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 Prologue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 06시 30분
선발대가 타고 있는 여러 척의 상륙정과 수륙양용으로 개조된 셔먼전차가 노르망디의 해안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중 작다고는 할 수 없는 키에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지고 있고 군인치고는 머리가 긴 병사가 한명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않고 소위가 말하는 작전내용을 들으면서 자신의 목걸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레이븐 스틸 현재 그는 미 제29보병사단 소속의 병장이다. 1942년에 입대하여 2년여 간의 훈련 후 D-Day라 불리는 작전에 참가 하였다. 보안을 위해 작전내용은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작전은 성공만 하면 히틀러를 패배하게 할 작전이라는 것만은 확실시 되어 있었다. 레이븐은 이미 0000시에 공수부대가 출발하였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상륙정을 타고 몇 대의 수륙양용 탱크와 함께 해안가로 다가가고 있었다.
날씨는 썩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순 없었다. 6월5일에 상륙하기로 되어있었으나 6월1일부터 날씨가 나빠지더니 4일 밤에는 폭풍이 되어 김만 빼고 돌아왔다. 그리고 잠깐 갤 것 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다시 한번 출격시켰다.
굉음을 내며 상륙정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포탄이 떨어졌다. 바닷물은 거대한 분수같이 솟아오르며 파도를 일으켰다. 주의 점을 설명하던 소위가 갑자기 말을 딱 멈추었다. 모두들 뒤를 돌아보니 상륙정을 따라오고 있던 셔먼탱크들이 파도에 가라앉고 있었다. 몇 명의 병사들은 탱크에서 빠져나왔지만 몇 명은 아직도 갇혀서 죽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뒤 탱크는 완전히 가라앉아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30초전 신이 함께하기를!”
소위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비 포격에 엉망이 되어있을 거란 해안가가 점점 다가올수록 포격은 심해지고 있었고 몇몇의 상륙정은 정통으로 맞아 쇳조각 몇 개만 남아있었다. 곧이어 상륙정이 모래톱위에 올라가는 것이 느껴지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다음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먼데서 출발한 것 같았다 바닥엔 이미 구토물이 흥건했고 바닷물에 젖어서 지쳐보였다.
“선두 개방! 해변에서 보자!”
보트 전면의 램프가 열리면서 트랩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병사들은 모두 고함을 지르거나 인상을 찡그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바닷물을 차가웠고 가슴까지 올라왔다. 언 듯 육지에 세워진 대전차 장애물 수십 개가 보였다. 곧바로 다른 상륙정들의 램프가 열리면서 다른 곳에 있던 병사들도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독일군의 기관총 사격이 시작되었다. 예광탄의 노란불빛이 그들 사이로 굉장한 속도로 스쳐지나가더니 이번엔 진짜 총알들의 그들을 덮쳤다. 제일 앞에서 달려 나가던 병사가 모래톱위에 미쳐 다 올라서기도 전에 총에 맞아 물속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곳곳에서 핏덩이들이 튀기 시작했으며 뒤에 따라오던 상륙정들의 병사들은 트랩이 내려가자마자 쓰러지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병사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자 뒤쪽의 병사들은 측면 벽을 넘어서 차가운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알아챘다 자신들의 군장이 자신의 몸을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는 것을 각자 열심히 군장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총도 내다버리고 총알도 버리고 물통이고 대검이고 가릴 것 없이 풀어버렸다. 개중에 몇 명은 폐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물을 버티지 못하고 해변으로 헤엄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가라앉았다.
