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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의 수채화 (3부)

김세영 |2006.08.29 03:53
조회 62 |추천 0

[he said...]

 

2차로 향한 곳은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놀러와'

술집 이름이 좀 컨츄리하긴는 하지만은 단란하게 노래부르며

술을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준비한 건 없지만 많이먹고...모자란 게

있으면 더 시키고..."

 

민우가 미리 연락을 했는지 테이블 위에 가득한

양주와 과일들....

'준비한게 없기는...이 정도 마실 돈이면 내가

PC방에서 6개월 이나정액을 들고도 남는 돈이라고!'

오랜 백수생활의 후유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든 돈을 PC방 정액요금과 비교해 버리는 내모습...

 

"자...그럼 우리 호프 민우가 쏘는 자리니까 마음껏 마시고

 신나게 좀 놀아보자..."

 

총무인 재혁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잽싸게 노래한곡을

예약하는 한녀석...

누군가해서 봤더니 어려서 부터 음주가무(?)에

능하기로 소문났었던 분위기 메이커 동철입니다...

언제 어디서 구해 왔는지성인나이트에서도 이제 보기힘들다는 빤짝이 가다마의를입고서 말이죠..그리고 녀석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김한장을 가지고 갑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이어서 나오는 흥국이 형님의 '호랑나비'

녀석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김을 접더니 침을 접착제 삼아 김으로 수염을

만드는 동철이...

그렇게 흥겨운 동철이에 무대가 끝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술을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민우... 녀석을 둘러싸고온갖 애교를 부리고 있는 한 무리의 아낙들...그 아낙들에게는 원래

관심조차 없었기에 난 나만의 천사를 찾아서

분주하게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저기 있네'

역시나 특수조명을 받는 지 어두운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오로라 같은 빛을 발하는 나의 천사님...

뭐가 그렇게 수줍은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수줍은 미소만

짓고 있는 그녀 ...

비록 나와 멀리 떨어져 앉았지만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때 주머니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내 핸드폰이 돼지털 시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진동하는 핸드폰...

'누구지?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보니 한 통의 문자메세지가

와 있었습니다...

 

[문자 메세지]

SOS... 나 성순데 지금 화장실 둘째칸에서

밀어 내기 작업중인데 마무리할 휴지가 없다...

긴급구조 바람!!

 

또 위급한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는 사나이 최진철...

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끄고는 성수가 갇혀있는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때마침 보이는 양동이...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양동이에 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세요? 짱구 너냐..? 화장지좀 던져봐..."

 

"............."

 

녀석.. 지금 자신의 위기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정신을 밀어내기 작업에 쏟아 붇고 있네요...

 

"진철이가 아닌가 보네.. 이 녀석은 문자보낸지가 언젠대

 아직도 안오는 거야?.. 짱구 오기만 해봐라..."

 

그러는 사이 어느덧 양동이에 가득한 물...

아마도 내가 세상에태어나 지었을 가장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성수녀석의 작업현장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연이은 회심의 일격!

 

"앗... 차가워.. 어떤 자식이야.. 너 아주 잡히면 죽는다"

 

3류 영화에 자주 나오는 대사를 하는 녀석...

여기서 주인공이 잡히면 말이 되겠습니까?

난 유유히 화장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승리의 담배를 피기위해 시끄러운 그 곳을 잠시 빠져나와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나.. 아까 그 복수의 장면을 회상하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냅니다...

댄장.. 돛대남은 담배가 부러져 있네요..

물론 깁스를 (흡연자만이 아는 응급조취) 해서 피면 되긴

 되지만.. 이 승리의 순간에 깁스한담배를 피울수

없기에 난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에 내 몸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

'비온다.. 튀자'

마치 영화의 추격신을 찍듯이 난 편의점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편의점 알바생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 편의점 안...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기에 편의점 안 에어컨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새어 나옵니다..

 

"이거 얼마죠?"

 

비가 오고 있기에 난 그녀에게 줄 우산 한개와 담배한갑을

집어들고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6,500원 입니다.. 손님~"

 

아직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대하는 알바생...

 

"저 죄송한데 200원만 깎아 주시면 안될까요...?"

 

지하철 요금까지 털었음에도 내 수중에는 6,300원 밖에 없습니다.. 최대한애처로운 눈빛을 날리며 알바생에게 사정을 하고 있는 내모습...정말이지 비굴합니다...

 

"저 손님... 저희는 정찰제를 하고 있어서 할인이 안돼요..

멀쩡하게 생기신 분이..."

 

사나이 최진철이 저런 이야기 까지 들어야 되다니...

