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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손

고소영 |2006.08.29 16:26
조회 31 |추천 1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할머니 품에 남겨졌습니다.

 

공사판을 떠돌며 생활비를 버느라 허덕이는 아버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고 할머니는 산나물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온종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을 캔 뒤 밤이 하얗게 새도록

 

할머니는 그 나물을 다듬었습니다..

 

어스름 새벽이 되면 할머니는 나물을 장터에 내다 팔았습니다.

 

"애기엄마, 나물 좀 들여가구려. 싸게 줄게."

 

하지만 장사는 잘되는 날보다 안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나는 할머니 없는 빈집이 싫었고 할머니가 캐 오는 산나물이 너무 싫었

 

습니다.숙제를 다하고 나면 으레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도록 나물을 다

 

듬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손톱 밑의 까만 물은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앞이 깜깜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토요일까지 부모님을 다 모시고 와야 한다. 다들 알았지?"

 

중학교 진학문제를 의논해야 하니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모시고 갈 사람이라곤 할머니뿐인데.......

 

나는 선생임의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 어휴....."

 

허름한 옷, 구부정한 허리, 손톱 밑의 까만 땟국.....

 

나는 내심 걱정이 되어 속이 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이 할머니 손톱 밑의 그 까만 때를 보는 게 싫었습니다.

 

"저,할머니..선생님이 내일 학교에 오시래요."

 

하는 수 없이 내뱉긴 했지만 할머니가 정말 학교에 오시면 어쩌나 싶어

 

나는 저녁도 굶은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오후였습니다.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에 갔다가 나는 그만 눈물을 쏟

 

고 말았습니다.

 

"하,할머니!"

 

선생님은 할마너의 두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지영아,할머니께 효도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나는 선생님의 그 말씀에 와락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잡아드린 할머니의 손은 퉁퉁 불어 새빨간 생채기로

 

가득했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딸이 초라한 할머니를 부끄러원한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아침 내내 표백제에 손을 담그고 철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으셨던 것

 

입니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손등에서 피가 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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