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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선물

임현 |2006.08.01 21:16
조회 30 |추천 0


언제까지나 임현으로 살기 위해..

 

1974년 어느날. 그는 늘 그랬던 것 처럼 소주 냄새를 폴폴 풍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새' 천상병 시인과의 조우가 이전에 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새'와 그는 닮은 점이 많았다.

세상을 노래하기를, 천상병은 詩를 통해, 그는 그림을 사용하였으니, 예술가로써의 공통분모는 매우 닮았으리라.

 

불과 2년 전에 있었던 당대 최고의 결혼식은 사교계에 이슈가 되었었다. 그가 개인전에서 만난 미모의 여선생과 로맨스를 만들었고, '살아 있는 강릉의 낭만'으로 불리우던 청년작가와 여염집 맏딸이며, 숨막히는 아름다움과 음악적 재능을 겸비한 그녀와의 결혼은 최고의 이벤트였다.

 

각계를 대표하는 창작가들은 그들의 결혼식을 일종의 축제로 규정지었다. 그들의 환상과 기대를 인지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 붓질하듯 꼼꼼하게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 했다.

 

결혼식.

한 여인이 그 날만큼은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되는 날이었다. 넘칠만큼 부족함 없는 샴페인과 층층이 쌓인 축복의 케익.

식장을 밝히는 수많은 촛불은 하객들의 규모를 압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그 커플의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습기가 가득한 다세대주택.

퀘퀘한 냄새가 진동하는 복도를 따라 비틀거리며 걸어가다 멈춘 곳에 삐걱거리며 문이 열린다.

 

'또 술 마신거예요?'

 

'세상을 마셨지. 세상을. 허허허..'

 

그는 담배연기보다 더 허무한 웃음을 내뿜으며, 새록새록 잠이 든 아들 옆에 팔배개를 하며 눕는다.

 

'여보. 내 오늘 좋은 선물을 가지고 왔다오.'

 

'선..물이라뇨?'

 

'우리 둘째 아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아들에게 줄 선물이 여기 있지.'

 

오른손을 치켜 들며 그가 말했다.

그 손은, 생명보다도 소중하게 아끼는 그림을 그리는 손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아내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아들의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며 아이의 배 위에 무언가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날 나는 내 평생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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