단돈 200원에 알바생에게 이렇게 수모를

당할수는 없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수술을 해야 되요... 그리고

집에는 어린 동생들이 밥 달라고 아우성 이구요..."

 

알바생의 저 눈빛... 나도 알고 있습니다... 저

눈빛의 의미를요...

어쨌거나 넘치는 건강을 주체 못하시는(?) 어머니를

졸지에 환자로 만들어 버린 나는 우산과 담배를

들고 다시 술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어떻게 해결(?) 했는지 어느새 자리에 돌아와 있는

우리에 성수...

 

"야...짱구! 너 내문자 안 받았어...?"

 

조금 흥분한 듯한 녀석의 목소리..

난 최대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합니다..

 

"문자? 나 휴대폰 빠데리 없어서 꺼져 있는데.."

 

내 말을 믿었는지 성수녀석 더 이상 말이 없습니다..

성수의 시선을 외면하고 난 다시 나만의 천사가 앉아

있는그 곳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보라가 무엇인가 계속 이야기 하고 있고 그녀는

말없이 웃어주고만 있습니다..

끊임없는 보라에 수다에도 밝은 미소를 보이는 그녀...

정말.. 천삽니다..

집에 가려는지 가방을 챙겨 일어서려는 그녀와

옆에서 이를 말리는 듯한 보라...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어두워 보입니다...혼자만의

착각일까요?

결국 보라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리는 그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는 나...

한참 그렇게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 보고있던 나는 황급히

그녀의 뒷모습을 쫒아서 자리를 떴습니다...

 

"야.. 짱구 어디가??"

 

성수의 말을 뒤로하고 난 황급히 그녀를 쫒아갔습니다...

다행히도 내리는 비 덕분인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그녀...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저기.. 우산 없으시면 이거라도 쓰고 가세요..."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그 우산쓰고 가면 그쪽이 비

맞아야 하자나요..."

 

"아뇨.. 전 대리운전 불러서 가면 돼요... 차에

우산도하나더 있구요"

 

비록 거짓말을 했지만 내 우산을 받고 생긋웃는 그녀의

미소가 너무도 상큼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혹시 연락처 있음 하나 주실래요?

제가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살께요.."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황급히 메모지에 휴대폰

번호를 적어주는우리의 진철씨..

 

'아 싸! 하느님,부처님, 예수님 캄사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정말로 연락을 할까?.'

 

우산을 쓰고 조금씩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난 그녀와 다시 만날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해봅니다...

 

[She said...]

 

보라의 손에 이끌려 간 술집..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습하고 칙칙한 거 같네요...

사법고시를패스하기만 했는데도 이정도로 술을 살 수 있다는 걸보면서 난 새삼 사법고시 패스가 대단한

것임을 느낍니다...

모두가 잔에 술을 채워 마시고 있지만 나는 우유와

과일만 먹고 있습니다...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라가 또 술을 권합니다...

 

"기집애야! 너 이유식 하니? 무슨 우유랑 과일만 먹어??"

 

보라의 말에 별 대꾸없이 그냥 웃어버리고 맙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반짝이 의상을 입은 사람이 '호랑나비'를

신나게 부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니 아프기전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네요...

그때는 미팅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랬었는데...

저 앞에서 춤추고 노래부르는 사람처럼 놀기도 했었구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하는 내가

안쓰러운지 보라가 자꾸만 말을 건넵니다...

 

"희경아 사귀는 사람은 있니?"

 

"......."

 

"회사 취직은 하구....?"

 

"......."

 

보라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저 웃고만 있습니다...

 

"기집얘 예전에는 나랑 그렇게 수다떨고 그러더니

남자얘들 있다고 내숭 떠는거 봐..."

 

내가 자꾸 대답을 하지 않자 삐져 버렸는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하기 시작하는 보라...

나는 다시 혼자만의 생각속으로 빠져듭니다...

처음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대학 친구들이

하루가멀다하고 꽃과 과일을 사들고 왔었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금방 나으리라 믿고 항상 친구들을

밝은 미소로대했었구요...

   그러기를 6개월...

가족중에서도 그리고 골수기증자 중에서도 나와 일치하는

골수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요...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살을 찢는 듯한 항암치료에 너무도 지쳐버린 나는

그 짜증을 문병오는 친구들에게 풀어 버리곤 했습니다...

자주오는 친구들에게는 자주온다고 신경질을

부리고..가끔오는 친구들에게는 자주오지 않는다고

신경질을 부리구요...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이제 문병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로지 간이침대에서 내 짜증을 묵묵히 받아주는

엄마만 있을뿐이지요...

그리고 아빠...

