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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특별 칼럼] 어쩌면 쉬리가 자라 괴물이 된 걸 수도 있다?

조두현 |2006.09.11 22:31
조회 60 |추천 0

2005년 3월, 극장에서 킹콩을 예고해주었다. 이미 반지의 제왕으로 영화계의 제왕이 된 피터 잭슨의 이름과 잠깐 보여준 킹콩의 액션은 예고를 보는 관객들에게 '킹콩'이란 영화를 소구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마지막 타이틀.. '12월 대개봉'...
관객들은 "장난하냐?" 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야유를 보냈지만 난 그 9개월을 꾹 참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대치는 한꺼번에 폭발했고 킹콩은 내 영화 박스 오피스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 봄, 언론에서 '괴물'이란 영화를 소개해주었고 극장에서 괴물의 포스터를 봤다. 킹콩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고대하던 영화는 없었다. 영화가 개봉하기 한참 전부터 극장에 붙어 있던 포스터는 나의 호기심을 최대치로 증폭시켜놓았다.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려서야 개봉날 첫 타임대에 중간 자리에 앉아서 이놈을 맞이하였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기다리게 한 것일까. 이 영화는 한국 개봉 전에 이미 해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면서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예고편에서도조차 멀리서 달려오는 흐릿한 괴물의 형체와 꼬리만을 맛배기로 보여주면서 사람의 애간장을 녹였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고 송강호, 배두나, 박해일, 변희봉이 출연이라는 요소들이 깔려있다. 즉, 철저한 신비주의 전략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또한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영화에 '리카도의 비교우위 법칙'을 절묘하게 적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비교우위 법칙이란 자국에서 생산된 상품이 외국에서 생산된 상품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싼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일 때 각국은 이를 특화하여 다른 국가와 무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경제 이론이다. 혹자들은 CG를 아웃소싱했기 때문에 괴물을 한국 영화 전체의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점점 죽어가고 있는 한국 영화인들의 상상력이 꺼지지 않고 다시 타오를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한국 CG 기술력이 한층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비록 CG 부분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을 생각한다면 꽤 많이 남는 장사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과감히 외국 기술력과 손잡은 것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시점에서 훌륭한 생각이다. 

 

그럼 과연 신비주의 전략과 완성도 높은 CG만으로 이 영화가 성공한 것일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다. 하지만 그 알맹이가 튼실하다면, 기대 그 이상이라면,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다.

 

한국영화 연간 100편 시대이다. 하지만 그 중 성공을 거둔 영화는 과연 몇 편이나 되는가. 성공의 잣대가 상업적이든 작품적이든 '성공'이란 타이틀을 붙일만한 영화는 몇 안된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나리오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하고, 아무리 섹시한 여배우가 나와 벗어재껴도, 아무리 웃겨도, 눈과 귀가 멍해질 정도로 화력을 쏟아 붓는다 해도, 몇백억의 제작비가 들어가도, 결국은 영화라는 특성상 이야기가 좋아야한다. 

 

이 영화는 괴수가 나오는 영화지만 그 괴수를 잡기 위해 동원되는 무기는 몇 자루의 총과 화염병, 활, 그리고 결국 괴물을 최종적으로 잡는 것은 쇠파이프다. 어찌 보면 다분히 한국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이 영화가 통속적인 괴수 영화이기를 지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청난 제작비와 화력을 쏟아부으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
겁게 해주라는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가 아니라 110억짜리 코믹 드마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괴물은 '괴물'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봉준호식 센스에 힘입어 '괴물'을 통해서 '진짜 괴물'과 '가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상대적 이점이 매우 강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상대적 이점이란 영화 마케팅의 시각으로 봤을 때 기존
의 영화와 차별화 될 수 있는 고유의 특징을 말한다.

 

더군다나 살인의 추억으로 다져놓은 감독과 배우들의 브랜드 가치에 '괴물'이란 놈을 덧붙여 중무장해서 나타났으니 가히 '괴물'이라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MBC 100분 토론에서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 논란'에 대해서 토론한 것을 봤다. 결국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그 토론을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은 이제 영화는 단순 오락거리가 아닌 거대한 상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영화도 어느 덧 영화가 아닌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 어째 마음 한켠에 씁
쓸함을 남겨준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쉬리라는 물고기가 이 괴물이 된 것은 아닐까. 이 괴물이 쉬리에 이어 한국 영화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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