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어가 새 신발을 선물해주며 말했다.
"신발 밑창에도 명품이 있다는 거 아니?
이게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쓰레빠 처럼 보이지만
세계에서 제일 비싸고 좋은 밑창을 단 신발이다.
사막을 건너도 끄떡 없고, 비오는 날 어떤 산을 올라가도
흡착력이 좋아 미끄러지지 않는단다.
앞으론 이거 신고 어디든 훨훨 자유롭게 다녀라."
신발을 신겨주는 레어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 신발 사주면 그거 신고 도망간다던데. 어쩌자고.
- 신발 받고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주면 되지.
이 신발 처럼,
짝이면서도 훨훨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삶의 발을 묶는 족쇄가 아니라 안전벤트가 될 수 있을까.
한짝이 튿어졌다고 해서 그 하나만 버려지는 게 아닌,
서로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온전한 한짝으로
정말 평생 함께할 수 있을까.
레어 말대로,
신발은 원래부터 내 몸의 일부였던 듯
한없이 편하고 부드러웠다.
순간 겨드랑이로 피어오르는 날개를 주체 못하는 여자 처럼
어디든 날아가고 싶은 흥분이 일었다.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에서 주인공 로렌스가 감탄했던
네퓨다 사막을 건너며 노을도 바라보고 싶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인 킬리만자로도 올라가 보고 싶어,
이 신발을 신고.
그저 땅이나 건드리며 사는 무표정한 신발이 아닌
시간 속의 비밀을 모두 아는 듯한 표정을 지닌 신발이 되어
함께 낄낄거리며 너에게 엽서를 쓰겠지.
낭만도, 자유도 지겨워져 신발 마저 숨을 놓으면
그 때는 가장 처음으로 돌아오고 싶어질까.
레어.
맨발로 곁에 눕고 싶은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