아빠가 대기업 간부였기에 나는 어려서 부터

돈에 대한 걱정없이 자랄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달에도 수천만원씩 들어가는 치료비와 검사비...

아빠의 월급으로도 그것은 해결하기 힘든 것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매일 퇴근을 하실때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리지아

꽃을 사 오시던 아빠...

내가 병원에 입원한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아빠가 오지를 않습니다...

 

"엄마.. 아빠는 요즘 왜 안와?"

 

조금 망설이는 듯 자꾸만 내 시선을 피하는 엄마..

 

"응.. 중국지사로 가면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 중국으로 가셨어.."

 

"뭐야... 그런게 어딨어? 나 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나는 또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맙니다...

그렇게 시간은 또 의미 없이 흐르고... 아빠가 중국으로 가셨다고 한지도 1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엄마 왜 아빠 안와...? 아빠 보고 싶단 말이야.."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엄마..

무엇인가 다른일이 있는것 같습니다...

 

"엄마.. 솔직히 말해줘.. 나 이렇게 있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자나.."

 

아무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엄마.. 그렇게 얼마간의 정적이 흐리고 결국 엄마가 말을 시작합니다...

 

"사실... 아빠 작년에 출장간게 아니라... 뺑소니

차에 치여서 돌아 가셨어..."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도 슬픈적이 있었을까요??

아빠가.. 항상 웃으며 프리지아 한다발을 나에게

안겨주던 아빠가....

 

"뭐야! 그럼 나 완전히 바보천치 된거내.. 엄마 어쩜

나한테 그런 걸 속일 수 있어...?"

 

아무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던 엄마... 힘겹게

말을 시작합니다...

 

"희경아... 엄마는 너 충격받을까봐....

엄마가... 엄마가 잘못했어..."

 

청천벽력이라 했던가요...?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온 세상이 뿌옇게흐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눈도 귀도 더이상 내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몇일이 더 지나고 엄마에 대한 나의 짜증은

극에 달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엄마는 아픈 딸 병간호 한 죄밖에 없는데...

그렇게 1년이 또 지나서도 난 완치되지 않았습니다...

5년 이라는 병원생활이 내게 준 것이라고는 스님처럼

빠져버린 머리와 엄청난 병원비 뿐...

다시는 죽어서도 병원에 가기는 싫습니다..정말로.....

 

"희경아... 밖에 비오나봐..."

 

보라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흠뻑젖은 채로 테이블로 걸어오는 남자를 봅니다... 연신 욕을 하며 누군가를

찾는듯한 그 남자...

 

"그러게... 비가 오나보네.."

 

어느덧 시간이 열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비까지 오니 난 대략 난감합니다...

'어쩌지? 우산도 없는데...'

난 나를 기다리며 집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을 엄마의

모습을 그리며 황급히 가방을 챙겨서 일어섰습니다...

 

"어머 기집얘... 벌써 가게? 지금 부터가 시작인데...

좀 더 있다가 같이 가자..."

 

또 다시 나를 잡은 보라...

 

"미안 엄마가 편찮으셔서 이제 돌아가봐야 돼..."

 

정말 아픈 건 난대....난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내 말을 믿었는지 보라는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줍니다...

 

"보라야. 미안... 다음에 보자"

 

보라에게 힘 없이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서둘러

술집을 나왔습니다...

입구로 나오자 비가 내리는 것이 보이네요...

'큰일이네 비 맞고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정말이지 병원은 죽어도 가기가 싫습니다...

병원비가 없으면 심장을 팔아서라도 날 꼭 병원으로 데려갈 엄마의 모습을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저기.. 우산 없으시면 이거라도 쓰고 가세요..."

 

우산을 들고 내 앞에 서 있는 남자... 홍경민의 노래가사처럼 청바지에 흰티를 입고 내 앞에 서 있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그 우산 쓰고가 버리면

그쪽이 비 맞자나요.."

 

말은 그렇게 해 버렸지만 우산이 필요한건 사실입니다..

 

"저는 대리운전 부르면 돼요.. 차에 우산도 하나 더 있구요.."

 

이 남자가 내 눈을 피하며 말을 합니다..

아마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만 나는 남자의 우산을 받고 맙니다..너무 고마운 마음에 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냈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제가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살께요..

연락처 있으면 하나만 주실래요..?"

 

이 남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무서운 속도로 메모지에

번호와 이름을 적어줍니다..

 

'최진철...? 우리학교 학생이었었나...?

그나저나 저 사람과 밥 먹을때 까지 살수는 있을까요..?'

 

나는 나에게 우산을 준 그 사람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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