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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제대로 알고 극복하기 ...

김영종 |2006.09.09 15:05
조회 118 |추천 0
시집살이를 호되게 경험한 며느리들의 불만은 구전되어오는 민요가락에도 ‘고추, 당추보다 매운’ 것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시집살이가 진절머리가 나서 ‘시금치도 안먹는다.’ ‘시계도 안 쳐다 본다.’ ‘시청 부근에도 안 간다.’는 말은 농담으로 흘려 듣기에는 왠지 섬뜩하다. 10월 3일 개천절을 끼고 금요일에 떡하니 자리잡은 금년 추석명절은 주5일제 실시와 맞물려 혹자에게는 무려 열흘에 가까운 대박명절이라 기뻐할 일이나 아직도 ‘시’자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이 땅의 많은 며느리들에게는 달력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릴 공포의 괴물이리라.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며 끙끙 앓는 아내를 바라보며 마음 편할 남정네는 없을 것이니 가정의 화목을 위해 명절증후군 예방주사라도 맞아 볼 일이다.  

 

 

명절증후군, 생각보다 무서운 질병

 

  지난 2001년 1월에 설날을 앞두고 한 백화점이 주부고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명절증후군을 느낀다는 주부가 168명으로 84%에 달했다. 개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 주부에게 있어 명절이 그렇게 즐겁고 유쾌한 날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증후군을 겪는 기간은 명절 전후 2~3일이 36%, 일주일 정도가 34%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한달 이상이라는 답변도 8%나 됐다. 증상은 짜증이 난다는 답변이 46%로 가장 많았고 머리가 아프다(26%), 가슴이 답답하다(14%),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다(14%), 우울하다(12%) 등 심리적 부담으로 인한 다양한 고통이 총망라되었다.

 

  원인으로는 불평등한 남녀 관계에 따른 불만이 32%로 가장 먼저 꼽혔고 이어 과다한 일거리(30%), 식구들이 모이는 번잡스러움(18%), 비용 지출 부담(16%), 교통체증(8%) 등의 순이었으며 이에 대해 주부들은 그냥 참는다는 경우가 60%로 압도적이었으며 일부는 남편과 싸운다(14%), 많이 먹는다(4%),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2%) 등의 대답을 해 마땅한 해소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05년에 한 종합병원을 방문한 368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69명(73%)가 명절증후군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인식과 대처방안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는 명절 때 가장 힘든 점으로 음식준비(47%)가 가장 많았고 선물장만(17%),시댁식구와의 갈등(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부들이 명절만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두통과 우울증, 짜증에 시달리는 한편 명절을 지내고 난 후에는 무리한 가사노동으로 인해 요통, 관절염, 만성피로와 두통 증상이 나타나기도 함을 일컫는 명절증후군... 더 큰 문제는 대다수 주부들이 명절후유증을 혼자서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주부의 노동과 희생에 대한 주위의 감사 표현만으로도 명절증후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 쉬운 일이 아니나 소중한 아내의 말못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있음을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알아야 할 일이다. 

 

 

악습의 대물림, 누군가 먼저 끊어야

 

  휴가증후군... 불과 한두 달 전에 직장인들이 한번쯤 겪었을 지독한 고통의 이름이다. 그러나 직장이 없는 백수들에게는 휴가증후군이 마냥 부러운 남의 얘기이니 명절증후군 또한 평소에 시부모를 늘 모시고 함께 사는 며느리들에게는 남의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평소에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닌데 일년에 한두 번 시부모 찾아 뵙고 명절을 지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바로 그런 생각 자체가 명절증후군을 발병시키는 원인균이라 하겠다.

 

  시대상의 변화로 남녀간의 양성평등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나 장인장모 앞에서 천연덕스레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는 사위는 이쁘다고 하면서도 막상 아들이 며느리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못난 놈이라고 혀를 차는 이중적인 사고 또한 명절증후군을 일으키는 잠복형 바이러스다. 삼대 사대가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았던 과거의 가족문화사를 돌이켜 보면 시집살이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던 숙명이었고 자신이 당한만큼 며느리도 당해야 한다는 일종의 앙갚음 형태로 대물림되었으니 시집살이의 고통은 무슨무슨 증후군이라고도 지칭할 수 없는 일종의 만성질환이요 전염성 강한 향토병이었다.

