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의 변화상을 직설적으로 반영한다. 변화가 빠를수록 언어의 변신도 눈부시다. 신기술이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는 자고나면 신조어(新造語)가 생겨난다. 이제는 일상 용어처럼 굳어진 ‘강추’ ‘냉무’ ‘업글’에서부터, ‘귀차니스트’(귀찮다+ist) ‘네타티즘’(네 탓+ism),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같이 약간의 ‘디지털 지수’를 필요로 하는 말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공간에는 조어가 넘쳐난다. 때때로 ‘세금폭탄’ ‘버블세븐’처럼 언론이나 청와대에서 만들어내는 신조어도 위력적이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B4’(Before) ‘ICE’(In Case of Emergency) 같은 축약어에서부터 세태를 반영한 Bushism(말실수 혹은 독선적 외교정책), 스쿠글(School+google·구글검색으로 동창찾기), 셀로페인(Cellopain·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람) 등 ‘블랭’(web+language)이라 불리는 인터넷 신조어는 쉴새없이 쏟아진다.
우리 국립국어원은 일간지 등 언론에 노출된 신어를 조사해 매년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해 400~600개의 새 단어가 생겨난다는 게 김한샘 연구원의 보고다. 가장 활발하게 생성되는 분야는 단연 일자리다. 온 국민의 입에 익숙해진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가 그렇고, ‘캥거루족’ ‘갤러리족’ ‘프리터족’ ‘배터리족’ 등 ‘~족’ 시리즈가 그렇다.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한 학생), ‘삼일절’(31세면 취업길이 막혀 절망한다)과 ‘십오야’(15세만 되면 앞이 캄캄해진다)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이란 조어가 등장했다. 다소 경박해보이지만, 길고 긴 청년실업의 그늘을 반영하는 말들이다.
작가 김다은씨는 얼마전 발간한 책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에서 “신조어에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시대정신이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취업난이 시대정신인 우울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