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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e]시계태엽 _ 임정희

양고은 |2006.08.03 11:24
조회 57 |추천 0

지난 달, 어느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다.

꽤 어려 보이는 신인여가수인 듯 싶었는데, 흥미로웠던 건 노래와 피아노 반주를 동시에 수준급으로 소화한다는 것.

 

피아노 반주와 노래가 가능한 국내 가수.. 어디보자. 내 기억 속엔 내가 고등학생일 쯤, 발라드 계를 주름잡던 건모씨가 몇몇 곡을 피아노와 함께 노래했던 장면, 그 외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노래와 피아노를 함께하기란 쉽지 않다.(적어도 필자의 경우엔)

노래를 할라치면 피아노 반주가 엉키고, 피아노 반주 신경쓰다보면 노래 끊어지고.ㆀ 일단 노래의 주 멜로디를 머리 속에 확실히 각인시켜놓고 노래에 집중하되, 손으로는 멜로디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받쳐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래와 피아노 모두가 완벽해야만 둘이 자연스레 섞일 수가 있는 것.

 

 

I, I can wait for you
기다린다고 그 말도 못하고


너, 니가 떠난 곳
그 자리에서 계속 서 있어
 

마치 풀려버린 시계태엽처럼
너를 향해 멈춰진 바늘처럼
계속 녹이 슨 채로 이대로 서 있어

 

 

이 멜로디와 가사는 꽤나 잘 어울린다. 이 청승맞은 멜로디에 그런 청승맞은 가사는 마치 와인과 치즈, 소주와 삼겹살 같다 ( 이런 생뚱맞은 비유라니, 각설하고. ) 이 글을 보니 불현듯, 내 뇌리를 스치는 또 하나의 짧은 시가 있다.

 

 

너 두고

돌아가는 저녁

마음이 백짓장같다

 

신호등 기다리다

길 위에

그냥 흰 종이 띠로

드러눕는다

 

                               -  고두현 , 횡단보도

 

 

 

'백짓장 같은 마음'에서 '횡단보도의 흰 띠'로 이어지는 이미지의 전이가 그 이별의 슬픔을 더욱 구체적인 일로 느끼게 해주는 이 시는 이별 앞에 망연자실한 그 공허한 심상을 말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마치 풀려버린 시계태엽처럼
너를 향해 멈춰진 바늘처럼
계속 녹이 슨 채로 이대로 서 있어

 

난 ..

 

 


임정희란 신인가수의 보이스컬러는 꽤 매력적이다. 특히나 이 곡은 그녀의 그런 면을 잘 살려내고 있다. 허스키한 듯 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있으며 고음에서의 감정표현은 압권이다. 무엇보다 이 곡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간주부분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scat이다.  가사가 없지만 오히려 main부분보다 더 애절하게 다가오는 건, 이

것 역시 임정희가 가진 탁월한 표현력의 발로.

 

 

내가 작곡을 하게 된다면 이런 노래를 만들어야지 생각했던

11월 어느 기온 뚝 떨어진 아침이 벌써 오후로 넘어간다. 

 

 

 

오늘 하루는 '시계태엽'으로 행복하겠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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