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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잎만한 엽서-유안진

한정선 |2006.08.08 00:52
조회 30 |추천 0


 

이따금

엽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군더더기 잔소리를 다 빼어버리고,

간절한 마음을 몇 줄로 담은

엽서를 띄우고 싶은 때가 있다.

 

하루 일을 끝내고

퇴근차를 기다리는 저녁 때나,

비 오는 늦은 오후,

까치 우는 아침나절,

바람부는 어느 시각에는

불현듯

몇 줄의 글을 담아

바람편에 띄워 보내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시야에서 아득히 사라져가는

내 마음 한 조각이 어느 누구에게 전해질 거라는

이상한 기적을 믿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나이값도 못하는 철부지의 생각이나,

요즘처럼 나뭇잎이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시절에는

한 장의 엽서를 쓰고 싶다.

더구나

유난스레 윤기어려 반짝이는 미루나무 잎을 보면

가장 아름다운 한 줄의 글을

그 잎새 하나에 써 넣고 싶어진다...

 

긴 사연이 담긴 편지보다

짤막한 엽서를 받고 싶어진다.

건조한 나의 일상을 촉촉히 적셔 줄

우정 어린 몇 줄의 글에 깊이 감동되고 싶다.

두어 줄의 진실한 안부 엽서를 받고

오래오래 나는 감사하게 되기를 원한다.

소식 끊긴 옛친구의 이름을

손바닥만한 엽서에서 발견하고 싶다.

어느 날 내가 문득 보고 싶어져

안부를 전한다는 그런 정도의 글에,

가식없는 표현에 나는 감동되고 싶어진다...

 

나 역시 몇 줄의 글에다 진실을 담아

한 장의 엽서를 띄우고 싶어진다.

그리운 벗에게,

아끼는 제자에게,

소식 끊긴 혈육에게,

유치원 다니는 어린 딸애에게...

 

미루나무 잎새만한 초록엽서 한 장으로

하고 싶은 숱한 얘기를 담아 보내고 싶은

오월 어느 날 어느 때가 있다.

아니, 미루나무 잎새에다 쓰고 싶은

간절한 몇 마디를 찾아내고 싶은 때가 있다.

BOITEA0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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