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회사의 직원이라면 거의 겪기 힘든 일이겠지만 프리랜서에게는 종종 있는 일!
바로 원고료를 떼이는 일이다.
IMF 시절에는 워낙 시기가 시기인지라, 원고료 받지 못한 작가들이 주위에 수두룩했는데,
유명했던 일화가 있다.
원고료 1년치를 받지 못한 작가 수 십명이 노동부를 통해 몇 번의 언질을 줬음에도 해결받지 못해
재판까지 갔고, 결국 원고료 1년치를 한꺼번에 받아 적금탔다며 우스개 소리를 하던 때가 있었다.
이는 프리랜서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규약이 없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당시엔 큰 건이지만, 그 전, 후로도 원고료 떼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거대방송사나 지명도 있는 프로덕션 등은 그런 일이 없지만, 열악한 프로덕션, 신생 프로덕션,
지역 방송 등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원고료를 주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하는 말이 똑같다.
"형편이 너무 좋지 못해서...형편이 나아지면 다 챙겨주겠다"는...
하지만, 내 생각은 줄 돈이 없으면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는가?
작가는 흔히 어떤 투자비나 기타 경비가 필요없이 달랑 몸 하나로 (머리로, 손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큰 오산이다.
하다못해 자료 구입비며 통신비(섭외, 인터뷰, 자료조사 등), 교통비, 식대, 품위유지비...
남들 드는 건 다 들어간다.
그런데, 이런 원고료 떼이는 일이 보통 초짜 작가들에게만 해당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작가들은 방송 외에도 홍보물, 각종 기획, 자유기고 등의 단발성 일을 종종 하는데 그때 처음 대면하는 프로덕션, 모르는 PD 들과 일하게 된다.
사실 프리랜서라면 만일을 대비해서 계약서를 꼭 써야 하지만 워낙 이쪽이 계약서 없이 구두로 이뤄지는게 현실이라 믿고 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과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원고료를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뭐 하루 이틀, 한, 두 달 지나 줘도 되겠거니 하겠지만, 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그 돈이 바로 생활비다.
직장인의 낙 중에 가장 큰 게 무엇인가?
바로 월급받는 날이 아닌가?
그런데 언제 받을지 알 수도 없고, 열심히 일 한 댓가가 이제나 저제나 목 빼고 기다리는 건 별로 유쾌하지 않다.
최근에 한 경력 작가가 이런 일을 겪어 작가협회 게시판에 올린 글이 있어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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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본인이 원치 않을 수 있으므로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올 봄에 기획안 작업을 했더랬습니다.
담당 pd가 기획료가 턱없이 작은 거 안다며, 대신 방송위에서 기획안이 선정되면
기획료 외에 '정당한 사례'를 지불할 거라고 하더군요.
자기네 회사는 단 돈 만원이라도 돈은 꼭 제때 지급하는 곳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근데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은 다르다고, 기획안이 선정돼서 방송위로부터 제작비 5천만원을 지원받게 됐지만 제게 돌아온 건 애초에 얘기한 쥐꼬리만한 기획료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센티브는 고사하고 원고료 300을 줄테니 그 안에서 자료조사 비용도 같이 해결하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더군요.
당연히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죠.
확 뒤집어 엎고 싶었지만,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고픈 욕심 때문에
어찌어찌해서 중간 지점에서 타협을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길이 아닌 곳엔 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세상에 1시간짜리 다큐를 준비하면서 자료조사를 한달도 쓰지 못하고
50만원 안에서 해결될 사람을 구하라니, 그게 잘 될 턱이 있습니까?
당연히 일의 진척이 지지부진.
2달여 동안을 참다가 도저히 이렇게는 못하겠다 했더니, 그만 두랍니다.
그러면서 중간에 관두니, 주기로 한 인센티브 또한 못주겠다더군요.
기가 막혀 했더니 담당 pd의 반응이 가관이었습니다.
"방송위에 고발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세요~"
간혹 프로덕션에서 돈 받지 못했다는 작가들 얘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직접 당하고 보니 정말로 황당하고 분기 탱천합니다.
이런 악질적인 곳은 정말로 응징을 해야하는 거 아닐까요?
(이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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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프리랜서로 남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악인만 있는게 아니다.
최근 홍보물 작업건으로 한 감독과 인연을 맺었는데 처음 전화받을 때 부터 점잖게 응대하는 게
남달랐다.
그런데, 첫 만남은 사실 우스웠다
나의 이력서를 보고, 전화를 건 감독,
전화 한통으로 사무실을 찾아간 나.
사무실이라고 찾아가니 그 흔한 간판 하나 없고, 사무실에는 직원 하나 없고,
사무집기도 없이 책상과 쇼파만 달랑 놓여있었다.
마치 사무실이라는 걸 보이기 위해 급조한 것 같은... 휑한 곳에서 단 둘이 앉아 있으려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거 작가 구한다고 해놓고 이상한 곳 아닌가? 혹시 인신매매나 기타...
만일 갑자기 위험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자...침착하게 문의 위치 부터 찾아보자. 그래 저깄군. 그리고, 혹시 무기로 쓸 만한 건... 그럴 만한게 있을리가 없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데 계약서를 쓰자는 게 아닌가?
'아니, 계약서 쓰자고 해놓고 빈 틈을 노려서 공격할지도 몰라. 조심해야지. 조심 조심...'
그렇게 계약서를 쓰고 얘기 나누다 보니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감독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고,
황당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계약서를 쓰자마자 감독은 선금으로 원고료의 50%를 줬다.
10년 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이런 대우는 처음이라 너무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남들과 다른 대우를 받으니 구성안에 무슨 금줄이라도 쳐야할 것만 같았다.
그 뿐이 아니였다. 보통, 감독이라는 자리, PD라는 자리는 스탭들을 지휘하기 때문에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게(좋게 말하면 '카리스마'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 성격대로') 대하기 마련인데, 너무나 점잖게, 그리고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게 아닌가?
자기가 일을 해보니까 스탭들에게 욕하고 막 함부로 하기 보다는 예의있게 대해야 서로 일도 잘 되고,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말을 했다.
홍보물 제작이 끝나자 마자 잔금 50% 를 바로 통장으로 입금해주기 까지...
고마워서 밥 한끼 사는데 그때 알게 된 사실!
홍보물 의뢰 업체로부터 제작비를 받기 전인데도 본인의 돈으로 원고료를 지급해준 것이였다.
사실 제작비를 받고 나서 주는 것이 관례고, 또 그게 맞는 건데 이 감독은 나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었다.
게다가 실력까지 인정받은 총각이라 내가 볼때마다 소개팅 해주겠다고 설레발을 쳐놓기만 해서 미안해하고 있다.
정말 이런 인간적인 사람과 일한다면 매사 콧노래가 나올텐데...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지는 않으니까.
이 넓은 세상에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고마운 사람과 화 나게 만드는 미운 사람...
나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칠지 이 자리를 빌어 생각해본다.