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글쎄..
어릴 때 내가 거짓말하면, 우리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왜 있잖아요~
나한텐 뻔히 다 보이는데,
자긴 그런 줄도 모르고 끝까지 애쓰는 거요.
그녀가 딱 그래요.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유치원생 같죠.
오늘도 진짜,
내가 웃음을 참느라고 얼마나 힘들던지..
저녁때 같이 고짓집엘 갔거든요.
"많이 먹어요" 그랬더니
자긴 뭐, 점심을 늦게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다나.
그런데! 그 대답과 동시에,
그녀의 배에서 들리는 우렁찬 소리.. 꼬르륵!
순간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
그러곤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 한 모급을 조신하게 마시는 그녀.
아, 그 어설픈 내숭과 어설픈 태연함이란!
내가 아는 척하면 무안해할까 봐, 그냥 모른 척했어요.
대신, 주먹만한 상추쌈을 몇 개 싸서
싫다는 그녀 입에 억지로 쑤셔 넣어 줬죠.
아이고, 잘만 먹더만요!
이다음에,
좀더 친해지면 꼭 말해 주고 싶어요.
"그렇게 내숭 안떨어요 무~지 예쁘니까,
그냥 하던 대로 하세요. 그게 더 좋아요, 예?"
그 여자
좀 모른 척 넘어가 주지~
꼭 그렇게 상추쌈까지 싸 주면서
알았다는 티를 내야겠냐구요.
아니 그렇잖아요.
사람이 어떻게
곧이곧대로 말하고 살아요?
한두 번 사양도 하고,
한두 번 억지로 권하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근데 그 사람은,
도대체 두 번째가 없다니깐요.
"추우면 옷 벗어 줄까요?" 그러기에
괜찮다고 그랬더니,
벗던 옷을 냉큼 다시 입은 적도 있었구요.
아까 저녁 먹으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배고파요?"
"아뇨.. 뭐 별로.."
"아 그래요? 난 배고픈데?"
그러더니 미리 나온 반찬을
혼차서, 아주 쓸어 담듯이 먹더라구요.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그걸 보니까,
꼬르륵 소리가 저절로 난 거죠.
몰라요, 이젠 나도
사양하고 예쁜 척하고 그런 거 없어요.
예쁜 척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거지.
내일부터 나한테
배고프냐고 묻기만 해 봐요.
"예,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어요."
그렇게 대답해 버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