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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의 미니홈피...

신현구 |2006.08.23 15:48
조회 258 |추천 0

[문화산책―손수호] 노현정의 미니홈피


문이 굳게 닫혔다. 문패는 있으되 인기척이 없다. 대문을 닫기 전까지 660만명이 들락거렸다는 아나운서 노현정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www.cyworld.com/hmmwoo). 지난 8일 재벌가와의 결혼을 발표하자마자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 처음에는 특별한 결혼에 대한 관심에 그쳤으나,시간이 흐르면서 온갖 악플로 도배됐다. 결국 일주일만에 사이트는 폐쇄되고 말았다.

네티즌들은 왜 이토록 화가 났을까. 열렬 팬이 하루 아침에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딱 하나,그녀의 결혼 때문이다. 그들은 먼저 혼례의 순수성을 탓하는 것 같다. 노현정은 교제하던 남자 친구가 있었는 데도 새로운 상대를 만난 지 한 달만에 결혼을 결정한 과정이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이런 감정에 불을 붙인 것이 데이트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해커로 변신한 극렬 네티즌은 그녀의 서랍 속에 있던 앨범 사진을 찾아내 온라인에 유포했다(여기에는 그녀가 친구와 입맞춤하는 사진도 있다). 네티즌은 분노했다. 단아한 외모와 싱그런 미소,교양미 넘치는 멘트를 날리던 아나운서가 그럴 수 있나. 인기를 주었더니 그 인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다니! 반응은 격렬했고,댓글은 험담을 넘어 저주의 냄새마저 풍겼다.

그러나 스타의 결혼을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혼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사적인 계약관계다. KBS 아나운서라는 자리가 공인적 속성을 조금 지니지만,노현정에게 성녀(聖女)의 순결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남친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그 나이에 이른 한국 여성의 보편적 경험이 아니던가.

물론 이런 행위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어서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이미 준사회적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으로 정리하고 있을 정도다. 가령 미디어에 등장하는 퍼스낼리티가 마치 자신과 직접 대화하는 것으로 여기는 데 따른 심리적 혼돈의 결과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분기탱천하는 또다른 이유는 결혼의 도덕성이다. 인기 아나운서와 재벌 3세의 만남이 탁하다는 것이다. 신데렐라의 탄생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멋진 데이트를 선망하는 김옥빈의 발언에 대한 반응처럼 노현정에게도 예의 그 ‘된장녀’ 딱지를 붙이고 만다.

하지만 따져보자. 결혼은 스스로 선택하고,결과에 책임지는 고도의 사회적 행위다. 부잣집에 시집 간다고 곧장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고현정을 보라!). 아무도 혼인 관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그러기에 누구든 결혼은 두렵고 어려운 선택이다. 노현정이라고 예외랴. 그런데도 네티즌들은 마치 파멸을 재촉하듯 섬뜩한 욕설을 퍼붓는다. 빗나간 팬덤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남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풍습이 있었다. 시골의 담장 높이가 머리 끝에 머무는 것부터가 사적 공간에 대한 배려의 결과다. 보통 걸음으로 지나가면 호젓한 골목길이지만,뒤꿈치를 들면 이웃집 마당이 보인다. 비상한 상황이 발생하거나,공동체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발꿈치를 들지 않는 게 예의다.

인터넷 등장 이후 우리는 남의 마당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남의 마당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기집 마당도 안전할 수 없다. 오는 일요일,노현정이 화촉을 밝힌다. 이것저것 다 접고,부디 행복의 골든벨을 울려줬으면 좋겠다.

 

손수호 부국장 namu@kmib.co.kr ===> 국민일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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