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몇가지 시선들~
첫번째 이야기... 비오는 날의 수채화..(1부)
[he said....]
내 나이 스물여섯...
군대를 전역한 게 스물셋이니까 어느덧 놀고 먹은지도 어느덧 3년째입니다.... 처음 마음은 잠깐의 휴식이었는데 너무 오랜시간 휴식을 한탓인지 이제는 무엇도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오늘도 시간을 죽이기 위해 PC방에서 차디차게 식은 라면국물을 들이키며 스타크래프트에 열중하고 있는 나...
댄장! 상대녀석이 테란의 고숩니다...버로우 된 내 럴커 사이를 디펜시브 마린으로 유유히 헤집고 다니며 내 피같은 럴커들을 다이 시키고 있습니다..GG..굿 게임의 약자던가요?
오늘도 GG를 치며 나옵니다..GOOD GAME이 아닌 개같은 게임이라고 속으로 중얼 거리면서요...
게임도 안되고...아무래도 담배한대 피우고 세수한번 하고 전열을 다시 가다듬어야 겠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서자 교복을입고 살벌한 시선으로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날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는 고딩들...
담배를 피며 날 쳐다보고있는 무시무시한 고딩들의 시선을 뒤로한채 무사히 내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무서운10대!!라고
머릿속으로 되새기고 있을때 어느새 디지털시계로 전락해 버린 내 핸드폰으로 한통의 문자 메세지가 왔습니다..
[문자 메세지]
2006년 9월 15일 18;00에 중앙초등학교 27회
졸업생 동창회가 있습니다.
장소:광화문옆 술집 고구려 회비:3만원
오랜만의 모임이니 꼭 참석바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라...
아마도 고3때 수능을 보고나서 하는 거니까 10년이 다 되어 가는듯 싶습니다..
엄청난 갈등이 속으로 물 밀듯 파도쳐 옵니다..
물론 시간이야 항상 있는 것이고 문제는 내 일주일
용돈에 해당하는 거금 3만원...
오랜심사 숙고 끝에 고구려행을 결정 지었습니다..
혹시 그녀가 오지않을까 하는 마음예요..
그렇게 나는 고구려로 향했습니다...
[she said....]
"정희경씨 주사 맞을 시간입니다"
후....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가 봅니다..
이 지긋지긋한 간호사 언니의 주사 맞으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요..
요즘들어 이런 생각을 하곤합니다..
내가 하루하루 죽어 가는 것인지 아님 살아 가는 것인지..
정말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이럴꺼면 하루빨리 죽어 버리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수없이 기도 드립니다...
남들이 흔히 백혈병이라 부르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오랜 항암 치료덕에 길고 윤기나던 내머리는 온데간데 없고 모자를쓰지 않고서는 차마 볼수없는 대머리아가씨가
되어 버렸습니다..그래도 병을 앓기 전에는
나름대로 한 외모한다고 생각 했었었는데....
이 악마같은 녀석이 나를 찾아온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학교에서 강의를 받고 있던중에 어지러움증을 느낀 나는 교수님께 말쓰드리고 강의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요즘들어 계속되는 어지러움증과 몸살기운...
아무래도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할듯 싶어서 동아리선배가 레지던트로 있는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진찰을 받고 대기실에서 진찰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의사선생님이 부르십니다...
"정희경씨 아무래도 정밀검사를 한번 받아 보셔야겠습니다."
가벼운 몸살쯤으로 생각하고 병원에 간 나로서는 이
상황이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정밀검사 받아야하니까 오늘 오후 7시 이후부터 내일10시 까지는 금식하고 내일 10시에 병원으로 와...
아무일도 아닐꺼니까 걱정 하지말고..하루
굼고 다이어트 한다고 생각해"
맘 좋기로 소문 났었던 선우 선배의 말을 뒤로 한채
힘 없이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희경아,아무일도 아니니까 지레짐작 겁 먹고 신경쓰지 마'
스스로 나에게 여러번 말을 해보지만 아무래도 처음 있는 일이라 쉽사리 마음의 안정이 되질않습니다..
잠을 잤는지 눈을 감고 누워있던건지 모른 체 그렇게 학교 수업도 빼먹은채로 향한 병원...
병원앞까지 날 마중나온 선우선배...입은 웃고 있지만 눈 어딘가에서 나에대한 걱정이 한없이 묻어 있습니다..
