. 그럼... ...

 

나: 잠깐만요,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알아냈는지 화내지 않은 것은

     오늘 비도 많이오고 해서 짜증나실까봐 그랬던 것이구요,

     이제 앞으로는 제 전화번호는 블랙리스트로 남기시고

     이미 추억과 살고 있음이라고 해주세요.^^

 

결혼정보회사: 예, 고맙습니다. 그럼 좋은 인연과 함께 하세요.

 

나: 예, 수고하세요.

 

==========================================================


그래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어쩜 내 생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이미 추억과 살고 있다.

 

- 박성수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