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리만자로의 눈이 십년 안에 다 녹는다면?"
#1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역설하는 사회성 깊은, (그리고 무서운) 다큐멘터리. 정치 입문 전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앨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더 많은 득표를 하고도 "특이한" 미국의 선거방식 때문에 고배를 마신 뒤, 정치를 접고,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를 돌면서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강연을 펼친다. 영화는 그의 강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데, 그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온 현상이 지구온난화의 결과이며, 이에 대한 해결 노력이 없다면 10년안에 지구는 엄청난 재앙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특히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 제한 협약인 교토 협정에 불참한 미국이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주범이며, 대재앙을 막기위해서 지금부터라도 환경보호에 동참하라고 역설한다. 연출은 '24', '앨리어스', '쉴드' 등 TV시리즈의 몇몇 에피소드들을 연출했던 데이비스 구겜하임이 담당했다. 미국 개봉에선 첫주 4개 극장에서 "대충" 소개된 후, 77개 극장으로 상영관 수를 올린, 북미 개봉 2주차 주말 3일 동안에만 136만불의 수입을 올려 "당당히" 주말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하여간에, 미국애들은 지들 비난하고, 욕해야만 귀를 귀울이고, 많이들 보는 모양이다.)
#2
처음에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의 미국 평론가들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었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녀석들이지만, 뭐, 각설하고- 환경 문제에 관해선, 말 꺼내는 거 자체가, 이미 지겨운 세상이 되었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환경 문제는 중요하고, 또 심각하며, 아무 위험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환경 단체나, 생태주의자들, 그리고 그들의 말과 글은 대다수의 경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질서를 위협하는, 아주 불온한 사상으로 오인받고, 박해받는 것이 사실이다. 먹고 살기 바쁜데. 청년실업이 몇명인데. 하긴, 누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대재앙을 걱정하랴. 다음달, 카드 결제일이 더 무서운데.
사람들에게 생태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녹색평론' 책 한권을 손에 쥐어주며, 딱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라고 권하면 된다. 한글을 읽을 줄 알기만 하면 된다. 누군들, 책 안의 그 무시무시한 메시지 앞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문제는, 다 읽고, 책장을 덮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라는 점. 여전히 우리네 세상은 먹고 살 걱정으로 넘쳐나는 곳이니깐-
난 생태주의자다. 난 여전히, 머지않아 지구가 환경파괴로 인한 자정능력으로 인간들을 몰살시킬 것이라 확신해 마지 않는다. 지구파괴의 주범은 변론의 기회도 없이 무조건 인간이다. 난 생태주의자인 동시에, 지구를 파괴시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범죄자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꼭 봐야만 겠다.
#3
이 영화와 닮은 꼴을 누가 '일본 침몰'이라 그랬다. 웃고 넘기긴 했는데, 그 웃음이 어쩜 그리도 씁쓸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