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정의 중에서 ....
비행기 승무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리 화려하지도
그리 힘들지만도 않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으며
어렵기만 한 일이 또 어딨겠는가
좀처럼 익숙해 지지 않는 굉음과 함께
세상의 시름을 모두 땅에 두고 하늘로 오르면
구름에 가려서 또는 깜깜해서 혹은 바빠서
아랫세상을 내려다 볼순 없다.
하지만 비행기 안의 천층만층의 사람을 보며
난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갤리'라 불리는 비행기 주방안에서
갖가지 성격의 선후배를 대하며
난 사람을 배운다.
교대로 2시간 정도 잠깐 눈붙이는 때를 빼고는
12시간이고 13시간이고를 비행기안을 걷고 걷고 또 걷는다.
태평양을 대서양을 인도양을 시베리아를 알래스카를 동해를 서해를
그렇게 걸어서 걸어서 건넌다.
회사 선배 하나
마지막 비행 하던 날
남편으로 부터 받은 꽃 한아름을 안고선
역시 남편에게서 받음직한 작은 카드를 우리에게 내보였다.
'날개를 접고 하늘에서
영원히 내 품으로
내려온 날.
이제 땅위에서 나랑 행복하게 살자.
그동안 수고했어.
사랑해. '
나의 이 집시같은 떠돌이 생활은 언제쯤 멈춰질까.
얼마나 더 걸어야 내 업보는 끝이 날까.
삶에도 일등석이 있을까?
나의 어눌한 물음에 그가 대답했었다.
아마 있겠지.
일등석과 일반석은
한글자 차이지만 그 차이가 실로 크다.
제공되는 음식의 가짓수도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각도도
앞 좌석과의 거리도
옆에 앉는 다른 승객들의 지위도
항공사가 주는 마일리지도
항공사 직원들의 인사각도도
일등석과 일반석은 그 차이가 크다.
일반석에선 자판기 처럼 종이컵에
설탕 하나 분말크림 하나 그리고 커피저으라고 빨간색
플라스틱 막대기 하나 꽂아 주지만
일등석에선
가느다란 금줄이 얌전히 가장자리에 둘러져있는
뽀얀 본 차이나 도자기를,
커피가 식을 세라 따뜻이 데워서
조그만 크림전용 은주전자에 신선한 액상크림을 담아
은수저와 함께 내간다.
일등석에 앉으면 더 편할까?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승무원이 보기에 일등석 손님이
일등으로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인생의 일등석에 앉건 일반석에 앉건
태평양을 걸어서 건너든 앉아서 건너든
하느님 보시기에
행복한 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