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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된장녀

이광준 |2006.08.17 00:08
조회 282 |추천 3


[189호] 된장男女, 고추장男女,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2006.08.08 18:08 http://paper.cyworld.nate.com/junosir/1662946  

된장녀는 최근 생겨난 인터넷 비속어다. 외모와 학벌 등을 무기로 남자에게 의존해 명품 선물을 받고 고급 레스토랑과 커피 전문점이나 들락거린다는 일부 몰지각한 여성을 ‘X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하한 신조어이다.


인터넷에선 이 ‘된장녀’란 말이 여성비하라 하여 남녀차별 논쟁이 일더니 급기야 ‘고추장남’이라는 궁상떠는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각각의 상대어로 ‘된장남’과 ‘고추장녀’도 생겨나면서 바야흐로 인구에 회자되는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인터넷에서 ‘된-장-녀’를 검색해보면 한마디로 ‘비호감’ 절정에 달하는 요소를 고루 갖춘 여성형이다.


지난 4월 한 포털 사이트 여성 게시판에 익명의 남성 네티즌이 남기고 간 ‘된장녀’라는 말로 불붙기 시작한 논쟁이 불과 3개월여 만에 온라인을 점령했다. 처음엔 단지 “세련되지 않으면 죽음을 달라!”는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는 듯하다 하여 뉴요커의 토종 번안 용어로 사용된 ‘된장女’가 확대재생산을 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 ‘된장녀’ 논쟁이 뜨겁게 일기 시작했다.


‘된장녀’라는 단어는 어느 새 ‘된장녀의 하루’라는 시나리오를 갖게 된다. 한 네티즌이 묘사한 ‘된장녀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 7시30분 휴대폰 알람소리에 기상, 첫 수업이 10시인데도 불구하고 욕실로 향한다. 전지현 같은 멋진 머릿결을 위해 싸구려 샴푸는 거부한다… 화장한다고 아침식사를 못한 된장녀는 학교 앞 던킨 도너츠로 향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설탕이 가미되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설탕과 잼이 범벅된 도너츠를 먹는다.… 점심도 마찬가지. 된장녀들은 소중하므로 구내식당, 학생회관 따위에서 밥 먹는 일은 없다. 된장녀 셋이 달라붙으면 그 누구도 이겨낼 자 없다. 복학생 일주일 밥값이 된장녀 한 끼 식사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다….’

그 하루 일정표엔 빈정거림 이상의 분노가 배어 있다.


조선일보가 서울지역 남녀 대학생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된장녀 혹은 된장남이 실제로 캠퍼스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37.4%가 ‘둘 다 많다’, 18%가 ‘여학생들은 대부분 된장녀라고 보면 된다’고 응답했다.


여학생들은 기가 막히다는 입장이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퍼나르기’ ‘댓글’을 통해 된장녀 논쟁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허영으로 똘똘 뭉친 된장남들도 많더라. 왜 여자들만 공격하는가” 반문하는 이다혜(22)씨는 “남녀를 불문하고 개성대로 사는 게 대세인 21세기에 신(新)마초(남성우월주의자)가 등장하는 것 아닌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3학년 지미란(22)씨는 “과도하게 외모에 집착하거나 부를 과시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소수일 뿐인데, 요즘 여대생들의 단순한 트렌드를 싸잡아 된장녀로 희화시켜 매도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된장녀에 대응해 탄생한 ‘고추장남’이 그 증거였다. 여성들의 집단적 분노는 곧바로 된장녀에 대응해 고추장남을 탄생시키게 된다. ‘300원을 아끼려고 시내버스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구내식당 갈 돈도 아까워 학교 밖 편의점으로 향하는’ 등 된장녀와는 정반대로 묘사된 고추장남의 모습이다. 그러나 고추장남으로도 된장녀들의 분노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궁핍하게 살련다”는 남성들의 자학으로까지 이어지는 고추장남의 모습으로는 망가진 된장녀의 체면을 복구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남녀 역차별 논쟁에까지 발전하면서 더 이상하게 꼬이는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장녀가 등장했고, 그 상대격으로서 고추장남이 등장했으나 고추장남이 된장녀에 비해 그렇게 비난받을 소지는 애초에 없어 보이자 결국 남성들 사이에도 된장남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왔지만 여성들에게 불리한 국면만 계속되었다. 마치 개념의 특허권이라도 보장받는 것처럼 처음 등장한 된장녀의 파급효과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차에 고추장녀라는 신조어가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신조어 [고추장녀]는 앞서 남성들의 궁상을 꼬집고자 만들어낸 [고추장남]과는 차원이 다르게 진화된 상태였다. 그 고추장녀의 하루를 살짝 훔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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