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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ke gets in your eyes ii

최수남 |2006.08.22 02:12
조회 40 |추천 0


# 남자는 문득 달력을 본 다. 그 여자가 죽은 지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가 흘렀고, 이제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숫자는 아무렇게나 그려진 동그라미를 갖고 있으며 동창회라는 세글자가 한 구석에 놓여있다. #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배가 고팠던 남자는 약속시간 보다 일찍 파파이스 앞에 도착한다. 언제나 붐비는 그 곳에서 배가 고파서인지 조금 더 현기증을 느낀다. # 늘 남자와 친구들이 만나면 가던 그 둘둘 치킨집에 들어간다.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들은 그저 치킨과 맥주를 주문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래서 제수씨하고 결혼은 언제 할 건데?" 이미 집에서 부터 예상했던 질문을 받은 그는 면접관이 예상 질문을 던졌지만 자신의 모범 답안을 잊어버렸던 1월의 어느 날 처럼 가슴이 막힌 듯 답답함을 느낀다. # 대답을 못하는 남자에게 바로 판결이 내려진다. "이 자식, 헤어졌구만. 너 차였구나. 그렇게 좋다고 좋아한다고 늘 웃던 녀석이" 남자는 헤어진 것이 아닌 그 여자는 죽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지만 그러기에 자신은 너무 배가 고프고 그럴 여력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그저 맥주를 들이킨다. # 누군가 옆 테이블에 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 온다. "역시 맥주는 치킨하고 먹어야 해!" 라며 웃는 여자와 그녀의 친구들. 저마다 비슷한 핸드백과 그에 어울리지 않게 지퍼가 달리고 YBM 이라 찍힌 화일을 함께 갖고 있다. # # # 여자가 죽은지 오래 되었고 또 그 일은 더 오래였었다. 언젠가 남자와 여자는 그 남자의 동네에 있는 "치킨 한 마리에 5500원" 이라는 꽤나 긴 상호의 가게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아마도 그 남자의 기억이 맞다면 서로의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때 여자는 그런 말을 했다. "역시 맥주는 치킨하고 먹어야 해! 그렇지? 사실 말야 나는 골뱅이에 사리가 없어도 좋고, 소고기는 배 , 돼지고기는 사과 뭐 그런거 안 따지거든. 그런데 말야 정말 맥주 만큼은 치킨하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 해." 여자는 '생각해'의 한 음절 한 음절을 매우 강하게 발음하였고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모르게 남자는 앞으로 맥주는 늘 치킨과 함께 마시겠다고 다짐한다. # # "사실 말야 , 내게 있어 당신은 치킨이야. 난 정말 당신과 함께 해야 하는 것 같아" 남자는 어울리지 않게 닭 흉내를 내며 여자를 웃게 만들었다. # # 여자가 죽을 때, 남자는 왜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 라며 어쩌면 그 여자는 살아났을 수도 있었는데 라고 자신이 정말 이젠 닭처럼 기억력이 나빠진 것인지 의아해 한다. # "야, 너 임마 왜 울어. 기분 좋은 날, 동창들 만나서 왠 청승이야" 친구의 말에 정신을 차린 그는 이번 질문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지만 자신있게 대답한다. "그러니까 담배 연기 좀 저쪽으로 뿜어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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