"어 ..희경이 일찍왔네"
선배의 안내를 받으며 난 검사실로 향했습니다...
"우와~이 안으로 들어가는거예요 선배?"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 심장은 42.195km 의 달리기를 마친 마라톤 선수처럼 뛰어 오릅니다...
1시간 정도의 검사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데 저 멀리 선우선배가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어머니 잘 계시지??"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왔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뜬금없이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선우선배...
눈동자가 떨리는 것으로 봐서 무엇인가 다른 할말이
있는것 같습니다...
"선배 왜 그래요??나 아무병도 아니지??"
잠시 정적이 흐르고 선우선배가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가
맙니다..진짜 나한테 무슨병이 있는 것일까요??
"희경아,얼굴본지도 오랜만인데 이따 저녁에 시간되면
술이나 한잔하자.."
별 생각없이 흔쾌히 약속을 하고 나는 잠시 집에 들렸다가 선우선배와 만나기로 한 학교근처 호프집으로 향했습니다...
"희경아 여기.."
먼저와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선우선배...
근데 좀 이상하네요...학교 다닐때 그렇게 못 마시던 소주를
벌써 혼자서 두병이나 마시고 있습니다..
"선배, 의사 되더니 알코올로 소독은 안하고 다 선배가
마셔버리는 거 아니예요?"
예전 같았으면 환하게 웃어줄 선배가 잠시 쓴 웃음을 짓더니 이내 다시 소주잔을 입으로 털어 넣습니다..
"선배, 진짜 무슨일 있어요??요즘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거예요??"
내 물음에 아무 대답없이 연거푸 소주잔만 비우고 있는 선우선배..정말로 무슨일이 있는 것일까요??
"우선 술이나 한잔하자"
아르바이트생이 잔을 가져다 주자 내 잔에 술을 따라주는 선배...미세하지만 그의 손이 떨리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나 어느덧 빈병으로
가득한 테이블...
말이 이야기지 선우선배는 주로 술만 마시고 나 혼자
주절거리는 거였습니다...
"아 진짜! 사람불러 놓고 이게 뭐예요??무슨일 있으면
시원하게 이야기 해 봐요~!!"
한 참을 망설이던 선배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희경아 놀라지 말고 내 얘기 잘들어...
너 아무래도 입원해야 할 것 같다..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너랑 맞는 골수만 찾으면 완치되니까..
우선은 내일 당장 입원부터 하자.."
"선배 무슨 말이예요???골수는 머고.....
나 무슨병인데 그래요??큰 병이예요??"
그리 큰 병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심장이 멎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이야...
우선 당장 내일부터 입원해서 가족들부터 너랑
맞는 골수가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자...응??"
그렇게 시작된 병원생활...
가족들중에도 골수기증을 희망한사람들중에서도 나랑 같은 골수를 가진 사람이 없어서 5년째 이렇게 향암치료만 받고 있습니다....누가 그러더군요 불행은 겹겹히 오는 것이라고...
치료를 받은지 3년째 되던해에 아버지마저 뻉소니
차에 치여서 돌아 가셨습니다...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이 나왔지만 그 돈마져도 이미
내 병원비로 다 들어가 버렸고...이제 유일하게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습니다....
"희경아..죽이라도 좀 먹어야지.."
항암치료를 오래 받으면 입맛을 잃어 버립니다...
그리고 음식을 섭취하면 오는 미칠듯한 메스꺼움...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또 신경질을 부리고 맙니다..
"됐어....그런건 먹어서 뭐해??이제 나을 가망도 없는데 나 그냥 이대로 죽어 버리게 내버려 두란 말이야!!"
고개숙인 엄마의 밑으로 떨어지는 한방울의 물방울...
"희경아,엄마 화장실좀 다녀올테니까 입맛 없어도
몇 숟가락 뜨고 있어.."
나는 알고있습니다...
내 앞에서는 차마 눈물을 보이지 못해서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는 엄마를요....
알면서도 자꾸만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립니다....
신경질 부릴 사람이 엄마밖에 남아있지 않기에...
늘 조용하기만 하던 핸드폰으로 한통의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머야..초등학교동창회??나도 가고싶다...'
병원에 입원하고 처음에는 대학친구들이 자주 들리고
연락도자주오고 했지만 오랜병마 끝에 한없이 날카로워진
나에게 이제 연락을 해줄 사람은 남아있질 않습니다...
"희경아, 죽 좀 먹었니??"