 

  내가 당한 만큼 누군가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보상심리는 비단 시집살이를 통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에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고 크든 작든 집단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오랜 인습으로 이어져왔다. 집단합숙 훈련이 많은 운동선수들의 세계도 그러하고 심지어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군대에서의 기합과 구타 또한 쉽사리 뿌리뽑히지 않는 악습이다. 잘못된 인습으로 인한 고통의 피해자는 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과감한 결단이야말로 악습의 대물림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다. 수십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환상적인 연휴라는 금년 추석명절이야말로 명절증후군이라는 고질병을 퇴치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각 가정의 증상에 맞는 백신과 치료약을 준비할 일이다. 가장 보편적인 공통처방을 얘기하라면 '명절기간 중 시댁과 친정에 머무는 기간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가사노동도 함께 나누면 당연히 덜 아프다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영국군 공병들이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다리건설에 동원되고 마침내 다리가 완성된다. 먼저 수용소를 탈출한 주인공에 의해 다리가 폭파되는 순간 기뻐해야 할 영국군 포로들은 오히려 허탈해한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등장하는 다리는 비록 적국의 군수물자 수송에 이용될 수단이지만 정작 그것을 만든 당사자들에게는 절망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노동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소련에서 망명한 저항문인 솔제니친이 저서 ‘수용소군도’에서 묘사한 수용소 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은 역시 강제노동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수없이 많은 돌을 운동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고 다음 날에는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그 일을 일년 쯤 하고 나면 30대 젊은이도 머리가 하얗게 쇤 노인처럼 변한다고 했다. 둘 다 몸을 움직이는 노동이지만 하나는 나름대로 성취감을 주는 일이었으나 다른 하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반복노동이었기 때문이다.

 

  명절에 직면하는 가사노동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명절음식은 비록 적(?)들을 위해 만들었으나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 보아도 흐뭇한 작품이 될 수도 있지만 명절 가사노동 사나흘에 머리가 하얗게 쇠고 주름살만 늘어날 수도 있다. 먹고 치우고 나면 다음 끼니 돌아오고 또다시 먹고 치우고 하다 보면 정신 없이 하루가 저물고 명절이 끝날라치면 바리바리 음식싸주는 일까지 반복되는 가사노동... 길고 긴 명절연휴를 먹고 나면 리모콘 들고 방바닥에 딩굴고 힘 남으면 술판, 화투판이나 벌이는 남정네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보내는 것은 수용소에서 돌을 옮기는 죄수의 노동과 다를 바 무엇일까. 명절이 끝나면 한동안 다른 냄새도 못느끼게 하는 지겨운 기름냄새... 남편들도 팔을 겉어부치고 아이들과 함께 전이라도 부쳐보고 튀김요리도 해보고 설거지도 함께 해본다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달갑잖은 질병은 단번에 물러가는 별것 아닌 병이다. 

 

  모든 일에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법이니 추석전부터 가사노동을 함께 해볼 것을 권한다. ‘매도 함께 맞으면 덜 아프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는 즐거운 뒤풀이

 

  설령 남편이 명절기간 동안 가사노동을 도와준다 하더라도 평소와는 다른 생활리듬은 주부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적지 않은 후유증을 안겨 준다. 명절증후군이 예상되는 연휴를 앞두고 발빠른 업계에서는 다양한 '명절증후군 퇴치상품'들을 판매해 관련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명절증후군 퇴치상품'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는 가사노동으로 인한 피로를 말끔히 풀어주는 '건강용품'을 비롯해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스트레스 해소용품', 거칠어진 손과 피부를 위한 '미용용품'과 과식으로 인한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 용품' 들이 있는데 음식 장만과 손님접대로 뭉치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주는 안마·마사지기와 찜질팩 같은 '건강용품'이 대표적인 인기상품이라는데 그 중에서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마사지기가 대종을 이룬다.

