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텔레비에서 '조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에 대한 방송을 보고는 참 큰 충격을 받았었다. 조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이 나라, 이 사회,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참 많이 놀랐다.
어렷한 부모 밑에서 부족한거 없이 큰 아이들 중에도 탈선하는 아이들이 나오는데 하물며 부모 손길 없이 조부모 밑에서 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내가 보고 놀란 것은 다른 것이었다.
시골마을에서 농사 짓는 조부모 밑에서 자란 남매가 나왔다. 그 남매의 부모는 아이들이 어릴때 이혼을 하고 늙은 조부모한테 아이들을 맡긴채 연락마저 끊어버렸다. 그 충격으로 할머니는 정신이상자가 되었고, 할아버지 혼자 모든 식구들을 거느리고 사느라 애들은 초딩 고학년이 되도록 한글도 못떼고, 다른 교육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었다.
'그래 그렇겠지. 그 할아버지 혼자 돈 벌고, 살림하고, 애들 키우고, 어떻게 그걸 다해!'라고 보고 있는데 기가 막힌 것은 그 아이들의 담임들이었다. 그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떨어져서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게 되자 그 아이들의 담임들은 돈을 모아 학습지선생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떠맡겨 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학습지 선생이 오는 시간에 맞춰 고작 1,2십분의 학습지 교육을 받는 장면이 보여졌고, 학습지 선생들은 제 나이보다는 훨씬 뒤떨어지지만 차츰 나아질 꺼라고 말했다.
문득 아이의 교육때문에 이민을 가야만 했다던 어느 여자의 글이 떠올랐다. 그녀의 아이가 캐나다에서 영어가 뒤떨어져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자 담임은 그 아이에게 힘들지만 1년만 자신을 믿고 따라오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과 후 수업을 한시간씩 더 했다고 한다. 물론, 그 아이와 1대 1로....그 결과 그 아이는 단 1년만에 영어로 능수능란한 회화가 가능해졌고, 지금은 전교 1등의 우등생이 되었노라고....그리고 그 담임은 그녀가 구워다 준 과자나 케잌 몇개만을 받았을 뿐 땡전 한푼 바라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한글은, 특히 고학년이면 1년의 시간은 커녕 단 한달만에도 뗄 수 있다고 어느 학자가 말했었다. 그런데도 그 담임들은 자신의 시간을 쪼개 그 아이들에게 얼굴을 맞대고 조목조목 하나의 글자와 인생의 희망에 대해 가르치기보다는 단 몇푼의 돈으로 사람을 사서 알아서 배워라라는 식으로 그 아이들을 내동댕이친 것이다. 그 아이들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담임한테도 버림받은 거나 똑같다고 느껴졌다.
내가 국민학생일때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이 한 분 계셨었다. 아마 대학생이었던 거 같았는데 내가 집에서 하는 '일일공부'인가 '장학 뭔지라는 누런 시험지를 자전거를 타고 매일 수거하고, 나눠주는 그런 일을 하시는 거였다. 교회에서도 보고 매일매일 동네에서도 보니 나는 반가운 마음에 시험지를 수거하러 오시는 선생님을 잡아끌어 하드도 사달라고 조르고, 과자도 사달라고 졸랐는데 잘 안 사주시는 거였다.
하루는 그 선생님이 동네 가게 앞 좌판에 앉아서 허겁지겁 샤니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바쁘게 드시는걸 보고는 "선생님, 배고프시면 라면 사먹지, 왜 빵 드세요?"하고 물으니 "라면이 더 비싸서...."라는 거였다. 당시에 나는 라면이 그리 비싸지 않은줄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생님이 부모도 없이 할머니랑 동생 하나랑 같이 산다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그렇게 사는데 어느 평일에 나는 성가대원이어서 연습을 하러 교회에 갔더니 그 선생님이 다른 중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용돈을 털어서 그 언니, 오빠들에게는 내가 그리도 사달라고 졸랐던 하드도 사서 나눠주는게 아닌가?
뭐, 그런가 보다 하고 세월이 흘러서 그 선생님은 그 교회에 나오시지 않게 되었고, 그 선생님이 가르치던 언니 중 한명이 우리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부모없이 겨우겨우 어렵게 자라서 공부마치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식 내내 눈물바다가 되어 시집을 갔는데 생각해보니 그 가난하고 돈 없는 언니에게 과외비로 돈받고 공부를 가르쳐 줬을리는 없을테고, 그렇다면.....
물론 자신의 제자들을 끔찍히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 가르치는 스승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돈까지 털어가며 불쌍한 제자들을 가르쳐주었던 그런 스승은 이제 흔하지가 않다. 자신의 불편과 희생보다는 편리와 이익이 우선이고, 그러하기에 약한 자들은 일어서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그런 사회가 되고 있다.
과거 '얄개시대'나 흑백영화에 보면 부모없이 지질나게 가난한데다 병까지 든 할머니나 동생들과 함께 건물 옥상 다 뜯어진 판자집에서 살고 있고. 새벽에는 꼭 신문이나 우유배달을 하는 주인공의 친구....그래서 학교 빠지면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과일봉지 들고 꼭 찾아가는... 그런 장면이 한두번은 꼭 나왔었는데....지랄맞은 세상 변해도 너무 변했지....그런 친구 있으면 다른 집 부모들 그런 애 때문에 자기 애 버린다며 화면발 이빠이 크게 나와서 그 집 몰려가 손가락질 하고 오고, 꼭 그런 애 학교 짱 만들어서 애들 죽어라 패는 장면만 나오고, 담임은 꼭 그런 애 잡아다 죽어라 패고, 가정교육이 어땠느니, 피는 유전이래니 해서 그 애 열받게 만들어 학교 유리창 다 까부시고 짤리게 만들고... 어느 장면 하나 감싸주고, 도와주고, 이해하는 것은 없으니....정말 세상이 변했다.
돈을 떠나서 맘이 동한다면.....그런 애들을 잡아주고 도와줄...옛날같은 그런 세상이 온다면...올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