퉁퉁 부은 눈으로 그렇게 화장실에 다녀온 엄마가 잔뜩
쉰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합니다...
"먹었으니까 이제 저거치워!!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니까!!"
내 말에 순순히 죽을 치워주는 엄마.....
"정희경씨 보호자분은 지금 병원프론트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돈 내라는 안내방송입니다....엄마는 저 소리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병원프론트로 향합니다.
"아니 이제 도대체 몇달쩁니까??그 쪽분 사정은 알겠는데 저희도 돈을 받아야 치료도 하고 그럴꺼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아들뻘 바께 안되는 서무과 직원에게 오늘도 아무말 못하고 연신 고개숙이며 죄송하다고 하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향암치료를 받으며 3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습니다....
백혈구수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퇴원해도 된다고 의사가
처음 이야기 했을때는 정말이지 내 병이 다 나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흘렀을까요??나는 다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왔습니다....보기만해도 소름이 돋는
이 눈에 익은 병실...그리고 주사기, 알코올 냄새....
이렇게 3번을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 하고도 이 악마같은 녀석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병원비를 빌려주던 친척들만 한명 두명 멀어졌을
뿐입니다...이제 더 이상 희망도 돈을 빌릴 곳도
남아 있질 않습니다....
"엄마 이럴꺼면 차라리 그냥 퇴원해 버리자"
"................"
평소 같았으면 화부터 냈을 엄마가 말이 없습니다....백혈병과의 싸움에 엄마도 많이 지쳐 버린듯 하네요...
"저....희경아, 우리 전세집 전세금빼서 병원비 내구
이사해도 되겠니??"
"...응...그래..."
반쯤 잠긴 엄마의 목소리가 애처롭습니다....
"엄마 나 그냥 퇴원할래.....이제 더 이상 치료받을 힘도 기운도 없어...그러니까 이제 좀 그냥 쉬면 안될까.....응???"
한참을 말이 없던 엄마가 고개를 숙인채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렇게 길고 긴 병원생활이 끝나고 엄마와 나는 몇개
남지않은 살림살이를 챙겨서 보기에도 가파른 산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희경아, 아침먹자.."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서 인지 이제는 밥도 곳잘 먹게된 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때 보다도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습니다....머리도 조금씩 자라는 거 같고...그러보 보니 오늘이
9월15일 이네요....
그립습니다....사람이 그립고 친구가 그립습니다......
엄마와 함께하는 아침식사 자리에서 난 조심스레
엄마에게 말을 꺼내봅니다...
"엄마, 나 이따가 저녁에 친구들좀 만나고 오면 안될까?"
"왜??누구 만나기로 한 사람있어??의사 선생님이 무리하게 걷고 그러지 말라고 했자나...."
이미 예상한 대답이기는 했지만 난 다시 한번
엄마를 졸라봅니다...
"오늘 초등학교 동창회 하거든....그냥 친구들 얼굴만 보고 앉아 있다가만 올테니까...꼭 좀 보내줘....
엄마 이제 정말 사람이 너무 그리워......"
마지못해 승낙한 엄마.....오랜만에 외출에 너무나도 신이난 나는 한참을 거울앞에 서 있습니다...
'그래 정희경...초등학교 친구들은 너 아픈거 모르니까
당당하고 씩씩하게 친구들 만나고 오자...
정희경 떨지 말고 당당하고 도도하게..'
속으로 수 없이 다짐해 보지만 잘 안됩니다...
약속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떨리는 심장....
"엄마 나 그냥 가지말까?"
"갑자기 왜그래??친구들 보고싶다면서...?"
"그냥 사람들 만나서 웃고 그럴 자신이 없어서..."
"부담갖지 말고 다녀오려구나..."
결국 나가기로 마음먹고 다시 거울 앞에 섰습니다...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가발을쓰고 그리고 아버지가 퇴원하면 꼭 입으라며 생일때 사준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서...
"엄마 나 괜찮아??"
"그럼...우리딸 그렇게 입으니까 꼭 선녀 같은데..."
오랜만에 보는 화장한 내 모습....
입원하고 나서 처음인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화장을 하는 것도 조금은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희경아 약속시간 6시라고 안했어??늦겠다....얼른
챙겨서 나가야지.."
거울앞에 너무 오래 있어 버린 것일가요..?어느새 시계가 6시를 향하고 있습니다...그렇게 집을 나와 나는 광화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