 

  그러나 어떤 안마기도 정이 담긴 남편의 손끝만은 못한 법, 명절이 끝나고 단 며칠만이라도 아내를 위한 마사지사가 되어보자. ‘수고많았다.’ 는 말 한 마디를 건네며 아내의 두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려놓는 순간에 아내는 전신의 피로가 녹아내리며 이미 절반 이상은 치료되었음을 느낄 것이다. 아로마테라피나 스파를 활용한 '스트레스 해소용품'으로 긴장한 신체리듬을 풀어주는 것도 권하는데 이 또한 본인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부부가 함께 돌아오는 길에 찜질방이라도 들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끝날까지 붙드는 어르신들께 양해를 구하고 한날 한시라도 일찍 귀가함이 바람직하겠다. 스트레스는 흔히 과식을 유발한다. 남는 음식이 아까워서도 그렇고 스트레스도 쌓여서 평소보다 과식하기 쉬운 명절 후에는 간단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다이어트 원터치 훌라후프나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헬스&요가매트, 요가 비디오 같은 '다이어트 용품'을 슬며시 선물해 주는 것도 점수를 따는 방법이다. 실천해보라. 다음 날부터 밥상차림이 달라질 수도 있다.

 

 

누구든지 다 함께 앓는 휴가증후군

 

  휴가중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피서지에서도 휴대전화를 끼고 살았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른바 ‘휴가증후군’이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휴가 또는 휴일에 쉬는 것이 되레 짜증나고 무료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많은 현대인이 이 증후군에 걸려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데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강박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휴가중도 회사 일이 머리에 맴돈다. 자꾸 회사로 전화를 걸거나 걸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자신도 모르게 수시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이 정도면 일단 휴가증후군의 문턱에 들어선 셈이다. ‘휴가가 끝난 뒤 제대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고 혹시라도 사회 흐름을 놓쳐 뒤지지는 않을까 하여 평소보다 더 열심히 신문이나 방송을 챙긴다. 가슴이 답답하고 뒷머리가 당기거나 소화불량 증세가 느껴진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초조감을 느끼거나 이유 없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매사에 짜증이 나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어진다... 이 정도면 병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단계이다.

 

  심하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데 대해 상실감과 불안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명절증후군을 염려하는 아내들에게는 혹시라도 남편이 이같은 증세를 보이는 것을 단순히 배부른 돼지의 게으름만으로 여기지 말고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을 권한다.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휴가증후군에 걸리는 사람은 대부분 공격적이며 성취지향적인 ‘일 중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을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심한 성격의 인물도 종종 휴가후유증을 경험한다. 이들은 자리를 비우는 휴가 기간 동안 ‘내가 잘못한 일은 없는가’ ‘혹시라도 휴가중에 내 책상이 없어지지는 않을까”하고 조바심에 빠지기도 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혹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일자리에 대한 집착으로 연결되어 나타나기도 하므로 휴가를 내내 집에서만 보내는 것은 나쁠 수 있다. 휴식을 취한다는 명목으로 잠자는 시간만 늘어 그동안 직장에서 생긴 심리적 탈진 상태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기분전환을 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대인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직종에 종사한다면 휴가철에는 새로운 사람을 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에 마음이 편한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여행을 떠나라. 그런 의미에서 추석연휴중의 고향방문은 길게 늘어지지만 않는다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위안이 된다. 반면에 맞벌이로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는 이중삼중의 고통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휴대전화 보급초기에 명함에는 012, 015로 시작하는 연락번호가 있었으니 이른바 ‘삐삐’라 약칭하던 무선호출기이다. 상대방의 번호가 액정으로 나타나는 형태의 2세대 무선호출기가 나오기 이전에 무선호출기는 오직 호출음 기능만 있었다. 자신을 호출할 곳은 오직 한 곳 뿐이었던 시절의 1세대 무선호출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데 이들을 위해 별도의 송출망을 유지해야 하는 통신사들로서는 골치거리 고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 최신형의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통화료도 대폭 감면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해도 요지부동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무선호출기의 신호음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마당에 더 이상 차원 높은 족쇄를 차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휴대전화는 단말기가 아무리 얇고 가벼워졌다 해도 더없이 무거운 마음의 족쇄이다. 명절휴가 기간 중에 일로부터의 심리적 해방감을 맛보려면 과감하게 휴대전화를 두고 떠나보라. 그것이 불안하고 내키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명절휴가를 떠나는 순간부터 아내와 더불어 명절증후군의 동반포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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