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는 “아파트 보수할 돈은 없어도 구두 살 돈은 있다”고 했다. 이렇듯 여자들의 쇼핑 욕구를 최고로 자극하는 것은 언제나 옷이 아니라 구두다. 즐겨 신는 구두로 보는 심리 백서, 그리고 2006년 F/W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잇 슈즈’까지. 세상의 모든 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파워풀한 슈즈에 관하여!
mannish mood
매니시 룩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요즘 구두가 이러한 경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듯하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대표적인 신사화인 옥스포드화나 앵클 드레스업 부츠 등 남성용 구두 디자인을 그대로 이용하고 사이즈만 줄인 듯한 디자인을 대거 선보였다. 마르니, 마르떼 프랑소와 저버, 겐조, 폴 스미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구두들은 술 장식을 더하거나 컬러를 주는 정도일 뿐 남자들이 신어도 무방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다 투박하고 남성스러운 것은 아니다. 펜디와 고스트, 웅가로, 그리고 도나 카란이 내놓은 하이힐이 달린 옥스포드화, 데렉 램의 날렵한 앵클 부츠도 준비되어 있으니, 하이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걸이라도 매니시 룩이라는 트렌드 대열에서 빠질 일은 없다.
lace-up
오래 전 여성의 허리를 잔인하게 압박했던 코르셋처럼 발등, 발목, 종아리를 조이는 레이스업 슈즈들이 런웨이 무대 위에 대거 등장했다. 클로에의 발등까지 올라오는 구두나 마이클 코어스의 미디 라인 부츠에서 소피아 코코살라키의 펑키한 플랫폼 부츠, 그리고 로맨티시즘이 느껴지는 로샤의 새틴 소재 부츠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또 스포트막스의 등산화를 연상시키는 스웨이드 부츠, 그리고 디앤지의 화이트 퍼 부츠 또한 눈이 많이 내린다는 이번 겨울에 꼭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아니면 존 갈리아노가 그의 시그니처 라인에서 시폰 드레스와 함께 선보인 낡은 부츠는 어떠한가? 혹시라도 오래 전에 장만해두었던 레이스업 부츠가 있다면 올 가을 쿨한 룩을 완성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lovely mary jane
미니멀리즘이 급부상하면서 한동안 트렌드를 주도했던 걸리시 신드롬은 이제 시들해졌다. 하지만 걸리시 스타일을 대표하는 메리 제인 슈즈가 그 어느 때보다 강세인 것을 보면 신발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른 것 같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컬러, 소재, 디테일 등을 이용해 새로운 버전의 메리 제인 슈즈를 탄생시켜 취향 제각각인 걸들을 위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사랑스러운 걸들에게는 안나 수이의 벨벳 소재나 푸치의 바이올렛 컬러를, 섹시한 룩을 즐겨 입는다면 안나 몰리나리의 앞코가 뾰족한 레드 컬러 메리 제인을 추천한다. 과감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디케이엔와이의 징 장식이 들어간 펑키한 디자인을, 아니면 스텔라 맥카트니의 앵클 부츠를 잘라 만든 듯한 메리 제인 슈즈는 어떨까?
hot ankle boots
최근 파파라치 사진을 보면, 미샤 바튼이나 시에나 밀러 같은 발 빠른 패셔니스타들이 이미 앵클 부츠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오랫동안 롱 부츠의 그림자에 가려 그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했던 앵클 부츠의 전성기가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이번 시즌 팬츠의 트렌드가 타이즈마냥 타이트한 실루엣으로 변해감에 따라 가장 잘어울리는 매칭 포인트로 앵클 부츠가 부상한 것. 디케이엔와이는 발목 부분에 신축성 있는 주름을 잡은 앵클 부츠를 컬러별로 선보였고(파파라치 사진에 가장 많이 노출된 앵클 부츠 디자인이기도 하다), 타쿤이나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 안나 몰리나리에서는 V자로 파인 발목 부분에 퍼나 레이스를 트리밍해 장식하기도 했다. 또 폴 스미스나 겐조처럼 태슬이나 매듭 장식의 매니시한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뭐나뭐니해도 질 샌더나 이브 생 로랑, 잭 포즌이 만들어낸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매끈한 부츠들이 가장 매력적이다.
chunky heel
날렵한 스틸레토 힐을 신고 보도 블록 사이에 빠지거나 흔들리는 무게 중심 때문에 걸음걸이가 시원찮았던 걸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곧 다가올 가을부터는 망치 대신 사용해도 될 법한 투박하고 두툼한 굽들이 걸들의 다리를 든든하게 받쳐줄 테니 말이다. 귀여운 룩에 싫증이 났다는 미우치아 프라다는 청키한 나무 굽이나 퍼가 장식된 플랫폼을 다크 그레이 스웨터와 스커트에 매치해 마치 정치학 수업을 들으러 가는 듯한 터프한 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푸치는 독특하게도 투명 아크릴로 제작된 힐이 달린 메리 제인 슈즈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나무 소재의 플랫폼 슈즈로 ‘잇 슈즈’ 리스트의 맨 윗자리를 꿰찼던 클로에는 이번에도 동그란 앞코에 두툼한 나무 굽이 달린 통가죽 구두를 베이비 돌 드레스들과 함께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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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걸. 8월호 | 파라 버트(Farrah Butt), 류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