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는 아마 중국 역사 뿐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대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많은 나라들과 인물들은 서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또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배신과 배반이 난무하는 - 사실 지금도 비슷하긴 합니다... ^^ - 그런 시대이자, 제자백가(諸子百家)라는 수많은 사상가들의 학파가 생겨나 새로운 사상에 대한 시험무대였던 춘추전국시대는, 혼란과 혼돈의 시대이자 새로운 사상의 시대, 개혁의 시대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연극의 주인공 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의 숙부와 바람을 피우고, 남편 에게 발각되자 아버지인 진(晉)나라 왕에게 남편이 역모를 일으키려 한다고 모함한 진나라 공주 ...
하지만 궁지에 몰린 은 정말로 반역을 일으켜 왕을 시해하고 을 왕으로 옹립하지만 진의 보국장군 에게 일가족 모두를 몰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씨집안과의 의리를 지키려하는 의사 은 자신의 친아들의 목숨과 맞바꾸어 조씨집안의 마지막 후손을 간신히 구해내고, 그 와중에 과 같은 인물들이 을 도와주기 위하여 목숨을 초개(草芥)와 같이 버립니다.
은 의 수하로 들어가게 되고, 조씨 집안의 마지막 후손인 는 의 눈에 들어 을 친아버지로, 를 수양아버지로 삼게 됩니다.
자신의 친아버지의 원수를 수양아버지로 모시게 되는 아이러니(irony)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비극적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아내의 배신, 역모(逆謀), 일가족의 몰살, 원수를 아버지로 모시게 되는 상황 등등....
자고로 아버지의 원수는 같은 하늘을 이고 함께 살수 없는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 라고 하였는데, 는 오히려 수양아버지로 모시게 된 것이니, 그 시대상황을 고려한다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거니와,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상황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13세기 중엽인 약 700년 전 원나라 시대에 이 쓴 이 작품은 18세기에 이미 유럽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극단미추]는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중국의 연출가 을 초빙하여 이 유서 깊은 작품을 색다른 형식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봉(棒)' 하나만으로 모든 동작과 표현이 이루어지며,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배우들의 동작과 표현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꽉 찬 무대를 만듭니다.
또한 배우 2명, 또는 3명이 한사람의 인물이 되어 각각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진 한사람을 - 다중인격(多重人格)이 아닌, 한 인물의 내면에 잠재된 다른 성향, 또는 타인이 바라보는 한 인물에 대한 상반된 시각... -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은 좀 더 입체적으로 인물에 대해 다가설 수 있었으며 비극 속에서 희극을, 희극 속에서 비극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서양 연극의 홍수 속에...
오랜만에 보게 된, 동양 문화의 정수가 녹아들어간, 동양의 고전 [조씨고아]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