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강제철거, 왜 '마을파괴'인가
국방부 대추리.도두리 마을파괴 13일로 예정
오량 기자
국방부의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에 대한 대대적인 '마을파괴'가 임박했다.
11일 오전 국방부에서 발표한 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빈집 130가구 중 지킴이들이 살고 있는 집 등 40가구를 제외한 90가구를 철거하겠다"며 "대다수의 주민들은 빈집 철거를 찬성하고 있으며 일부 극렬반대자들만 빈집철거를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은 '사람이 살지않는 빈집만 철거'하는 것이므로 살고있는 주민들의 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실제 국방부에서 철거 예정인 빈집들은 대추리와 도두리 마을 전반에 걸쳐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사이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번 평택 2차 철거는 '마을파괴'의 성격이 강하다. 가옥을 강제철거 하는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철거가 예상되는 빈집들은 대추리 마을 전반에 걸쳐 분포돼 있으며 빈집들에 둘러싸여 고립된 위치에 있는 거주가옥도 상당수다. ⓒ민중의소리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옥 가운데 위치해 있는 강제철거 대상 가옥들은 대추리 외곽부터 중심의 주택 밀집 지역까지 전반적으로 분포돼있다. 밀집한 지역에는 빈집과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사이가 담 하나를 사이로 채 1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옥 하나를 철거할 때는 가옥에 딸린 수도와 전기 시설, 이웃과 이어져 있는 벽, 쓰러질 염려가 있는 나무 등 주변에 피해를 줄만한 요소들을 모두 사전에 처리한 뒤 철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급하고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철거는 철거에 필요한 많은 작업을 생략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평택처럼 대규모의 기습 철거 과정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상당수 생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하나가 옆집과 직접 연결된 담이나 벽 등을 무리하게 허무는 과정이다. 연결된 토지에 충격을 줘도 주변에 있는 멀쩡한 가옥 벽에 균열이 생기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그 진동이 큰 작업이 포크레인 철거 과정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철거를 하려면 미리 이웃과 접한 벽이나 담을 인력으로 직접 어느 정도 제거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평택과 같은 격렬 충돌이 예상되는 철거에는 이런 과정이 생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대로 평택 대추리·도두리에는 가옥들이 밀접하게 붙어있는 곳이 상당수다. 담이 붙어있거나 심지어는 창문을 열면 바로 앞집 벽이 있을 정도로 밀접히 붙어있는 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집을 사전 작업없이 바로 포크레인으로 친다면 그 충격이 주변 이웃집에 그대로 전달될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많은 철거 지역에서 무리한 포크레인 철거로 인해 주변 가옥에 균열이 생기고 심한 경우 지붕이 내려앉는 등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
무리한 철거과정은 이 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마을 전반에 걸쳐 연결돼 있는 상·하수도에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옥을 철거할 경우 철거과정에서 지상으로 노출된 상·하수도 관이 손상을 입어 자칫 옆 건물까지 그 피해가 확산될 위험이 있다. 상·하수도관이 파괴될 경우 옆집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가 모두 단수 되거나 하수구가 역류할 우려가 있다.
전기도 마찬가지로, 사고를 막기 위해 미리 전신주에서 해당가옥으로 통하는 전선을 차단해도 워낙에 이웃한 집들이 가까이 붙어있어 주변 집들이 정전될 가능성이 있다. 철거를 하는 혼잡한 와중에 90여 가구나 되는 집의 전선을 일일이 구별해 차단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강제철거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지역에는 그나마의 조치도 안 취하는 곳이 있다. 이런 경우는 철거 진행 과정에서 전신주와 가옥사이에 연결된 전선을 톱이나 펜치 등으로 무작정 잘라내는 등 위험천만한 철거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90여 가구나 되는 빈집을 철거 뒤 그 잔해들이 쉽게 정리될지도 의문이다.
일반적인 주택 철거시 폐기물은 폐콘크리트, 블록, 벽돌, 타일, 토사, 목재, 슬레이트, 플라스틱 등 다양한 건축폐기물이 발생하는데, 90가구의 잔해를 한꺼번에 치우려면 상당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들게 된다.
이 철거폐기물들을 며칠, 또는 몇주나 걸려야 다 처리한다는 것은 이 잔해들 사이에 상당수 기간동안 주민들이 그대로 방치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평택 대추리에 철거 예상 빈집은 거의가 사람이 사는 집을 둘러싸고 있거나 길과 바로 인접해 있다. 대추리의 길들이 결코 폭이 넓지 않은 농촌의 길임을 생각해 볼때, 철거된 집의 잔해가 즐비한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전기 시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마을에 일부 정전이 있거나 가로등이 파괴된다면 어두운 길에서 집의 철거 잔해에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을거라 장담할 수 없다.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공포는 더욱 심하다. 철거된 가옥의 잔해가 버젓이 놓여있는 '전쟁터'와 같은 마을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철거 예정 빈집들은 길에 인접해 있으며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분포돼 있다.민중의소리
가장 우려되는 것은 주민들의 불안감과 고립감이다. 지금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는 군인들에 의해 쳐진 철조망이 마을을 갈라놓고 있다.
논밭을 가르는 철조망, 마을 진입로 통제와 검문검색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상황에 불안감과 고립감을 느끼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평택 제2차 철거를 통해 더더욱 심해질 것이 적잖이 우려된다.
그저 비어있을 뿐인 집을 철거하는 의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을을 더 이상 마을의 형태가 아닌 어그러진 폐허처럼 망가트려 놓는 '마을 파괴'가 마을의 외형적인 모습만을 바꿔놓는 것이 아닌 그속에 숨쉬며 살고, 삶을 영위하던 주민들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부정하는 결과로 도래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오랫동안 주민들이 이끌어 왔던 마을 공동체는 이제 그 모습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몇십년간 익숙히 보아오던 집들이 한순간 눈앞에서 잔해더미로 변해버리는 것을 주민들은 단순한 빈집철거라고 느낄 것인가.
국방부가 간과하고 있는 마을 공동체의 파괴, '마을 파괴'가 현실로 도래됐을 때, 그 짐은 누구의 등에 얹혀질 것인가.
2006년09월12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