계속 다른 상륙정들이 해안을 받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기관총탄은 중간 중간에 예광탄을 끼우고 달려다오던 병사들을 휘젓고 나서 미처 몸을 숨기지 못한 병사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막 트랩이 내려간 상륙정에 기관총탄 몇 발이 쏟아지더니 불이 붙었다. 그 불은 곧이어 폭발하였고 불붙은 병사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려 애썼다. 한 용감한 일병이 엄폐물을 벗어나 다리에 불이 붙어 쓰러져있던 병사를 걷어차서 바닷물로 넣었다. 하지만 그는 집중 사격을 받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나마 목숨이 붙어있던 병사들은 모두 대전차 장애물 뒤로 숨어들어갔다 하지만 두 명만 숨어도 꽉 차는, 군데군데 총알 들어올 공간이 가득한 그 엄폐물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상륙정들이 계속 상륙하면서 엄폐물 뒤에 숨어있는 병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레이븐도 대전차 장애물에 몸을 숨기고 있는 병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흔 여섯발의 보조 탄약이 젖어서 못쓰게 되지 않기를 빌며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꼴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전차 장애물 뒤에 몸을 숨기고 허리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독일군이 자신을 발견 못하게 하도록 대전차 장애물 뒤로 몸을 꼭꼭 숨겼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쏴대는 비정한 기관총 사수 때문에 해안을 향해 단 10m도 접근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접근하려다간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미 상륙을 시작한지 30분이 다 되어갔지만 해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성공한 사람을 한명도 없었다.
“이런, 틈을 줘야 상륙하던지 말 것 아니야, 이 멍청한 놈들은 포격했다더니 젠장.”
어느 사이에 레이븐 옆으로 달려온 비닐로 씌워놓은 타자기를 들고 있는 일병이 투덜거렸다.
“일병 자네 어느 부대 소속인가?”
“상륙 지휘대 소속입니다! 작전기지를 세우기 위해 왔습니다. 그리고 탱크는 어디 갔습니까? 저쪽의 공병대가 대전차 장애물을 날려버린다고 해서 이쪽으로 왔는데 말입니다.”
“탱크는 가라앉았어 아까 내가 상륙할 때 파도에 휩쓸려서 잠겨버리더군, 몇 대가 상륙한 것 같지만 대전차포에 맞고 다 고철덩어리가 되었을지도....... 아 그리고 충고하나하지 여기서 살아남고 싶으면 이 멍청한 타자기는 내다버리고 저기 있는 소총하고 탄약 챙겨 놔.”
레이븐이 상륙 지휘대 소속 일병이 들고 있던 타자기를 빼앗아 던져버리며 말했다. 그 일병은 순순히 타자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잽싸게 머리를 숙였다. 예광탄이 그의 머리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어떤 대위가 소리를 질러댔다.
“모두들 해안가로 달려가! 여기 있다간 다 죽어!”
그 대위는 말을 마치자마자 대전차 장애물에서 나와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병사들이 달려갔다. 기관총은 계속 상륙하는 보트를 막느라 해변으로 달려가는 병사들을 막을 여력이 없는 것 같았다. 간간히 병사들을 맞추긴 했지만 집중적으로 쏘아댄다는 느낌을 들지 않았고 레이븐도 그들 사이에 섞여서 달려가고 있었다. 상륙 지휘대 소속 일병은 벌써 잃어버렸다. 기관총은 그제 서야 보트들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는 듯이 달려오던 그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륵..드르르르르륵]
벙커 안에서 전기톱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MG42기관총은 병사들을 쓰러뜨렸다. 총에 맞은 병사들은 고통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레이븐도 달려가며 그 광경들을 보았는데 그중 성경을 든 어떤 병사가 멈춰 서서는 총에 맞아 널브러져 신음소리만 겨우 내던 병사의 손을 잡고 성경을 읽어주고 있었다. 지나가던 병사들도 그 광경을 보고 달려가며 말했다.
“미친놈.......”
그 때였다.
“윽”
잠시 기도하는 병사에게 정신을 팔다 달리기가 느려진 레이븐은 갑자기 왼쪽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상처부위를 보려고 했지만 기관총 사격으로 인해 모래가 탁탁 튀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누군가 구출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구해주지 않았다. 레이븐의 눈에는 다른 병사들이 자신을 넘어서 해안가로 달려가는 것이 얼핏 보였다. 모두 그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거나 자신이 살기도 바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해서 눈을 감았다. 오른손에 개런드의 딱딱한 나무 감촉이 나는 것을 느꼈다. 몸이 공중으로 뜨는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이 죽는 느낌이라면 죽음도 별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의식을 잃었다.
* 마비노기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