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등을 떠밀리듯 칠 년 동안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사자나 기린이나 낙타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루도 쉬지 않고 헤어짐을 후회하고 그녀에 대한 생각을 키운다.
사랑과 헤어진 후 날마다 사랑을 깨닫는 남자, 준고.
"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그때 널 외롭게 해서."
홍이가 나를 바라본다. 홍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커다란 눈물이 그녀의 눈꼬리를 타고 옆으로 흘러 유성처럼 사라진다.
"아니, 우리가 잘못했어."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집안의 맏딸 최홍(베니)은 어학 연수를 위해 일본 도쿄로 간다. 일본어를 겨우 떠듬거리게 된 그녀는 4월의 어느 날, 도쿄의 한 공원 안 호숫가에서 준고(윤오)를 만난다. 준고는 부모님은 이혼했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아버지와 살고 있었기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해야 하는 처지다. 두 사람은 벚꽃잎이 흩날리던 봄날 공원 호숫가에서 만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랑에 빠져 든다. 준고보다 사랑에 적극적이던 홍이가 마침내 준고의 집으로 가방을 싸들고 들어가지만, 아르바이트로 시간에 쫓기는 준고에게는 홍이와 사랑을 나눌 만한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기쁘게 맞은 사랑이었으나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과 현실에 차츰 지쳐 가던 두 사람은 기어이 감정을 폭발한다. 그로부터 7년 후 김포 공항. 이곳에서 두 사람은 기적이 될지 우연이 될지 모를 뜻밖의 만남과 맞닥뜨린다.
.....monologue.....
홍이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준고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져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학원에 오고 가는 시간을 이용해 읽었던 이 책은, 참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홍이의 슬픔과 외로움이 나마저 우울하고 슬프게 만들었다.
만원버스에서 눈물을 꾹꾹 참아야만 하는 일이 어찌나 힘들던지.
어째서 준고는 몰라줬던걸까.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때 그렇게도 홍이가 필사적으로 달렸다는 것을.
그때, 준고는 홍이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
함께 있어줬어야 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그녀의 모든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홍이가 원한건 호화스런 삶도, 사치스런 생활도 아닌,
바로 준고라는걸.
온전히 홍이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그라는걸.
우리네 삶에서는, 보통 바로 눈 앞의 이익을 쫓기 보다는,
조금더 참고 인내하면 후에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아니다. 사랑만큼은 아니다.
홍이가 아파했던 만큼, 홍이를 보내고 그 긴 칠 년이라는 세월동안,
준고도 많이 아파했을거라 믿는다.
그렇게 그냥 홍이를 보냈음에 두고두고 후회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준고.
그가 다시 한 번 주어진 기회를, 그의 앞에 일어난 기적을 놓치지 않았음에 나는 안도한다.
홍이와 준고, 그들이 뜨겁게 사랑한 후에 찾아온 것은
시리디 시리고 혹독한 겨울과도 같은 시간이었지만
그 모든걸 견뎌낸 두 사람 앞에는 이제 푸르른 봄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츠지 히토나리씨의 바램처럼,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나의 가슴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