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소나타
잿빛구름이 그 하늘 아래 섯을때,
매마른 땅을 위해 까막비를 떨구우며 한겨울의 포근한 눈꽃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여름 날의 장마를
떠도는 나그네의 구슬프게 찢겨진 노랫자락으로 끝을 맺으려 합니다.
순결한 의도가 낳은 불순한 아이는 그러나
눈과 귀와 그리고 다리마저 멈춘체로 오늘도 그 하늘위해 서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어제 새벽 지친 눈을 비비고 일어난 떨리는 노인의 눈가에 맺힌 눈물마저 이제는 비와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일기장(2006.7.28)
도서관 모퉁이에서 창 밖을 내리는 비를 봅니다.
집을 나서던 길에 비를 내리기를 잠시 주춤하였던 하늘을 보며, 우산을 쥐면 비가 올까 하는 생각에 맨손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결국 나의 어리석음에 거친 반항인듯 비는 내렸습니다.
잠시 피식 웃음짓던 나는 몰아치는 빗줄기 사이를 파고 들었습니다.
비는 한번의
귓가를 간지럽히던, 등에 스며들던, 소꿉놀이 하던 아이와 같은 짧은 순간의 친밀감을 만끽하게 하고 다음의
열기를 앗을 듯한, 생명이 잦아들듯한, 이계의 생명과도 같은 긴 순간의 이질감에 몸을 떨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뒤 빗줄기에 떠넘기고온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듯 울적한 기분을 소주 한잔에 달래야만 했습니다.
잦아들다:: 거칠거나 들뜬 기운이 가라앉아 잠잠해져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