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가장 낮은 목소리를 지닌 사나이.
낮은 목소리는 종종 그 어느 소리보다도 우렁차다.
표도르 샬리아핀(1873∼1938)
카루소와 동년배인 샬리아핀. 지금은 카루소와 마찬가지로 ‘전설’로 통하는 그다.
20세기 아니, 음악 역사상 가장 낮고 묵직한 저음을 구사한 베이스였다는
그의 목소리는 ‘영혼을 울리는’ 소리로 통했습니다.
혁명 전 러시아의 카잔에서 태어났고 티프리스에서 드미트리 우자토프에게 배운 후, 여러 마을을 돌며 공연하는 작은 극단에서 노래했던 그는 가난이 주는 온갖 고통을 다 겪으며 성장했습니다. 종래에는 재정 러시아에서도 가장 비천한 직업이였던 볼가강 배끌기 인부 일까지 해야 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그토록 비통하고도 장중한가 봅니다. 특히 '볼가강 배끌기의 노래'는 그가 아니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저음의 비극성을 느끼게 해 줍니다.
볼가 강 배끌기의 노래
흔히 '볼가 강의 뱃노래'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볼가 강 배끌기의 노래'가 맞습니다. 볼가 강 유역은 풍부한 어머니의 땅이면서 또한 고난과 착취의 땅이였으며 혁명의 소용돌이에 싸여야 했던 땅이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는 볼가 강에서 뭍으로 배를 끌어올리는 일꾼들의 노동요 입니다. 결코 낭만적이지도 않고 풍요롭지도 않은 극심한 노동 그자체에서 일꾼들의 노래였던 이 민요를 들으면 힘겨운 중노동의 고통이 가슴에 조일 듯이 다가듭니다.
<가사 한역>
어기여차, 어기여차
한 번 더, 한 번 더
우리는 자작 나무를 자른다
울창한 자작 나무를 자른다
밧줄을 단단히 묶어라
태양을 향해 노래를 부르세
우리는 강가를 걷는다
햇살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아이다, 다, 아이다
아이다, 다, 아이다
햇살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밧줄을 단단히 묶어라
밧줄을 단단히 묶어라
볼가는 어머니의 강
넓고도 깊구나
아이다, 다, 아이다
아이다, 다, 아이다
볼가는 어머니의 강
본 음악은 '프라이저'에서 복각한 Feodor Chaliapin Song Book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프라이저
오스트리아 전통의 레이블 프라이저는 1948년 열렬한 음악애호가인 오토 프라이저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매월 평균 1종의 신보를 발매하고 있으며, 1956년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것이 400여 타이틀에 이릅니다. 이 음반들은 과거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보물창고로 SP 음반에 담긴 빈의 음악유산을 복각하여 향수 젖은 매니아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한 타이틀의 생산량을 1천매 정도로 제한, 소수 애호가에게만 특별한 음반을 제공하겠다는 프라이저의 방침이 깔려있지요.
2000년 3월 22일 신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