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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일런트힐에 대한 고찰(스포일러 있음)

조현우 |2006.08.28 22:37
조회 172 |추천 0


 

사일런트 힐 광팬으로서 이 영화는 비쥬얼과 사운드 면에서는 합격점을 주고도 남지만, 스토리와 설정,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측면에서는 실망하다 못해 화가날 정도였다.

 

  원작의 독자적인 설정과 세계관은 완전히 사라지고 영화 사일런트 힐은 영화만의 오리지널 스토리 라인을 걷는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일런트 힐 1, 2, 3편에서 괜찮다 싶은 비쥬얼을 마구 차용해서 짜집기를 한 것이다. 그 놀라운 비쥬얼에 투자한 열정의 반만이라도 스토리와 배우에 썼으면 정말 다른 작품이 나왔을텐데 아쉬울 뿐이다.

 

  크리스토프 갠스 감독은 "늑대의 후예들"에서도 스토리 구성에는 소질이 없어 보였는데,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 그래도 우웨볼 감독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게임의 영화화는 여전히 마이너급 시장인가 보다.

 

  개인적인 감상은 이만 접고 영화 사일런트 힐의 내용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영화 자체가 완벽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관계로 상당부분 추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에선 사일런트 힐이란 마을은 사마엘이라는 악신 - 사마엘은 사탄과 동일시 되기도 합니다. - 을 믿는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며 사일런트 힐의 핵심적인 오컬트 요소인데, 영화에서는 실종되어 버렸다. (감독, 게임은 해본거냐!!!)

 

  영화에서 주민들은 크리스트교 광신자 들이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악마는 루시퍼(I have many names)이다. 이렇게 신과 악마의 전형적인 대립 구도로 가버림으로 인해서 원작의 설정은 산산히 공중분해되고 만다.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보자.

 

  알레사라는 어린 소녀는 어릴적 아버지가 없는 것으로 인해 학교 급우들에게 왕따를 당하게 된다. 광신자 집단 답게 따돌림은 필연적으로 마녀로 연결되고, 알레사에게 가해지는 가혹행위들은 점차 수위를 높여가게 된다.

 

  급기야 마을의 종교지도자였던 크리스타벨라가 알레사를 마녀로 지목하고 화형에 처할 것을 계획하게 되고 알레사는 이 사실을 모르는 자신이 유일하게 따르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화형 장소로 인도되고 만다.

 

  최후로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마저 버림받은 형태가 되어버린 채 불속에 타들어가는 알레사의 마음은 어둠과 증오로 가득차게 되고 결국 루시퍼를 자신을 통해 불러들이게 됩니다. 현실에서 1차적인 복수는 루시퍼의 등장과 더불어 화재의 형태로 발생하였으며, 알레사와 광신자 집단은 현실에서 죽습니다.

 

  그러나 영혼은 남아서 현실과는 다른 밀폐된 사일런트 힐 공간에 남게 됩니다. 이면세계의 사일런트 힐에서의 알레사는 완전히 죽지 않은채 병원 깊숙한 지하에 자리잡게 되고, 광신도들의 피난처인 교회를 제외한 이면세계는 루시퍼에 의해서 장악당합니다. 싸이렌 소리와 더불어 이면세계에 대한 루시퍼의 잠식이 시작되며, 광신도들은 이 신호들에 의해서 교회로 대피합니다. (원작의 이면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신호인 사이렌이 실제 대피신호로 쓰여버립니다.)

 

  교회라는 성역을 잠식할 수 없는 루시퍼는 이면세계를 열어 알레사의 선한 부분을 아이의 모습으로 화하여 내보내고 이 아이(샤론)를 크리스와 로즈 부부가 입양하게 됩니다. 완전한 복수를 이루기 위해 로즈의 힘이 필요한 루시퍼는 샤론을 통한 지속적인 암시를 통해 로즈를 사일런트 힐로 이끌고 덤으로 시빌이 붙어 옵니다.

 

  화려한 서비스 씬들의 향연 끝에 로즈는 알레사와 루시퍼가 있는 병원 깊숙한 지하에 도달하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됩니다. 신념에 의해 (광신도들의 믿음도 신념이죠) 결계로 작용하는 교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루시퍼는 로즈에게 도움을 청하고 "자궁속의 안식"의 주술로 인해 로즈 몸 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1,3편의 핵심 설정이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 때 샤론은 시빌과 함께 크리스타벨라를 비롯한 광신자 집단에게 잡히게 되고 이들은 30년전의 일을 다시 벌리려 합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이였겠지요. 시빌은 온몸을 불사르며 빛나는 조연의 삶을 마감하고 샤론이 화형에 처해지려는 순간 로즈가 들이닥칩니다.

