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여성청소년가족부로 통합하여 새로 출범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청소년 지도자의 한사람으로서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청소년 정책이 청소년 육성을 담당하는 부처와 청소년 보호분야를 담당하는 부처로 이원화되어 왔고, 청소년 육성 부처도 청소년을 전담으로 하는 독립적 부처가 아니라 문화관광부의 한 부서로 존재하여 효과적인 청소년 정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어 왔다. 이는 일부 청소년단체들만의 인식이 아니라 정부 청소년 담당 부처와 해당 공무원들은 물론, 수많은 청소년단체와 청소년운동가들이 공유하고 공감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기에 일관된 청소년 정책을 담당할 독립된 청소년 기구의 통합 추진은 단순히 정부 부처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책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중차대한 문제였으며 이러한 청소년 정책의 불균형적 현상은 지난 2005년 4월 27일 국무총리 소속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청소년국이 통합, 청소년 정책 전담 중앙행정기구로 청소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청소년계의 큰 호응은 물론,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를 위시해 청소년위원회와 청소년NGO들이 긴밀히 협조하는 민관협력의 긍정적 분위기로까지 활성화되어 갔다.
지난 2004년도에 여성부가 ‘보건복지부의 가족분야, 문화관광부의 청소년 업무,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여성부로 이관’안을 내놓았던 적이 있었으나 청소년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에 사회복지 단체들까지 합세하고 게다가 당시 문화관광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청소년보호위원회까지 반대하고 나서 유야무야된 적이 있었다. 급변하는 사회 현상속에서 자생적으로 분화 발전해 온 청소년 정책문제를 가족 문제의 울타리안으로 집어넣고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고 청소년 정책이 가족정책, 여성정책과 맞물려 수립되고 돌아갈 때 전문적 포지티브한 정책들이 위축될 위험성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여 탄생한 것이 청소년위원회였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의 보호와 육성,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한 국가청소년정책의 중심 역할을 다할 것이라 말하기까지 했었다. 하기에 청소년위원회는 국가기구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 3월 30일 국가청소년위원회로 격상까지 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청소년특별회의까지 만들었다. 법까지 개정해가면서 청소년진흥센터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오히려 이를 청소년부로 격상시킬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다시 국가청소년위원회를 2년전 논란이 됐던 여성가족부와 통합시키려 시도하는 것은 국가청소년 정책의 퇴보를 야기하는 것은 중차대한 실책임은 물론, 그동안 청소년 정책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의 실질적 지원과 인권 보호를 위해 애써왔던 수많은 청소년단체와 청소년지도자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속된 말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말도 안되는 논의가 어디 있단 말인가.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이미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통합 추진을 사전에 합의한 것이 명백한데도 지난 7월 12일 이같은 내용의 보도가 신문에 기사화되자 국가청소년위원회는 통합에 대한 논의 및 건의를 청소년위원회에서 시작하지도 않았고 소관부처의 조직개편을 주도한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며 마치 통합 작업을 모르고 있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알고는 있지만 우리가 주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듯 애매모호한 공식 논평을 낸 것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말대로라면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여성청소년가족부로의 통합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강제로 통합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말도 되지 않으며 결국 그동안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해온 이같은 통합 논의를 청소년계의 반발을 의식해 그동안 숨겨 왔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언론에 보도된 통합 사유도 양쪽 모두 조직이 작아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기능도 중복되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청소년 정책이 그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고려되었다기보다는 정부의 행정적, 정치적 논리에 의해 결정된 측면이 강하기에 더욱 분노스럽다. 일각에서는 위원장이 장관급이 아니여서 정부 주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여러 정책을 건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독자적인 청소년부를 발족하는데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반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가족부와의 통합을 통해 발언권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면 뭐하러 문화관광부에서 청소년 육성 기능을 분리한 것이며 지난 2004년도에는 왜 여성부와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인가. 청소년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출범한 국가청소년위원회의 그 청소년에 대한 신념과 의지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결국 국가청소년위원회만 꼴이 우습게 된 격이고 정부 조직의 수립과 운영이 근시안적이라는 것,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청소년 문제를 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한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통합이 이루어지면 2004년도부터 내내 청소년이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청소년 업무도 자기네 업무라고 주장해 온 여성부는 가족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기구로 격상되고 청소년 부처와 청소년계가 수십년간 협력해오면서 만들어 낸 국가청소년위원회라는 결실은 도로 아미타불이 된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술 담배 등 약물과 폭력 등 유해환경의 추방, 미성년자 고용문제, 아동.청소년 성보호 업무 등을 위시해 청소년의 수련과 육성, 인권, 문화활동까지 종합적으로 담당해 온 청소년 독립기구가 청소년이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근시안적 시각을 가진 자들로 인해 별 대수롭지 않게 우스운 모습으로 전락해 가려 하니 참으로 개탄스럽고 어이없음을 토로한다.
사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언제 현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던가. 늘 미래의 주인공이자 보호받고 관리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던 청소년들을 위해 국가가 이제 참다운 맥을 짚고 가나싶더니 결국 청소년 전담 독립기구는 맛만 본 채 정부가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청소년 정책 기구를 이리저리 옮기는 한심한 작태를 다시 실시하려 한다.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문화관광부를 문화관광체육부로 명칭 변경하는 것과는 그 본질이 다름을 모르는, 청소년의 현실과 문화를 모르는 정치 관료들의 기계적이고 이론적 잣대속에서 대한민국의 청소년 정책이 재단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실망스럽고 암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