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하긴 했었는데 이제는 아닌것 같아. 그러니까 음 그만 만나야 할 것 같아." 여자가 늘 평소와 같은 억양과 음색으로 말한다. 남자는 언젠가 함께 갔던 중국음식점에서 여자가 했던 말 -"이 집 탕수육이 맛있긴 한데 레몬 즙을 너무 많이 뿌리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레몬은 그냥 갖다 주세요."- 이 생각나 그냥 웃음이 나온다. "나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내 말이 웃긴거야?" "모르겠어. 아니..그런건 아니고 .. 음 그냥 뭐 .." 그의 입은 더 이상 어떤 발음도 하지 않고 닫혀 버린다. 그의 입은 닫혔지만 여자는 그 안의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자신을 웃게하고 울게했던 조그만 혀가 다시 너무 갖고 싶은것 같다. 여자는 남자에게 묻는다. "우리.. 음 마지막으로 키스 할까?" '키'와 '스' 사이의 시간은 무척 길었고 그의 대답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더 길었다. 남자는 "아니." 라고 말한다. # 불과 삼일 전에 만나 센트럴씨티 앞 벤치에 발을 디디고 쪼그리고 앉아 같이 담배를 피며 '영원'이란 말을 남자에게 준 여자였다. "나도 이러다가 막 맞는거 아냐? 왜 얼마전에도 보니까 여자가 길에서 담배 핀다고 막 맞았다잖아. 설마 나 막 맞는데 보고만 있을건 아니겠지? 아 근데 '영원히' 라는 말 뭐 그런거 믿어? 난 믿거든. 그래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것 같고" 담배 연기를 뿜으며 눈을 찡그리던 여자가 물었고 남자는 짧게 대답했었다. "둘 다 응" # 이제 남자와 여자는 헤어질 시간이다. 아마 다시는 서로 전화를 하고 서로의 스케쥴을 확인 하며 어렵게 시간을 맞추어 만나는 일은 없을것이다. 그저 어느날인가 예고 없이 , 소공동 지하상가나 신사역 사거리에서 마주칠지는 모르지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남자는 앞으로 'beast'를 가지 않겠다고 아니 아예 광화문과 명동엔 가지 않겠노라고 혼자 생각한다. # 남자는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는다. 광화문 우드앤브릭 앞에서 늘 버스를 타고 그 여자네 아파트에 갔었고 거기서 그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왔기에 종로1가 커피빈 앞에 있는 남자는 어색하다. 남자는 일부러 한 정거장을 더 가 지하철역에 내려 꽃집에 들어간다. "흰 국화 좀 주시겠어요? 제 여자친구가 죽었거든요." 묻지도 않는 말을 혼자 하며 국화를 사 집으로 온 남자는 책상위 그 여자 사진 앞에 국화를 올려 놓는다. # 여자는 죽었다. 더 이상 누군가 그의 발을 씻겨 주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고 집 안에서 그 여자의 '엔비'향이 날 일은 없을 것이고 이는 그와 키스를 할때면 늘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그 여자는 이제 떠났다는 것을 말한다. 남자는 이제 여자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 죽은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일은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고 누구에게도 전혀 득이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 들어가는 담배를 바라보며 플레이를 누른다. 남자는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의 친절한 오디오가 그에게 가르쳐 준다. "담배 연기가 눈에 들어갔다고." 남자는 그냥 그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알람을 맞추고 안대를 하고 눕는다. 뒤척이던 남자는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잠 들지 못하는 자신을 의아해하며 수면제 두알과 물 한모금을 삼키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안대는 젖어간다. got the motivation from "smoke gets in your eyes" sung by dinah washing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