 

  사실을 말하는 로즈의 입을 막기 위해 급기야 크리스타벨라는 그녀에게 칼을 내지르고(3편의 클라우디아가 빈센트를 찔러버리는 장면이 이딴식으로) 이 부정한 행위로 인해 로즈의 몸속에 있던 알레사와 루시퍼가 교회로 들어오게 됩니다. 2편의 최종 보스 메어리(모습이 똑같습니다)와 헬레이져 3탄(그 쇠사슬은 핀헤드 물건이 아니더냐)이 결합된 알레사의 복수의 향연이 시작되고 이제 영화는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알레사의 목적은 복수였지만 루시퍼가 지상에 나타나는 목적은 복수를 이뤄주기 위함만은 아니었겠지요. "자궁속의 안식" 주술을 통해 지상과의 접점을 형성한 루시퍼는 샤론의 몸을 차지하게 되고 알레사의 선한 부분이었던 샤론은 알레사로 돌아가 어머니인 달리아를 살려주고 복수를 끝마칩니다.

 

  로즈는 이제 더 이상 샤론이 아닌 샤론을 구해서 차에 태우고 "자궁속의 안식"을 통해 로즈에게서 새로 태어난 루시퍼는 탄생(아기의 모습)을 의미하는 손가락을 빠는 행위를 합니다. 이제 현실 세계와 루시퍼의 이면세계는 이어지고 사일런트 힐을 떠나 크리스가 있는 집으로 향합니다.

 

  문이 열리고 로즈와 샤론이 들어옵니다. 물론 이면세계와 현실세계는 달라 크리스와 로즈는 서로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제 삶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 루시퍼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여주고 두 세계가 만나는 것을 의미하는 문을 현실세계의 크리스가 닫으며 영화는 끝납니다.

 

  써보고 나니 거창하군요. 사실 이렇게 이해할 정도의 가치가 이 영화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를 보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P.s 끝부분의 시빌의 오토바이가 쓰러진 것을 보고 교통사고로 인해 로즈와 시빌이 죽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견해가 많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 봅니다.

 

영화에서 이면세계를 열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루시퍼입니다. 달리아가 첫 만남 때 이 사실을 얘기해 줍니다. (단지 Dark One - Lucifer - 만이 사일런트 힐 - 이면세계 - 를 열고 닫을 수 있다고 합니다)

 

로즈와 샤론이 현실 세계의 사일런트 힐로 접어들 때 도로위의 누군가를 발견하고 드리프트를 하지요. 영화에선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원작에서 그 누군가가 알레사입니다. 즉, 알레사 = 루시퍼(영화에서)가 순간 이면세계의 문을 연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영화에서는 빠졌지만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 드리프트한 차가 아예 알레사를 통과해 버립니다. 이면 세계로 넘어가는 모습을 암시하는 것인데 물론 원작에는 이런 장면은 없습니다)

 

시빌은 로즈 바로 뒤를 쫓고 있었기 때문에 덤으로 딸려 들어온 것입니다. 그 와중에 오토바이가 쓰러지고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이죠. 그리고 영화 전반부에 쓰러진 오토바이가 이미 한 번 나옵니다.

 

결정적으로 죽음이 아닌 산채로 이면세계로 왔다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학교 화장실에서 크리스가 이면세계의 같은 장소에 있는 로즈를 느끼는 부분입니다. (이면세계와 현실세계가 다르다는 암시였지요) 영화 마지막 부분에도 크리스는 로즈를 느끼고 깨어나 살펴보지만 세계가 다른 관계로 모습은 보지 못합니다.

 

로즈를 이면세계에서 내보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루시퍼가 그 문을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궁속의 안식"의 주술을 통해 확장된 루시퍼의 이면세계(이전에는 사일런트 힐 바깥과는 경계가 끊어져 있었죠)가 매개체인 로즈와 더불어 로즈의 집에까지 도달한 겁니다.

 

[네이버 영화커뮤니티에 zeres7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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