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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최희준 |2006.08.15 14:28
조회 33 |추천 0


갈증/이진심 내 몸이 끓는다 기름칠한 난로처럼 빨갛게 불 붙는다 주전자 뚜껑처럼 자꾸 입술이 달그락거린다 바싹 마른 종이처럼 입술은 찢어지고 내 몸 속이 얼마나 끓고 있는지 당신이 들여다본다 내 입술에 당신이 입술을 대고 조용히 끓는 물을 퍼 간다 부글부글 열이 넘쳐 나는 나를 놓칠 것만 같다 바람은 펄럭이고 나는 어딘가로 허우적거리며 비탈길을 굴러가고 있다 모든 사물들은 갑자기 물렁해지고 위험스럽게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떼지어 구름들이 흘러가고 황량한 나뭇가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당신이 물수건으로 내 몸을 적시고 있다 당신이 나타나자마자 나는 당신에게로 전복되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동물의 뼈와 나뭇잎과 공기가 난폭하게 몇 천 년을 썩어 석탄이 된 것처럼 내가 내 몸을 열고 나가 심지에 불을 붙일 때가 된 것이다 당신은 이제 나를 캐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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