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칼로 가슴을 난도질 하는것처럼
상처가 더해가야만 아픈걸 느끼던
나는 벌어진 상처에서 철철 피가 흐르고
그 피가 입고 있는 옷을 흥건히 물들일쯤에야
겨우 몸을 일으키고
바람에 날리는
떨어진 나뭇잎 마냥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며
아직은 메마른 저녁길을 터벅거리며 걷고 있다.
걸으면 걸을수록 손에는 힘이 풀리고
눈에는 생기가 사라져 가고
이길의 끝에서
내 생을 마감하고 싶을 만큼
무기력하고
의미없는 행보만 계속하고 있다.
손가락에 채워진
수갑같은 반지마져도
힘이 없어 빼질 못하고
실없는 웃음만 그렇게 내보이고 있다.
조용한 벤치
유난히 비오는날 춥던날
같이 갔던 그곳의 벤치에서
조금이라도
온기를 느껴보려는 마냥
몸을 구기어가며
깊숙히 몸을 묻어본다
무릎을 안고
훌쩍거리던 어린소녀 마냥
힘없는 생기없는 눈으로
후회의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 와서야
내 심장의 소리가 들리고
내 심장의 외침이 들리고
다른사람의 심장이 느껴진다.
이제야 내손에 묻혀진 피가
나의 것이 아니고
내가 느꼈던 비명이 나의것이 아니며
내가 흘렸던 눈물이 나를 위한것이 아님을 알았다
내손에 들려져 있는 날카로운 면도칼이
나를 향하고 있던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건 어느 살인자의 눈물일 뿐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